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동안 서브 터미널’. 자동 분류 장치 ‘휠소터’가 택배 상자를 지역별로 분류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50여개 서브 터미널에 자동 분류 시스템을 설치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임영근>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동안 서브 터미널’. 자동 분류 장치 ‘휠소터’가 택배 상자를 지역별로 분류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50여개 서브 터미널에 자동 분류 시스템을 설치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임영근>

9월 25일 오전 9시 20분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동안 서브 터미널’. 화물 차량에서 하차된 택배 상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다. 이후 자동 인식 장치(ITS)를 통과한 택배는 바코드에 적힌 위치 정보에 따라 자동 분류 장치 ‘휠소터(Wheel Sorter)’에 의해 지역별로 분류된다. 메인 컨베이어 벨트 라인이 하나 있고 동안구 관양동, 비산동, 평촌동, 호계동, 범계동 등 지역별로 라인을 나눠 분류하는 식이다. CJ대한통운 동안 서브 터미널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전체 택배 배송을 맡고 있다. 하루 취급 택배 물량은 3만5000 상자에 달한다.

동안 서브 터미널 택배 기사들은 예전에는 아침 일찍 출근해 자신이 배달할 화물을 직접 수작업으로 골라냈다. 사람이 하다 보니 속도가 더디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오전 7시에 출근해 분류 작업을 끝내면 오후 1시였다. 배송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자동 분류 시스템으로 배송시간 3시간 단축

그러나 올해 4월 ITS, 휠소터 등 자동 분류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업무 환경이 180도 바뀌었다. 무조건 ‘오전 7시 출근, 오후 1시 배송 시작’이 아니라 3개 팀(7시, 9시 30분, 12시 출근)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오전 7시에 출근한 택배 기사는 9시 30분에 배송을 시작할 수 있고, 9시 30분 출근자는 11시, 12시 출근자는 오후 1시 30분부터 배송을 한다. 자동 분류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택배 분류 시간을 기존 5~6시간에서 1시간 30분~2시간 30분으로 단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은 높이고, 택배 기사의 업무 강도는 낮췄다. 소비자 역시 보다 빠른 시간에 택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전국 50여개 서브 터미널에 자동 분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김정균 CJ대한통운 군포지점 차장은 “택배 자동 분류 시스템을 도입해 과거 오후 배송 시스템을 오전 배송으로 바꿨다”며 “내년 4월까지 200여개 CJ대한통운 서브 터미널 전체에 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성장비결 1 | 규모의 경제, 확장하고 다지기

CJ대한통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CJ대한통운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6조819억원, 영업이익 228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20.3%, 22.4%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조3027억원, 영업이익 1129억원을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최대 물류업체다. 특히 택배 시장에서 점유율 45%를 기록,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비결은 ‘규모의 경제’에 있다. 택배를 비롯한 물류업은 터미널, 운송 수단 등 대규모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7년 현재 CJ대한통운은 대전에 메인 터미널 1개와 4개 허브 터미널(경기도 용인과 군포, 충북 옥천과 청원)을 두고 있다. 1메인 4허브 터미널은 서울·인천·대전·부산·광주 등 전국 각지에 있는 200여개 서브 터미널과 연결된다. 전체 택배 기사는 약 1만7000명에 달한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은 전국 어디든 2일 안에 택배 배송이 가능하다.

CJ대한통운이 취급하는 택배 물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07년 1억2200만 상자의 택배를 배송했고, 2010년에는 2억2600만 상자, 2013년 5억3500만 상자, 2015년 7억5000만 상자, 지난해에는 9억400만 상자를 취급했다. 지난해 기준 하루 택배 취급 물량은 300만 상자다.

모든 사업은 성장하기 위해 확장하고 조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물류업의 성장 포인트가 규모의 경제라고 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작업도 중요하다. CJ대한통운은 그 시점을 CJ GLS와 합병할 때로 잡았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CJ GLS와 합병하면서 주요 배송 거점을 통합, 재배치했다. CJ대한통운은 ‘고도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두 물류 기업이 합병하면서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겹치는 터미널은 하나로 합치고, 불필요한 터미널은 없애는 게 핵심이다. 운영상 필요한 지역에는 새로운 터미널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은 택배 배송 시간을 기존보다 30~50% 줄일 수 있었다.

현재는 다시 사업 확장 시기다. CJ대한통운은 경기도 광주에 ‘메가 허브 터미널’을 건설 중이다. 이 터미널은 시설과 분류 능력 면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로 총면적이 축구장 40개(30만㎡·약 9만평)에 달한다. 하루 162만 상자의 택배 분류 능력을 갖춘 자동화 물류 시스템도 설치한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은 총 3819억원을 투자, 내년 6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국내 전체 택배 물량이 2017년 20억 상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포화 상태에 이른 택배 인프라 추가 증설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특히 수도권은 전국 택배 물량의 60% 이상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성장비결 2 | 물류는 곧 기술, R&D 강화

기술은 물류업이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만큼 그 안에 들어가는 시스템과 장치를 개발·설치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업계에 “물류는 곧 기술”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CJ대한통운이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 분류 시스템(ITS, 휠소터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CJ대한통운은 자동 분류 시스템을 서브 터미널에 도입해 국내 택배 시장의 배송 시스템을 오후에서 오전으로 바꿨다. 특히 휠소터는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이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자체 개발했다.

CJ대한통운은 ‘TES’라는 기술 개발 개념을 토대로 물류업의 자동화 및 무인화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TES는 테크놀로지(Technology), 엔지니어링(Engineering), 시스템 & 솔루션(System & Solution)의 약자다. 현재 대한통운은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며 물류센터 내 화물 이동 작업을 하는 ‘자율주행 운송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는 국토교통부 과제로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포장 업무를 자동화한 ‘스마트 패키징 시스템’도 이 같은 기술 연구의 결과물이다. CJ대한통운은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 차량 화물 상·하역 작업도 자동화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중이다. 물류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물류 센터, 터미널의 운영을 최적화하는 연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택배, 기업 물류(CL) 차량의 동선을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찾거나 택배 화물의 부피를 빅데이터화해 배차와 터미널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성장비결 3 | 해외 물류 기업 인수·합병

글로벌 인수·합병(M&A)도 CJ대한통운의 성장 비결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글로벌 TOP5 물류기업’ 도약을 목표로 전 세계 물류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범아시아 지역에 걸친 자체 일괄 물류 네트워크를 갖춰 아시아 1위 물류기업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2013년 중국 중량물 전문기업 CJ스마트카고를 인수했고, 2015년에는 중국 최대 냉동·냉장 물류기업 CJ로킨을 인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 TCL그룹과 물류합작법인 CJ스피덱스를 설립했고, 9월에는 말레이시아 물류기업 CJ센추리 로지스틱스를, 11월에는 인도네시아에 축구장 4개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사들였다. 올해 3월에는 필리핀 5대 물류기업인 TDG그룹과 합작법인 CJ트랜스내셔널 필리핀을 설립해 필리핀 전역을 대상으로 택배 사업과 웹, 모바일 기반 자동 배차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4월에는 인도 수송 분야 1위 기업 다슬 로지스틱스와 중동·중앙아시아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중량물 분야 1위 물류업체 이브라콤을 인수해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중앙아시아까지 범아시아 지역을 망라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권오경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CJ대한통운이 현지 물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갖춘 기업을 인수·합병한 후 그동안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선은 아시아에 집중한 후 미국, 유럽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매출 1조8972억원을 기록했다. 총매출(6조819억원)의 31.2%에 달하는 금액이고, 전년 대비 33.8% 증가했다.


성장비결 4 | 실버 택배 등 노인 일자리 창출

CJ대한통운의 ‘실버 택배’ 사업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지속성장 차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실버 택배 사업은 화물 차량이 아파트 단지까지 택배를 싣고 오면 지역 거주 노인들이 친환경 전동 카트를 이용해 각 가정까지 배송하는 사업이다.

고령 사회에 필요한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회사의 배송 서비스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CJ대한통운의 대표적인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모델로 꼽힌다. CSV란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마이클 유진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2011년 언급한 후 기업 경영의 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보건복지부와 시니어 일자리 창출 업무 협약(MOU)을 체결한 후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인천·전남 등 전국 지자체와 실버 택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물류 시스템을 통해 택배 물량을 공급하고 친환경 배송 장비를 제공한다. 지자체는 행정·예산 지원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인력 수급과 교육 등을 담당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CJ대한통운은 2017년 현재까지 전국 150개 거점에 1100여개의 노인 일자리를 창출했다.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는 “실버 택배의 특징은 기업과 지역사회, 공공기관 등 사회 구성원이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협업한다는 점”이라며 “실버 택배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
“노인 일자리 창출, 배송 서비스 강화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박용선 기자

박근태 대표는 CJ대한통운의 성장 비결로 자동화 등 첨단 물류 기술 개발과 대규모 투자를 통한 사업 역량 강화, 인수·합병(M&A)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비유기적(inorganic) 사업 확장을 꼽았다. 박 대표는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실버 택배 사업도 CJ대한통운 성장의 한 축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까지 글로벌 5대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은.
“세 가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첫 번째, TES(Technology, Engineering, System & Solution) 및 컨설팅 역량 강화다. TES 기반으로 미래 첨단 물류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해외 시장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대규모 투자를 통한 기업 물류(CL), 택배 포워딩 등 사업 역량 강화다. 경기도 광주에 ‘메가 허브 터미널’을 세우고, 서브 터미널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 M&A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비유기적 사업 확장이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중국·동남아시아·중동 등에서 6건의 M&A를 했고, 합작법인 2개사를 설립했다.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율을 64%로 올릴 계획이다.”

내년에 경기도 광주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을 가동한다. 기대하는 효과는.
“경기도 광주 메가 허브 터미널은 하루 162만 상자의 택배를 분류할 수 있고, 10t 이상 화물차 850여 대가 동시에 상·하역 작업을 할 수 있다. 자체 개발 중인 세계 유일의 택배 자동 상·하역 장치, 상품의 크기와 이미지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복합 화물 인식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CJ대한통운의 기술력을 총집합해 메가 허브 터미널을 건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 택배 하루 2번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갈수록 배송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CJ대한통운의 대책은.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4월부터는 가정간편식(HMR) 새벽 배송을 하고 있다. IT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협력해 구매 상품을 3시간 이내에 배달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현재 서울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수도권으로 배송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버 택배’ 사업의 성과와 향후 계획은.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노인 일자리 3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9월 18일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도심 물류 시스템 구축 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노년층 일자리가 늘어날 뿐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실버뿐 아니라 발달장애우, 저소득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