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들이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의 5G 이동 기지국에서 통신망을 점검하고 있다. KT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열리는 다양한 경기를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범 서비스한다. <사진 : KT>
KT 직원들이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의 5G 이동 기지국에서 통신망을 점검하고 있다. KT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열리는 다양한 경기를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범 서비스한다. <사진 : KT>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곳곳에 ‘5G(5세대 이동통신)’ 모듈이 연결된 카메라를 설치해 원하는 선수의 경기 영상을 골라볼 수 있는 ‘옴니포인트뷰’, 봅슬레이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마치 선수가 된 것처럼 시속 150㎞에 달하는 속도를 느끼며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싱크 뷰’….

KT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5G 기반 영상 기술이다.


성장비결 1 | 5G 기반으로 한 미래 준비

KT가 5G 상용화에 나섰다. 목표는 2019년. 이에 앞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열리는 다양한 경기를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범 서비스한다.

이를 통해 5G 핵심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켜 거대한 5G 시장을 선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통신업은 시장 선점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그에 따른 투자와 연구·개발(R&D)은 기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20년 세계 5G 시장 규모는 378억달러(약 40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5G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1063억원, 2025년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5G는 KT가 미래 성장을 위해 준비하는 핵심 무기다. 5G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 이상에 달한다. 현재 상용화된 통신 서비스인 4G ‘LTE’보다 20배에서 100배 빠르다. 5G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화질 영화 한 편을 수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다.

5G는 단순히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진다는 개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율주행차·로봇·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홀로그램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IT 기술을 실현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지연 현상이 없는 실시간 전송은 기본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5G다.

황창규 KT 회장은 “5G 기반 지능형 네트워크는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이라며 “5G가 기존 산업과 시장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KT가 평창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5G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과거 통신망을 깔아놓고 통신 요금만 받는 단순 통신사 역할에서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해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이다. 황 회장은 2015년 5G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미디어, 스마트 에너지, 금융 결제, 보안 등 5대 플랫폼 비즈니스를 제시했고,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분야 매출은 2016년 기준 약 2조원 수준. KT는 2020년까지 매출 규모를 4조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등 워크숍’에 참석한 KT 직원들이 업무 개선 등을 위한 아이디어를 의논하고 있다. <사진 : KT>
‘1등 워크숍’에 참석한 KT 직원들이 업무 개선 등을 위한 아이디어를 의논하고 있다. <사진 : KT>

성장비결 2 | 비통신 사업 조정, 유선 강화

KT는 2015년 전까지만 해도 통신업의 구조적인 저성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이른바 ‘탈(脫)통신’ 전략이다. 2010년 금호렌터카(현 롯데렌탈)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BC카드를 사들였다. 이는 매출 확대라는 효과를 냈지만 재무구조 악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KT는 2014년 40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대했던 통신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도 적었다. 그러다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과 동시에 비통신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다시 통신 중심으로 성장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성장률이 저조했던 유선 사업을 강화했다. KT의 사업 구조는 크게 유선(초고속 인터넷, 미디어)과 무선(이동통신)으로 구분된다. 2016년 기준 매출은 유선 6조9901억원, 무선 7조418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KT가 준비하고 있는 ‘5G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회사’가 황창규 2기(2017~2018년 현재)의 미래 성장 전략이라면, 통신 본업 강화는 황창규 1기(2014~2016년) 핵심 전략이었다.

KT는 KT렌탈(현 롯데렌탈), KT캐피탈(현 애큐온캐피탈) 등 10여개 계열사를 매각했다. 2014년 56개사에 달했던 KT 계열사는 지난해 36개사로 감소했다.

2014년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기가 인터넷은 기존 100Mbps 초고속 인터넷보다 최대 10배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자랑한다. KT가 처음으로 선보인 뒤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KT 기가 인터넷 가입자 수는 출시 2년 만에 200만명을 넘어섰고, 2018년 1월 현재 4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통신 3사의 기가 인터넷 가입자 추정치 670만명 가운데 약 60%에 달한다. 5월에는 통신사 최초로 기가 인터넷 가입자 수가 전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KT는 2016년 매출 22조7436억원, 영업이익 1조43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1%와 11.4% 증가한 수치다. 2017년은 매출 22조9501억원, 영업이익 1조503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3년 전 KT의 성장세를 보면, 무선 사업은 둔화 추세였다. LTE가 성숙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유선 사업은 기가 인터넷, 인터넷 TV(IPTV)가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안으로 기가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10기가 인터넷’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미 2016년 국내 최초로 서울·경기·평창 등에 10기가 인터넷을 시범 적용했다.


성장비결 3 | 소통, 권한 이임의 조직 문화

2014년 적자를 기록한 KT는 2015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복귀했다. 이후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비통신 사업을 조정한 것도 있지만 기업 내 조직 문화를 180도 바꾼 것도 한몫했다. KT는 과거 수직적 문화의 대명사로 불렸다. 2002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수동적인 공기업 마인드가 조직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변화는 2014년 황창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KT는 소통, 협업, 권한 이임을 핵심 가치로 한 ‘1등 워크숍’을 만들었다. 1등 워크숍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계급장을 떼고 해결할 때까지 토론해 부서장이 바로 의사 결정할 수 있게 한 토론 시스템이다. 과거 상명하복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몇 가지 원칙도 있다. ‘문제를 드러내 놓고 토론한다’ ‘참여자 간 계급장 구분이 없다’ ‘부서 입장이 아닌 회사 공통의 가치, 고객 최우선 관점에서 논의한다’ ‘본사, 현장, 그룹사, 협력사까지 주제와 관련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임원이 즉시 결정하고 반드시 실행한다’ 등이다.

1등 워크숍은 시작한 첫해 현장에서 찾아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 해부터는 성과 창출, 아이디어 발굴, 전략 수립 등 그 주제가 다양해지고 확대됐다. 지난해까지 1등 워크숍을 통해 2403개의 의제를 도출·토론했고, 여기서 결정된 내용 중 70%를 실제 업무에 적용했다.

2016년 출시한 ‘KT 기업 전용 LTE’가 대표적인 사례다. KT 기업 전용 LTE는 직원 개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도 사내망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다. KT 기업사업컨설팅본부는 고객사 직원이 휴대전화를 업무용, 개인용으로 2대 들고 다니는 문제를 의제로 올렸고 토론을 거쳐 이 서비스를 구상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KT 기업 전용 LTE는 출시 5개월 만에 포스코 등 50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Plus Point

美·中·日, 5G 시장서 격돌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올해 하반기 5G 상용화에 나선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올해 하반기 5G 상용화에 나선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중국·일본이 5G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3G와 4G 상용화에선 한국에 한발 뒤졌지만, 5G 시장에선 앞서가기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맞춰 도쿄 지역부터 5G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해당하는 일본 총무성은 통신업체·정부 연구소와 함께 5G 실증 시험을 시작하는 등 총력 지원 체제를 구축했고, 연구·개발(R&D)에 약 6000억원을 투자했다. 3대 통신업체인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는 2023년 일본 전역에 5G망 구축을 완료하기 위해 51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공업정보화부가 통신사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국 내 5G망 구축 일정을 확정했다. 중국 3대 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올해 5G 표준을 선보이고, 2020년에 상용화한다는 목표 아래 약 3000억위안(50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5G 부문 R&D에 7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주요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가 최근 연내 상용화 목표를 밝혔다. 앞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6년 7월 세계 최초로 5G용 주파수 할당 계획을 승인하며 5G 조기 상용화에 박차를 가했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7월부터 5G 기술을 활용한 고정형 무선 액세스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상용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AT&T도 미국 내 12개 도시에서 모바일 5G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Plus Point

황창규 KT 회장
시대 변화 예측하고 선도하는 능력 탁월

박용선 기자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통하는 시대에서는 수많은 기기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초실시간 초대용량의 네트워크인 5G(5세대 이동통신)가 필수다. KT가 5G로 깜짝 놀랄 미래 세상을 만들 것이다.”

3년 전 황창규 KT 회장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한 말이다. 당시 황 회장은 ‘5G, 새로운 미래를 앞당기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지난해 2월 열린 ‘MWC 2017’에선 “KT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이 그리는 5G 세상은 ‘기가토피아(GIGAtopia)’로 요약된다. 기가토피아는 인간과 모든 사물이 기가 인프라로 연결되고, 융합 서비스를 통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활성화로 고객은 물론 산업, 국가 모두에 편리하고 활기찬 환경과 새로운 무대를 제공하는 세상이다.

특히 황 회장은 기가토피아에서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함께 ‘연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그동안 통신 기술 발전에서 핵심이었던 초고속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상호 결합하는 ‘지능형 네트워크(intelligent network)’가 차세대 통신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올해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를 시범 서비스한다. 황 회장의 계획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시대 변화를 예측하고 선도하는 것은 황 회장의 강점이다. 이는 과거 삼성전자 사장 재직 시절(2001~2009년)을 봐도 잘 나타난다. 횡 회장은 반도체 집적도와 관련, 기존의 철칙이었던 ‘무어의 법칙’을 무너뜨린 인물이다. 그는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ISSCC)에 참석,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하며 이를 주도하는 것은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이라고 밝히며 ‘황의 법칙’을 주장했다. 기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무어의 법칙’을 반박한 것이다. 황 회장의 주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며 새로운 법칙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그런지 황 회장은 직원들에게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차원이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신은 곧 혁신 기술”

통신이라고 하면 단순히 이동통신만을 생각하는 현재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통신은 곧 혁신 기술’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KT가 5G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황 회장은 비판적인 시각도 중요하게 여긴다. 기존의 것을 깨려면 비판 정신은 기본이다. 황 회장은 ‘한국경제를 만든 이 한마디’란 책에서 이렇게 밝혔다. “내 사무실에는 나를 칭찬하는 사람은 못 들어오게 한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나가라고 발로 찬다. 내 사무실에는 ‘이러면 안 됩니다, 저러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만 들어오게 한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