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의 경기도 평택 서탄공장 보일러 생산 라인(오른쪽 사진). 주황색 ‘카메라 촬영 검사 로봇’이 최대 55개 항목을 촬영, 중앙 컴퓨터에 저장된 정품 이미지와 비교해 불량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 : 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의 경기도 평택 서탄공장 보일러 생산 라인(오른쪽 사진). 주황색 ‘카메라 촬영 검사 로봇’이 최대 55개 항목을 촬영, 중앙 컴퓨터에 저장된 정품 이미지와 비교해 불량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 : 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의 날 행사에서 보일러 업계 최초로 ‘2억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다. 수출액은 2016년 7월~2017년 6월 기준 2억1000만달러(23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초 미국 시장에서 콘덴싱(condensing) 가스 보일러와 온수기를 누적 기준 100만대 판매했고,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 성장률은 131.6%에 달했다.

굴뚝 산업으로 여겨졌던 보일러 산업이 당당히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 결과 경동나비엔은 2016년 매출 5832억원, 영업이익 458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241.8% 성장했다. 지난해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경동나비엔은 2월 8일 지난해 매출 6846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을 달성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경동나비엔 중국 베이징 신공장 조감도. <사진 : 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 중국 베이징 신공장 조감도. <사진 : 경동나비엔>

성장비결 1 | 미국·중국 등 해외 사업 강화

경동나비엔은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가스 보일러를 개발했다. 콘덴싱 가스 보일러는 연료를 연소하고 버려지는 배기가스를 재사용하는 보일러다. 일반 가스 보일러보다 최대 28.4%까지 가스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일반 가스 보일러 대비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이런 장점으로 콘덴싱 가스 보일러는 해외 시장에서 고효율·친환경 기술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상황이 달랐다. 콘덴싱 가스 보일러는 일반 가스 보일러보다 가격이 두 배가량 비쌌다. 그러다보니 시장 형성이 어려웠다. 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품질 기준도 확립돼 있지 않았다.

경동나비엔이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경동나비엔의 2016년 기준 매출 비율을 보면, 국내 51%, 해외 49%다. 특히 미국 시장이 37%로 가장 높다. 중국(5%)과 러시아(5%)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경동나비엔 미국 법인은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28%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 전체 매출 중 약 70%를 차지하는 온수기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난방까지 겸하는 가스 보일러보다 욕실에서 온수를 공급하는 온수기 판매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온수기 시장은 저탕식(storage type) 제품 중심이다. 그러나 저탕식 온수기는 큰 물통에 담긴 물을 끓여 사용하기 때문에 온수가 필요할 때만 물을 끓이는 순간식(tankless type) 온수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큰 물통을 설치해야 한다는 공간적인 제한도 있다. 이런 이유로 2010년부터 순간식 온수기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경동나비엔은 2008년 미국 순간식 온수기 시장에 진출 했다. 최대 98.8%의 효율을 갖춘 콘덴싱 순간식 온수기 제품을 선보였고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콘덴싱 시장을 경동나비엔이 창출한 만큼 2008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콘덴싱 기술에 기반한 고품질 제품과 선제적 시장 진출 전략이 통한 것이다. 미국 순간식 온수기 시장은 아직 미국 전체 온수기 시장의 10% 수준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도 높다.

경동나비엔은 중국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15년까지 정체돼 있던 중국 시장 매출은 2016년부터 전년 대비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보일러 시장이다. 아직까지는 저가 제품 위주이지만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와 국민 소득수준 증가로 고효율 프리미엄 시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동나비엔은 중국 베이징(北京)에 연간 생산 10만대 규모의 가스 보일러(온수기 포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이 공장은 현지 생산을 통한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를 겪으며 석탄을 사용하는 난방 시스템을 가스 보일러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가스 보일러 시장이 열린 것이다. 중국 가스 보일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0만대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가스 사용량을 약 2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경동나비엔은 2016년 9월 베이징 신공장 건설에 들어갔고, 올해 7월 첫 생산을 앞두고 있다. 올해 안으로 연간 30만대 보일러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2020년까지 50만대 규모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현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경동나비엔의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31.6% 증가한 70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2~3년간 연평균 5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 직원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보일러를 점검한 후 상담하고 있다. <사진 : 경동나비엔>
경동나비엔 직원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보일러를 점검한 후 상담하고 있다. <사진 : 경동나비엔>

성장비결 2 | 기술 개발, 주요 부품 직접 생산

2000년대 초반 국내 보일러 시장은 가스 보일러가 주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보일러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전자식 제어 기술도 중요해졌다. 당시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보일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자 부품을 유럽에서 수입했다. 비싼 부품 가격은 원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경동나비엔의 자체 품질 강화 차원에서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경동나비엔 경영진은 전자 제어 기술력 강화에 나섰고, 2002년 경동전자를 설립했다. 하지만 기존 연구·개발(R&D)을 담당하던 기계공학 엔지니어와 경동전자 소속 전자공학 엔지니어와의 소통이 쉽지 않았고, 의사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동나비엔 모회사인 경동네트웍(현 경동원)이 나섰다. 경동네트웍은 경동전자를 인수해 R&D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고 조직 간 소통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경동네트웍이 개발한 안전 연소, 자동 온도 제어, 홈네트워크 기술은 경동나비엔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동네트웍은 2012년 사업 개편, 흡수·합병을 거쳐 ‘경동원’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8년 현재 보일러에 들어가는 전자 제어, 플라스틱 부품 등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홈네트워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품질 강화를 위해 주요 부품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는 2008년 미국 시장 진출 초기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경동나비엔은 원가 400원짜리 플라스틱 부품을 국내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국내보다 높은 미국 시장의 수압을 견디지 못해 플라스틱 부품이 깨져 누수가 발생한 것이다. 부품 업체가 정품 원료를 제대로 사용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경동나비엔은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미국 판매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품질이 뛰어난 부품 업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동나비엔은 부품을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화학 소재 개발 계열사 경동세라텍은 보일러 내부에 물을 공급하는 배관 제품 개발에 집중했고, 생산한 제품을 경동나비엔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경동세라텍은 2012년 경동원에 흡수됐다.


성장비결 3 | 미래 성장 위한 지속적인 투자

경동나비엔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2015년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서탄공장을 건설했다. 연간 보일러 생산 능력이 200만대에 달한다. 이 공장의 강점은 자동화된 시스템이다. 생산은 물론 검사, 물류 등 전 공정이 자동화됐다. 생산 라인을 따라 각 부품이 자동 조립되고, 관련 생산 정보가 중앙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제품의 품질과 생산 현황, 설비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생산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효율성은 2배가량 높였다.

검사 공정의 경우 최대 55개 항목을 촬영, 제품의 이상 여부를 자동 검사한다. 김두식 경동나비엔 생산총괄 전무는 “보일러나 온수기는 불량품이 나오면 이후 소비자가 사용할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서탄공장은 첨단 장비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제품 불량률을 0.00007%까지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경동나비엔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년간 평균 136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업계 최대 규모인 220여명의 연구 인력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매년 매출의 2% 이상은 R&D에 투자하고 있다.

홍준기 경동나비엔 대표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투자 그리고 현지화 전략을 통해 소비자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홍준기 경동나비엔 대표
“생활환경 기업으로 도약, 2022년까지 매출 2조원 달성”

박용선 기자

“콘덴싱(condensing) 가스 보일러 등 전문 기술 개발에 주력해 세계 1위 난방기기 업체로 도약한다. 열(熱)을 다루는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고객의 삶과 함께하는 생활환경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홍준기 경동나비엔 대표가 강조하는 회사의 성장 방향 두 가지다. 이를 통해 홍 대표는 경동나비엔의 매출을 2022년까지 2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 684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율이 49%에 달한다. 비결이 있다면.
“수출 확대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콘덴싱 기술 개발이다.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친환경 제품 생산은 경동나비엔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설비)투자를 늘려왔다. 보일러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하며 품질도 높였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대표 내수 산업이던 보일러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변신시켰다. 시장 다변화도 주효했다. 전 세계 보일러 생산 업체가 모여 경쟁하는 미국,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그리고 영국과 남미, 중동 등 30여개 국가가 경동나비엔이 활동하고 있는 무대다.”

최근 주력하고 있는 시장은 어디인가.
“중국 보일러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특히 난방 연료를 석탄에서 가스로 바꾸는 ‘석탄개조사업(煤改氣·메이가이치)’이 진행되면서 가스 보일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석탄 중심의 난방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로 인한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석탄개조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고효율·친환경 콘덴싱 기술을 갖고 있는 경동나비엔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인 셈이다. 또 우리는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가스 보일러 시장 확대에 발맞춰 중국 내 경동나비엔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5년 161만대 규모였던 중국 가스 보일러 시장은 지난해 400만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석탄개조사업 덕분이다. 2018년에는 6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취임 2년 차다.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해가 2억달러 수출 탑을 수상하며 경동나비엔의 글로벌 성과를 인정받은 해였다면, 올해는 ‘생활환경 파트너’로 성장하는 경동나비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경동나비엔의 강점인 열을 제어하는 기술로 온도는 물론 공기의 질까지 조절하는 ‘열제습 냉난방(TAC)’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흔히 생각하는 전기를 사용하는 냉방이 아니라 난방에 쓰이는 열원을 이용해 냉방과 난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환기와 습도 등 실내 공기 질까지 조절할 수 있다. 소비자가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018년은 보일러 기업을 넘어 생활환경 기업으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