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대전 신탄진 담배 제조 공장. KT&G의 대표 제품 ‘에쎄’가 적재 창고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 KT&G>
KT&G의 대전 신탄진 담배 제조 공장. KT&G의 대표 제품 ‘에쎄’가 적재 창고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 KT&G>

12월 12일 KT&G의 대전 신탄진 담배 제조 공장. 특유의 향이 가미된 잘게 잘린 담배 원료(담뱃잎)가 궐련 제조기에 투입돼 담배 1개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 개 라인에서 1분에 무려 1만2000개비가 생산된다. 하루 담배 생산량은 2억개비에 달한다. 주요 생산 제품은 초슬림 담배 ‘에쎄’다. 생산된 담배는 1갑(20개비), 1보루(10갑), 1상자(500갑)로 순차적으로 포장되고 무인 적재·운반 로봇에 의해 분류돼 물류센터로 옮겨진다. ‘원료 가공→담배 제조→포장→보관 및 출하’로 이어지는 신탄진 공장의 생산 시스템은 99% 자동화됐다.

신성식 KT&G 신탄진 공장장은 “전문 인력과 더불어 원료 가공에서 포장 공정에 이르기까지 자동화된 첨단 시설은 신탄진 공장의 최대 강점이다”며 “단 한 번의 과정으로 자동 생산되는 담배 품질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고 말했다.

KT&G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KT&G는 국내 대표 담배 제조 업체다.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KT&G는 2013년 이후 고속 성장하고 있다. 매출은 2013년 3조8216억원에서 2016년 4조5032억원으로 1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33억원에서 1조4701억원으로 45% 성장했다.


원료 가공부터 포장까지 원스톱

KT&G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KT&G는 대전 신탄진, 경상도 영주, 전라도 광주에 담배 제조 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 888억8000만개비(44억4400만갑)의 담배를 생산했다. 김천 담배 원료 공장과 천안 포장재 인쇄 공장도 운영하며 담배 생산·제조 관련 ‘원스톱 시스템’을 갖췄다.

담배 생산량이 가장 많은 신탄진 공장은 1965년 건설됐으며 2014년 설비 확장을 마무리했다. 이 공장의 연간 담배 생산량은 750억개비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600억개비의 담배를 생산했다.

신탄진 공장의 강점은 생산 속도와 자동화 시스템이다. 이 공장은 총 44개의 생산 라인을 3교대로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물론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에 맞춰 생산 라인을 돌린다. 한 개 라인에서만 1분에 1만2000개비의 담배를 생산한다. 김천 공장에서 조달한 담배 원료를 가공한 후 궐련지(담배를 감싸는 종이)로 말고 필터를 연결하는 담배 제조 과정을 거친다. 이후 천안 공장에서 제작한 담뱃갑에 포장해 물류센터로 옮겨진다. 이 공정은 99% 자동화됐다.

현장 근로자는 중앙 컴퓨터가 설계한 대로 생산 라인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불량품도 시스템이 스스로 점검한다. 담배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궐련지가 제대로 말렸는지 등을 확인하고, 불량품이라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담배를 걸러낸다.


KT&G는 2002년 민영화됐다. 이를 통해 KT&G는 인력을 감축하고 시설을 줄여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동시에 제품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KT&G의 임직원 수는 1997년 7680명에서 2002년 4768명, 지난해 3978명으로 감소했다. 국내 생산 공장(포장재 인쇄 공장 포함)은 1997년 9개에서 2002년 6개, 지난해 4개로 줄었다. 원료 공장 역시 1997년 6개에서 지난해 1개로 감소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인당 노동 생산성은 1997년 대비 3.8배 향상됐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1997년 4.9%에서 지난해 32.6%로 대폭 증가했다.

브랜드 매니저 시스템도 도입했다. 각 담배 브랜드를 따로 관리·경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KT&G의 대표 브랜드인 에쎄를 보자. KT&G는 1996년 에쎄를 출시했다. 에쎄는 40대 남성 흡연자를 중심으로 ‘기존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KT&G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브랜드를 더욱 확장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건강을 염려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타르 함량을 낮춘 ‘에쎄 프라임, 원, 필드’를 차례로 선보였다. 2006년에는 대나무를 소재로 한 ‘에쎄 수’를 출시했다. 개성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에쎄 엣지, 센스’도 시장에 내놨다.


소비자 기호 반영해 신제품 출시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초슬림 제품에 가향 캡슐 필터를 적용한 ‘에쎄 체인지’를 출시해 기존 40대 위주 고객층을 20~30대로 확대해 나갔다. 2016년에 선보인 ‘에쎄 체인지 업’은 하나의 제품에서 두 가지 맛이 나는 독특한 담배로 다양한 연령층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브랜드 경영·확장 전략을 통해 에쎄는 2017년 현재 총 23종의 서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KT&G는 보헴 12종, 레종 10종, 더원 6종, 디스 6종, 심플 4종 등 제품별로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보유, 판매하고 있다.

2017년 현재 KT&G의 최대 주주는 지분 9.89%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고, 기업은행(7.53%), 글로벌 투자 자문사인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5.48%),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5.47%) 등이 주요 주주다.

KT&G는 1990년대 들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KT&G는 2017년 현재 중동·동남아시아·유럽·미국 등 50여 개국에 담배를 수출하고 있다. 대표 수출 제품은 에쎄다. KT&G가 지난해 해외에서 올린 담배 사업 부문 매출은 9414억원이다. 전체 매출(4조5032억원)의 21%에 해당한다.

KT&G는 1988년 국내 담배 시장이 개방된 후 글로벌 담배 제조 업체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선 흡연 인구 감소로 내수 시장 정체라는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KT&G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1년 이란·터키 등 중동 국가와 러시아에 진출했고, 2010년 이후 동남아시아와 북중미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제품을 보다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현지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KT&G는 2008년 터키를 시작으로 2009년 이란, 2010년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2011년에는 세계 담배 시장 4위인 인도네시아의 현지 담배 업체 ‘트리삭티’를 인수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5800만 명으로 중국·인도·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다. 남성 흡연율은 70%에 달한다. 정향이라는 향료가 첨가된 인도네시아 전통 담배 ‘크레텍’이 현지 시장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KT&G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판매점. <사진 : KT&G>
KT&G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판매점. <사진 : KT&G>

중동·러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

KT&G는 이런 인도네시아 시장 특성을 반영, 2014년 에쎄에 정향을 첨가한 ‘에쎄 크레텍’을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지난해 8월에는 ‘에쎄 베리팝’을 선보였고, 6개월 만에 4200만개비 이상의 담배를 판매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KT&G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21억5000만개비의 담배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KT&G의 해외 전체 담배 판매량을 보면 2015년 465억개비를 기록해 국내 판매량(406억개비)을 최초로 추월했다. 지난해에는 487억개비를 판매하며 2년 연속 최고 판매량을 경신했다. 해외 사업을 본격화한 2005년(285억개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70.9% 증가했다.

KT&G는 해외 사업을 더욱 강화해 2025년까지 ‘글로벌 톱 4 담배 업체’로 성장할 계획이다. 주력 시장(중동·러시아) 외에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해 해외 담배 판매량을 현재보다 4배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Plus Point

궐련형 전자 담배 ‘릴’ 출시

KT&G의 궐련형 전자 담배 ‘릴’. <사진 : KT&G>
KT&G의 궐련형 전자 담배 ‘릴’. <사진 : KT&G>

KT&G는 올해 11월 전자 담배 ‘릴’을 출시했다. 릴은 연속 사용이 가능하고 휴대와 관리가 간편한 일체형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번 충전으로 20개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손 안에 쏙 잡히는 크기와 90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하기 편리하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통해 그립감도 높였다.

‘릴(lil)’은 ‘a little is a lot’의 약어로 담배 냄새와 연기 등은 줄이면서 소비자는 만족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색상은 크리미 화이트와 사파이어 블루 두 가지다. 판매 가격은 9만5000원이다. 릴 전용 담배인 ‘핏(fiit)’은 차세대 전자 담배에 최적화된 궐련 제품이란 뜻으로, ‘핏 체인지’와 ‘핏 체인지 업’ 두 종류가 있다. 다양한 맛을 구현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고, 가격은 1갑당 4300원이다.

KT&G 관계자는 “11월 20일 서울 지역에 릴을 출시했는데, 5일 만에 2만 대 이상 판매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Plus Point

백복인 KT&G 사장
품질실명제 도입해 신뢰도 높인 담배 산업 전문가

박용선 기자

백복인 KT&G 사장은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공채 출신 첫 최고경영자(CEO)다. 1993년 입사 이후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 연구·개발(R&D) 등 각 분야에서 풍부한 업무 경험을 쌓았다. 특히 터키법인장, 마케팅본부장, 생산·R&D부문장,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담배 산업 전문가다.

2011년 마케팅본부장 재임 당시에는 하락 추세였던 KT&G의 내수 시장 점유율을 58%대에서 62%로 끌어올린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 담배 업계 최초로 ‘품질실명제’도 도입했다. 품질실명제란 대전 신탄진 공장 등에서 담배를 제조하는 근로자의 이름과 생산 날짜를 담뱃갑에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KT&G는 담배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였고, 직원의 품질 의식도 한층 강화했다.

백 사장은 KT&G의 장기 발전을 위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균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전략적 목표다. 이를 위해 KT&G는 회사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국내 담배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삼 사업과 부동산, 화장품, 제약 사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KT&G의 성장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소통·자율 강조

KT&G는 KGC인삼공사(홍삼 생산 및 판매), 코스모코스(화장품), 영진약품(의약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홍삼 브랜드 ‘정관장’으로 유명한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백 사장은 2015년 10월 CEO 취임 직후 KT&G가 지속 성장하기 위한 ‘투명·윤리’ ‘소통·공감’ ‘자율·성과’ 등의 경영 어젠다를 제시했다. 우선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고 흔들림 없는 ‘바른 기업’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는 ‘투명·윤리 경영’을 강조했다. 백 사장은 “투명과 윤리는 KT&G가 지속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신념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KT&G는 기존 윤리경영실을 윤리경영감사단으로 확대하면서 감사위원회 직속 체제로 전환해 감사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백 사장은 조직 내 화합을 실현할 수 있는 소통·공감 경영도 펼치고 있다. KT&G는 2015년 10월 기업 문화를 재구축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상상실현위원회’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조직 내외부와 세대를 아우르는 열린 소통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것이 백 사장의 복안이다.

KT&G 관계자 “상상실현위원회는 기업 문화 진단과 바람직한 변화 방향,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 현장 중심의 스킨십 강화, 조직 내 계층 간 화합 등 3대 주제를 정하고 사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사장은 임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인사·교육 제도를 혁신하고,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KT&G는 단위사업부별 독립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평가·보상과 연계하는 책임 경영 체제를 확대·강화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