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올리브영’ 강남본점 1층. 립스틱·파운데이션·마스카라 등 다양한 색조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올리브영’ 강남본점 1층. 립스틱·파운데이션·마스카라 등 다양한 색조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이 분홍색 립스틱은 딱 내 스타일인데, 한번 칠해볼까?” “잘 어울린다.” “그래? 그럼 하나 사야겠다.” “달달한 향(바디·헤어 미스트)이 괜찮네. 할인도 하고, 이 제품도 사야지. 브랜드도 다양하고 앞으로 자주 놀러오자.”

3월 2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올리브영’ 강남본점에서 쇼핑하는 고객들의 대화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즐기고 있었다. 올리브영은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헬스앤드뷰티(H&B·Health & Beauty) 스토어다. 화장품과 뷰티 제품, 건강 관리 제품, 일상 잡화, 일반의약품, 음료수와 과자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에 편안함 주는 ‘언택트’ 서비스

올리브영 강남본점 곳곳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숨어 있다. 올리브영 사업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총매출 중 약 80%를 차지한다.

“어서 오세요. 올리브영입니다.” 한 고객이 올리브영 강남본점에 들어서자 근처에 있던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친절했다. 하지만 과한 친절은 아니었다. 제품을 자유롭게 구경하고 구매하길 원하는 고객은 매장 직원의 과한 친절과 서비스에 ‘제품을 꼭 사야 한다’는 일종의 불편함을 느낀다.

화장품과 뷰티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올리브영의 고객은 대부분 여성이다. 그들은 나름 메이크업 전문가로, 알아서 쇼핑을 한다. 그래서 올리브영 매장 직원은 고객이 요청하기 전까지 고객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물론 고객이 무엇인가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면 “필요하면 말씀해주세요”라며 서비스를 준비한다.

이런 올리브영의 서비스 정책은 고객이 자유롭게 테스터 제품(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 사용할 수 있도록 매장에 비치한 견본품)을 사용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객과 직원의 접점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언택트(untact) 서비스’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의미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언택트 서비스는 자유롭게 매장을 둘러보면서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비대면 서비스를 말한다. 이를 위해 CJ올리브네트웍스는 고객이 보다 자유롭고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개발, 올리브영 강남본점에 설치했다. 강남본점이 ‘스마트 스토어’라고 불리는 이유다.

대표적인 디지털 기기로는 ‘스마트 테이블’ ‘가상 메이크업 태블릿 PC’ 등을 꼽을 수 있다. 강남본점에 들어서면 큰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다. 이 테이블에 제품을 올려놓으면 해당 제품의 정보, 홍보 영상, 매장 내 제품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매장 직원을 부르지 않아도 제품 효과, 사용법,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테이블 옆에는 가상 메이크업 태블릿 PC가 설치돼 있다. 이 태블릿 PC는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가상으로 화장을 해준다. 립스틱 등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면 직접 바르지 않아도 화장 후 모습을 볼 수 있다. 고객은 이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즐거워한다. 올리브영의 언택트 서비스가 ‘펀(fun)’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즐기면서 제품을 사용하고 구경하면 매장 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된다.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도 즐기는 사람들은 또 매장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화장품·뷰티 제품 강화

올리브영 강남본점은 지난해 9월 30일 문을 열었다.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올리브영 일반 매장과 비교했을 때 약 10배 높은 수치다. 강남본점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강남 상권을 철저히 분석, 상권 맞춤형 매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강남본점은 총 4층 규모인데, 색조 화장품 수요가 많은 강남 상권 특성을 반영해 1층을 색조 제품(립메이크업·파운데이션·마스카라·라이너 등)만으로 구성했다. 최근 한 달간 강남본점 매출 비율을 보면, 색조가 40%를 차지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인기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난 인디 브랜드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며 색조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한 카테고리 제품과 관련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 것도 올리브영의 강점이다. 한자리에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비교,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남본점 2층에는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특히 마스크 팩은 브랜드만 50여 개가 넘는다. 마스크 팩은 ‘1일 1팩’이란 유행어와 함께 여성 고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뷰티 트렌드를 읽고,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빠르게 소싱(sourcing·조달)하는 능력도 올리브영의 경쟁력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강남본점 외에 명동본점, 대구본점도 지역 상권을 고려해 매장을 구성했다. 명동본점의 경우 해외 관광객이 많아 그들이 즐겨 찾는 스킨케어 등 기초 화장품을 1층에 전면 배치했다. 올해 2월 대구 동성로에 오픈한 대구본점은 상권 유동인구의 연령층이 20대 초반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해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보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신진 브랜드 중심으로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매장 980여 개, 시장 점유율 65%

올리브영 강남본점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을 가면 ‘교대점’이 있다. 이 매장은 강남본점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 단층으로 구성됐고, 가상 메이크업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이 테스터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은 강남본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대점은 상권에 맞춘 매장이라기보다는 화장품과 뷰티 제품, 건강 관리 제품, 일상 잡화, 일반의약품, 음료수, 과자 등의 제품을 골고루 판매하고 있다.

사실 교대점 같은 매장이 올리브영의 일반적인 매장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런 매장을 2018년 현재 980여 개 운영하고 있다. 2013년 375개에 비해 600개가량 늘어난 규모다. 매장 수 기준 업계 1위다. 시장 점유율은 약 65%에 달한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외형을 키우며 성장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마찬가지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다. 올리브영 매장을 운영, 제품을 유통·판매한다. 유통 마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매장 수를 늘리면서 제품 판매량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1조5260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을 기록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20년까지 매장을 약 15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는 외형을 확대하며 2015년부터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2018년 현재 시장 선점 효과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는 단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1조9100억원, 영업이익 119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Plus Point

美 드러그스토어 벤치마킹
국내 시장 2조원 규모

국내 헬스앤드뷰티(H&B·Health & Beauty) 스토어는 미국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를 벤치마킹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드러그 스토어는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됐다. ‘드러그(drug·약)’란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 사업 초기 의약품을 주로 판매했고 이후 화장품, 건강 관리 제품, 일상 잡화 등으로 판매 상품군을 확대했다. 미국 월그린(Walgreens), CVS, 라이트에이드(Rite Aid)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국의 H&B 스토어의 경우 화장품과 뷰티 제품, 건강 관리 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약사법에 의해 소비자가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부 일반의약품 외에는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가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H&B 스토어 시장이 형성됐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10년 이후 화장품·뷰티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함께 성장했다. 화장품·뷰티 제품 카테고리를 세분화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비교한 후 직접 사용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 통했다.

국내 H&B 스토어 시장 규모는 2011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 가까이 커졌고, 2020년에는 2조7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올리브영을 비롯해 GS리테일의 ‘랄라블라(구 왓슨스)’, 롯데쇼핑의 ‘롭스’ 등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Plus Point

CJ그룹 오너 2세 경영권 승계 열쇠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 오너 2세의 경영권 승계 열쇠를 쥔 계열사로 여겨진다. 현재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장녀 이경후 CJ제일제당 상무가 언젠가는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장과 이 상무가 CJ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선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 CJ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부장과 이 상무는 CJ 지분율이 미미한 상태다. 이 상무가 0.56%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재현 회장은 CJ 지분 42.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재계는 이 부장과 이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활용, CJ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이 상무는 지분 6.91%를 보유하고 있다.

두 가지 방법이 예상된다. 이재현 회장이 이 부장과 이 상무에게 CJ 주식을 증여한 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활용, 상속 증여세를 내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가 주식시장에 상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합병을 통해 이 부장과 이 상무의 CJ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도 거론된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