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아이에스동서의 주상복합아파트 ‘W’ 조감도. 내년 초 완공 예정이고, 100% 분양됐다. <사진 : 아이에스동서>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아이에스동서의 주상복합아파트 ‘W’ 조감도. 내년 초 완공 예정이고, 100% 분양됐다. <사진 : 아이에스동서>

건설·건자재 종합 업체 ‘아이에스동서’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에 매출 1조7241억원, 영업이익 30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2017년 상반기 매출 9380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7%, 17.8% 증가했다.

아이에스동서가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의 사업 전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권 회장은 1975년 현대건설 토목사업부를 분리·독립시켜 아이에스동서(당시 벽제콘크리트)를 세웠다. 콘크리트 파일 등 기초 건설자재 생산에 주력했고, 1989년 본격적으로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주택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권 회장의 전략이 빛을 발한 시기는 2000년 중반부터다. 건설 경기가 호황이던 당시 권 회장은 주택 사업 비중을 조절했다. 다른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을 확대하던 것과는 정반대 전략이었다. 대신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경쟁 기업이 호황이라며 사업을 키울 때 한발 뒤로 물러나 내실을 다진 것이다.


건자재 사업 병행해 건축 단가 낮춰

경영, 투자에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심리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좋다고, 사람들이 다 한다고, 따라 하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회사에 맞는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

권 회장은 다른 건설사들이 외형 성장에 집중할 때 건설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자재, 서비스업을 강화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서다. 그는 건설업을 하면서도 “경기 부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주택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늘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아이에스동서는 2008년 건자재 업체 동서산업(콘크리트·타일·위생도기 생산)을 인수했고, 2010년에는 비데 제조 회사 삼홍테크, 2011년에는 건설장비와 사무기기 임대 업체 한국렌탈, 2014년에는 콘크리트·레미콘 제조 업체 영풍파일과 중앙레미콘을 사들였다. 올 초에는 건설 폐기물 처리 업체 인선이엔티를 인수했다.

건설 부문과 콘크리트, 요업(타일·위생도기 등) 등 건자재 부문을 잇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것이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착공 초기에 우리가 만든 콘크리트 제품을 사용하고, 분양 이후 타일·위생도기·비데 등 마감재 역시 우리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이에스동서의 사업은 크게 건설, 콘크리트 파일, 요업, 렌털(건설 장비, 정보기기 임대), 해운(선박 운송)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건설 사업 비율이 총매출(9380억원, 2017년 상반기 기준)의 70.3%로 가장 높다. 콘크리트 파일 12.9%, 요업 10.7%, 렌털 6.7%를 차지한다.

아이에스동서는 부산 남구 용호동에 2018년 초 완공을 앞둔 주상복합 아파트 ‘W(더블유)’를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W 프로젝트는 사업 규모가 1조4000억원으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크다. 지하 6층 지상 69층(233m)의 초고층 4개동(1488가구, 전용면적 98~244㎡)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아이에스동서가 직접 시공한다.


부채비율 45%로 낮은 편

초고층 주택 건축은 기술력이 없거나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규모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때문에 대형 건설사라고 해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은 자금난과 저조한 분양률 등으로 초고층 주택 사업을 꺼렸다. 그러나 아이에스동서는 반대였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행과 함께 직접 시공까지 맡았다. W는 현재 100% 분양됐고, 부산 용호만 일대의 풍광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국내외 전문 업체와 협력하며 W의 상품성을 높였다.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로랑 살로몽(Laurent Salomon)이 참여한 프랑스 ASA의 디자인을 도입했고, 사각형 설계로 실내에 기둥을 없앴다. 이를 통해 전용률을 99.2%까지 끌어올렸다. 보통 주상복합 아파트의 전용률은 68%다.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또 건물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기존 주민의 조망권도 보장했다. 단지 내 공원은 바다와 어울리는 지상 낙원 콘셉트로 삼성물산이 조성했다. 건설사업관리(CM) 전문 업체 한미글로벌이 현장 시공에 참여하며 기술적인 시너지를 냈고, 보다 안전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도 주력했다.

콘크리트·위생도기·타일 등을 제조 사용해 분양가도 낮췄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주택 건설 중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건자재를 우리가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제품 구성력이 좋고 원가 경쟁력이 높다”며 “이를 통해 주상복합 아파트 W의 품질은 높이고 분양가는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 100%를 넘기지 않는다.’ 아이에스동서의 재무 원칙이다. 이는 권 회장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1980년대 경남 1위 건설사였던 신동양건설 부사장으로 일했다. 당시 경영진 보증을 섰다가 회사가 자금난으로 부도가 났고 전 재산을 날렸다. 이후 재무 안정은 권 회장의 경영 철칙이 됐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아이에스동서의 부채비율은 44.9%다. 지난해는 43.6%, 2015년에는 55.6%였다. 현대건설(130.5%, 2017년 상반기 기준) 등 국내 대형 건설사와 비교해도 부채비율이 낮다. 건설업은 자본을 조달해 사업하는 레버리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권 회장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에스동서가 건설 회사임에도 사옥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 회장은 “사옥 지을 때 들어가는 비용은 ‘죽은 돈’이다”며 “사옥 지을 돈이 있으면 차라리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에스동서는 기존 주택 건설·분양 사업에서 나아가 지식산업센터·주거·호텔·복합상가 시설이 복합된 콤플렉스 단지 개발과 더불어 개발된 부동산 자산에 대한 운용·관리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동시에 아프리카 등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Plus Point

interview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망치 회장’ 별명… 원칙대로 짓지 않으면 부숴 버려

박용선 기자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은 회사 내에서 ‘망치 회장님’으로 통한다. 건설 현장이나 모델하우스를 수시로 찾아가 원칙대로 짓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망치로 부숴버리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강조하는 품질 제일주의다. 아이에스동서의 고속 성장 비결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때 기업이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기업은 정체하면 고인 물과 같아서 썩는다”며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선 변화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영인으로서 갖고 있는 신념과 포부는.
“기업은 두 발 달린 자전거와 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넘어진다. 주위에서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고 말하지만,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라 한가하면 불안해서 뭐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지금도 노력한다. 기업은 정체하면 고인 물처럼 썩는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선 변화하고 움직여야 한다.”

주택 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아이에스동서가 공급하는 아파트는 30~4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설계와 인테리어를 적극 반영해 인기를 끌었다. 젊은 세대 소비자는 아파트 평면 효율성과 디자인을 중요시한다. 아이에스동서의 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은 주 소비자인 젊은 여성의 요구에 맞춰 전 가구 남향 배치, 전용면적 99㎡대의 4베이(bay) 설계 등 자연의 햇살과 바람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짓는 아파트는 주거와 조경에 있어 친환경적인 공간을 꾸미는 데 차별화를 뒀다.”

문암장학문화재단을 설립한 계기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조금 더 책임감을 갖기 위해 지난해 4월 문암장학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을 통해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을 후원하고 있다. 민·관·학이 협력해 저소득층 우수 인재를 위한 장학 사업, 교육환경 개선 사업, 다양한 계층의 인재 발굴을 위한 산업인재 육성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아이에스동서의 회사 미션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더 나은 내일을 디자인한다. 모두가 꿈꾸는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실현시킨다’이다. 건설업은 물론 욕실 리모델링 서비스, 건자재 제조 등 소비자의 주거 만족도와 관련된 서비스 분야가 주요한 사업 영역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에 나설 것이다. 욕실 서비스 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B2C(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도 확대하고, 건설과 건자재 부문의 사업적 시너지도 꾸준히 강화할 계획이다. 대규모 용지를 확보해 지식산업센터·주거·호텔·복합상가 시설이 복합된 콤플렉스 단지를 개발하는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사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