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이 2019년 준공 예정인 아파트 ‘부산 아시아드 하늘채’ 조감도. <사진 :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벌이 2019년 준공 예정인 아파트 ‘부산 아시아드 하늘채’ 조감도. <사진 : 코오롱글로벌>

‘종합상사의 변신’, 코오롱글로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회사는 1954년 무역업으로 시작했다. 1960년엔 건설업, 1987년엔 수입차 판매 사업에 진출했고, 현재 두 사업은 코오롱글로벌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됐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매출 3조1850억원과 영업이익 6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1%, 43.9%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역시 매출(1조6914억원)과 영업이익(282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9.5%, 9.3% 늘었다.


코오롱글로벌이 2016년 완공한 요르단 암만 남부 하수처리장. <사진 :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벌이 2016년 완공한 요르단 암만 남부 하수처리장. <사진 : 코오롱글로벌>

성장비결 1 | 다각화한 사업 포트폴리오

건설, 무역, 자동차 판매(유통), 스포츠 등 다각화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코오롱글로벌의 성장 전략 중 하나다. 시장 변화를 읽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추가한 것이다. 1954년 설립된 코오롱글로벌(당시 사명은 ‘개명상사’)은 무역업을 하다가 1960년 코오롱건설과 합병한 후 건설업을 주력으로 성장했다. 이후 1987년 코오롱모터스를 설립, BMW 수입 판매를 시작했다.

2011년에는 코오롱아이넷(무역 부문)과 코오롱B&S(유통)를 인수하며 무역·유통 사업을 강화했다. 올해 상반기 코오롱글로벌의 사업별 매출 비율을 보면 건설 부문이 44.7%로 가장 높고, 자동차 판매 34.1%, 무역 20.2%, 스포츠·기타 1%순이다.

코오롱글로벌 건설 부문은 토목·건축·플랜트 등 일반 건설과 주택건설·해외건설 등 건설업 전반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선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동차 판매 부문은 BMW와 미니(MINI), 롤스로이스 수입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국내 BMW 딜러사 중 가장 많은 판매했다.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판매 1위를 다투고 있다. 무역 부문은 60년이 넘는 업력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이란 테헤란, 이탈리아 밀라노, 중국 난징, 베트남 호찌민, 인도 델리 등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철강이 무역 부문 매출의 44%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고, 에너지·군수·석유화학·섬유 등을 트레이딩하고 있다. 스포츠 부문은 1984년 회원제 종합스포츠센터 ‘코오롱 스포렉스’를 설립, 국민 생활체육 증진과 건전한 레저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성장비결 2 | 건설 부문 재무구조 안정화

코오롱글로벌 건설 부문의 성장 전략은 ‘차입금 감소→금융비용 감소→손익 개선→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재무구조 구축과 종합 부동산 서비스 등 신성장동력 확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코오롱글로벌은 2011년 이후 건설 부문 부실 정리와 재무구조 안정에 힘썼다. 대손충당금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미분양 주택으로 인한 부실 3700억원가량을 정리했고, 7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을 자산 매각과 주식 감자(減資)를 통해 상환했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차입금은 3400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은 2013년 520%에서 지난해 377%로 낮췄다.

올해 수주 상황도 좋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경기도 수원 곡반정동 명당 1, 2단지 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4842억원 규모), 경북 경산 중산 메트로폴리스 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1970억원), 경기도 안양 융창아파트 주변지구 주택재개발 사업(1348억원), 전남 강진~광주 고속국도 4공구 건설공사(1099억원) 등을 따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주 잔고는 7조7000억원에 달한다. 그 결과 코오롱글로벌의 건설 부문 매출은 올해 상반기 75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한 수치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견실한 지역주택조합과 공공임대주택, 공공 부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코오롱글로벌은 신성장동력으로 기존 주택 시공, 분양 사업에서 벗어나 주택 임대상품 개발, 시설 관리, 금융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종합 부동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코오롱하우스비전을 설립해 ‘커먼 라이프’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글로벌은 임대인의 수익 증대와 임차인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코오롱하우스비전 관계자는 “미활용 부지 등을 개발, 관리해 이를 보유한 지주들의 수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획일화된 기존 주택 형태에서 벗어나 가구 내부 계획부터 공용 공간 구성까지 입주자의 라이프사이클과 스타일에 맞춘 하우스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셰어하우스 사업 ‘커먼 타운’도 적극 펼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수처리 사업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하수도 부문 1위, 상수도 부문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요르단·스리랑카·베트남·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그 결과 수처리 사업 수주액이 2014년 2400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코오롱글로벌이 수주한 해외 수처리 사업은 대부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으로, 일반 민간 발주 해외 사업과는 달리 프로젝트의 안정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코오롱모터스의 BMW 강남전시장. <사진 :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터스의 BMW 강남전시장. <사진 : 코오롱글로벌>

성장비결 3 | 수입차 사업 확대

코오롱글로벌은 1987년 국내 최초 BMW 공식 딜러로 수입차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현재 BMW 전시장 14개와 AS센터 20개를 운영하고 있다. 2003년에는 롤스로이스 딜러십을 확보해 청담동에 매장을 열었다. 2010년에는 MINI 딜러십을 확보, 현재 4개의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1987년 이후 수입차 판매, AS 네트워크를 늘리며 사업을 키워나갔다. 전략은 주효했고 수입차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수입차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섰고 판매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히 판매망 확대만으로 사업을 키우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 코오롱글로벌은 경쟁사보다 한발 빠르게 대응했다.

우선 수입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2년 BMW 공식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중고차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코오롱오토플랫폼을 설립했다.

코오롱오토플랫폼은 구매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 미만인 수입 중고차를 대상으로 자체 검증하고 통과한 차량을 직접 매입, 판매하는 ‘코오롱 오토그라운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코오롱오토플랫폼은 현재 국산 중고차도 판매하고 있다.

코오롱오토플랫폼 관계자는 “고객이 고가의 수입 중고차를 거래하면서 느꼈던 불신과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사업 초점을 맞췄다”며 “고객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100% 인증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의 질도 높였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BMW 320d 코오롱 에디션’을 출시해 BMW 320d에 상위 모델에만 적용하던 고급 옵션을 선택 가능하게 했다. 모델 등급은 낮지만 고급 옵션을 원하는 고객 니즈를 반영한 것이다.


Plus Point

Interview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
“혁신이 최고 경영 가치, 과거 성공 잊고 끊임없이 도전”

박용선 기자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는 건설 사업에서의 틈새시장 공략과 자동차 판매, 무역 등 사업 다각화를 회사 성장비결로 꼽았다. 동시에 변화와 혁신, 유연한 조직과 소통을 경영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2014년 대표 취임 이후 자사주 3만6000주가량을 꾸준히 매입하며 책임 경영 의지도 피력했다.


코오롱글로벌을 경영하면서 중시하는 가치는.
“‘빅뱅 디스럽션(bigbang disruption)’이라는 말이 있다. 기존 질서와 시장을 뒤흔드는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생활 방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혁신이 일어나며 기업과 제품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기업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유연한 조직이 필수다. 조직 내 소통도 중요하다. 특히 종합상사로서 변화와 혁신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코오롱글로벌의 성장 비결은.
“건설 사업을 보자. 코오롱글로벌은 중견 건설사다. 선두 업체와 같은 전략으로 경쟁하면 승산이 없다. 우리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했고, 이 전략이 주효했다. 지역주택조합 시장을 먼저 공략했고, 브랜드 파워를 지닌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 결과 연간 1조원대에 머물렀던 수주액이 2015년 2조7000억원,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2조8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자동차 판매, 무역, 스포렉스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메인 사업(건설)과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 추진 역량을 강화한 것도 효과를 냈다.”

2014년 대표 취임 후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는 이유는.
“대표이사가 된 후 자사주 3만6000주가량을 매입했다. 2011년 합병 직후 코오롱글로벌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대표이사로서 책임 경영 의지를 피력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코오롱글로벌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회사라고 판단한 것도 컸다. 코오롱글로벌의 미래 가치가 현재 가치보다 높다. 지금도 코오롱글로벌 주가(9월 22일 기준 9370원)가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소통 능력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건설, 자동차 판매, 무역 등 사업 부문이 다각화된 회사다. 모든 임직원이 부서 장벽을 넘어 코오롱 안에서 하나로 뭉쳐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리더는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면 안 된다.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일레븐 회장은 ‘성공 기억상실증에 걸릴 줄 알아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는 사람에게 기다리는 건 실패뿐이다’고 말했다. 과거의 성공은 빨리 잊고,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후배들이 현재보다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리더이자 경영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