경기도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 이 매장에선 태블릿PC를 이용해 8만종의 제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바로 옆 ‘북 카페’에선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사진 : 롯데하이마트>
경기도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 이 매장에선 태블릿PC를 이용해 8만종의 제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바로 옆 ‘북 카페’에선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사진 : 롯데하이마트>

1월 15일 오후 3시 경기도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북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유통·판매 업체에 ‘공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품을 진열해 소비자를 유혹,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보이는 공간은 이른바 ‘판매 명당’으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을 전시한다. 매장 구성 제1원칙이다. 이는 롯데하이마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구리역점에는 그 자리에 북카페가 떡하니 위치해 있다. 북카페는 롯데하이마트 제품 구매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북카페 바로 옆에는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PC가 비치돼 있다. 조성헌 롯데하이마트 옴니채널 팀장은 이 공간을 ‘옴니 스토어’라고 설명했다. 옴니 스토어는 최근 유통 업계에서 강조하는 옴니채널을 구현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옴니채널이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등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넘나드는 다양한 채널을 결합한 것을 말한다. 이 태블릿PC를 이용하면 롯데하이마트가 판매하고 있는 8만 종의 제품을 검색할 수 있다. 구리역점에 진열된 제품(5000~8000종)보다 10배 이상 많다. 고객이 제품을 고르면 직원이 물류창고에서 가져와 보여주고 판매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조성헌 팀장은 “제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오프라인의 장점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 수백만 종의 제품 비교가 가능한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판매 방식”이라고 말했다. 매장을 온라인과 연결해 고객이 보다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 잠재 고객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은 2014년 3조7542억원에서 2016년 3조9394억원으로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43억원에서 1745억원으로 21% 성장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조1790억원, 영업이익은 214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비결 1 | 온라인·옴니채널 사업 강화

롯데하이마트는 국내 1등 전자제품 유통·판매점이다. 시장점유율은 50%에 달한다. 1999년 가전 시장 1위에 오른 뒤 2018년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롯데하이마트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에서 시작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5~10% 싸다.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바잉 파워(buying power) 덕분이다. 자사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제조사 매장과 달리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롯데하이마트는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제품을 기본으로, 온라인과 옴니채널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사실 롯데하이마트는 2010년대 초반 가전 시장의 온라인 흐름을 읽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자제품은 가격이 비싸 고객이 매장에 직접 와서 꼼꼼히 따져본 후 구매하는 경향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롯데하이마트의 강점을 맹신한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그러나 시장은 점점 온라인화됐다. 롯데하이마트 경영진은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2015년 온라인 쇼핑몰을 재구축했고, 2016년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온·오프라인 연계(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옴니 세일즈’도 도입했다.

옴니 세일즈는 매장 내 마련된 태블릿PC를 이용해 롯데하이마트가 판매하고 있는 8만 종의 제품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이 매장에 왔는데 원하는 제품이 진열돼 있지 않을 때 유용하다. 고객이 제품을 고르면 직원이 물류창고에서 가져와 보여주고 판매하는 형태다. 옴니 세일즈는 2016년 10월 잠실점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2018년 현재 전국 469개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2018년 1월 롯데하이마트 구리역점에서 선보인 ‘옴니 스토어’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O2O 서비스다. 기존 옴니 세일즈는 소비자가 제품을 검색한 후 결제는 계산대에 있는 점원을 통해 해야 했다. 그러나 구리역점은 매장 내 설치된 태블릿PC로 제품 검색은 물론 결제·배송까지, 제품 구매 전 과정이 원스톱 처리가 가능하다. 고객이 보다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롯데하이마트는 구리역점을 시작으로 옴니 스토어를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 옴니 세일즈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약 9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비결 2 | 롯데 계열 편입 후 ‘몸집 키우기’

롯데하이마트는 2012년 10월 롯데쇼핑에 인수됐다. 국내 대표 유통 그룹 롯데의 가전제품 유통·판매 부문을 맡게 된 것이다. 2018년 현재 롯데하이마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65.25%를 보유한 롯데쇼핑이다. 사명도 하이마트 앞에 ‘롯데’를 붙였다. 브랜드는 ‘하이마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롯데하이마트는 외형 확대에 나섰다. 우선 매장 수가 증가했다. 2012년 322개에서 2018년 1월 469개로 규모를 키웠다. 과거 로드점만 운영했다면, 롯데그룹 계열 편입 후에는 롯데쇼핑의 대형할인점 롯데마트 내에도 매장을 열었다. 전체 매장 중 롯데마트 내 매장은 109개(23%)다. 롯데그룹이 구축한 브랜드 인지도와 점포망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다. 물론 롯데하이마트가 지닌 ‘국내 1등 전자제품 유통·판매점’이라는 경쟁력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롯데하이마트가 판매하는 제품 수도 늘었다. 특히 롯데하이마트는 2015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제품 확대에 적극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있다. 그러나 온라인은 플랫폼만 구축하면 제품 진열에 한계가 없다.

롯데하이마트가 취급하는 제품은 2014년 1만4000종에서 2015년 4만2000종으로 대폭 증가했다. 2018년 현재는 16만9000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은 영상가전(TV·음향기기), 백색가전(냉장고·세탁기·에어컨), 생활용품(청소기·공기청정기), 주방가전(가스레인지·커피머신), 디지털가전(PC·카메라), 휴대전화와 액세서리 등 다양하다.


롯데하이마트는 미국, 유럽, 중국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중국 TCL의 TV. <사진 : 조선일보 DB>
롯데하이마트는 미국, 유럽, 중국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하이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중국 TCL의 TV. <사진 : 조선일보 DB>

성장비결 3 | 생활용품, 자체 브랜드(PB) 확대

롯데하이마트가 단순히 많은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하이마트는 크게 세 가지 전략을 가지고 제품군을 확대했다.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상품 확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도입, 자체 브랜드(PB) 강화다. 모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판매한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졌다.

우선 롯데하이마트는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생활용품(소형 가전)으로 제품을 확대했다. 더 이상 고마진 가전제품에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탁기를 예로 들어보자. 롯데하이마트는 소비자가 옷을 빨고 입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세탁기를 판매하는 공간에 세제를 함께 진열하고, 옷을 말리는 건조기와 건조대, 다림질을 할 때 필요한 다리미를 나란히 배치했다. 냉장고의 경우도 바로 옆에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용기, 냉장고 안 냄새를 제거하는 탈취제 등을 진열하고 있다. TV, 가스레인지도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생활용품보다 냉장고·세탁기·TV 등 대형 가전의 판매 이익률이 높지만 소비자가 원하고 찾기 때문에 소형 가전과 생활용품을 함께 진열하고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 전문점에서 ‘미니 백화점’으로 변신한 것이다.

‘전 세계 브랜드를 판매한다.’ 롯데하이마트의 두 번째 상품 확대 전략이다. 롯데하이마트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만 판매하지 않는다. 해외 브랜드도 취급한다. 유럽·미국·일본·중국 제품 등 다양하다. 국내 제품 위주의 카테고리 킬러 매장은 이미 옛말이다.

롯데하이마트는 2014년 미국 주방가전 브랜드 ‘쿠진아트’를 들여왔고, 2015년에는 중국 최대 TV 제조사 ‘TCL’의 TV를 선보였다. 2016년에는 해외 브랜드를 본격 도입하기 위해 회사 내에 글로벌 소싱팀을 신설했다. 현재 롯데하이마트가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는 다이슨 청소기(영국), 아에게 냉장고(독일), 고렌예 냉장고(슬로베니아), 블루에어 공기청정기(스웨덴), 발뮤다 토스터기(일본), TCL TV(중국) 등 총 1600종에 달한다.

마지막 상품 확대 전략은 자체 브랜드 강화다. 2016년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하이메이드’를 선보였다. 자체 브랜드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롯데하이마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업 초기 벽걸이 에어컨·선풍기·믹서·컴퓨터 키보드 등 소형 가전에 머물렀던 하이메이드 라인업은 2018년 현재 대형 가전(냉장고·세탁기·TV)으로 확대됐다. 제품 수만 약 80종이다. 매출도 증가했다. 2016년 약 393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