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 전경. <사진 : 중앙대병원>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 전경. <사진 : 중앙대병원>

지난 2015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몽골 국적의 신생아 ‘아마르’가 임신 29주 만에 1.57㎏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아마르는 미숙아인 데다가 장의 점막세포가 썩어 들어가는 ‘괴사성 장염’에도 걸려 위급한 상황이었다. 혈변과 무호흡 증상이 반복됐고, 금식 조치와 항생제 치료를 받았지만 아마르의 상태는 나빠졌다.

아마르의 부모는 중앙대학교병원행을 결정했다. 중앙대병원 이승은 소아외과 교수팀, 이나미 소아청소년과 교수팀 등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이 긴급 이송된 아마르를 응급 수술하고 집중 치료한 덕에 아마르의 체중이 3㎏까지 늘어났고 빠르게 회복됐다. 중앙대병원 임직원은 경제 사정이 어려운 아마르의 부모를 위해 병원비도 모금했다.


박귀원 소아외과 교수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환아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 중앙대병원>
박귀원 소아외과 교수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환아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 중앙대병원>

‘소아진료탑팀’에 국내 최고 전문의들 합류

이처럼 중앙대병원은 특화된 ‘신생아집중치료센터’를 운영하며 소아외과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우수한 의료진 영입과 차별화된 투자 등 병원의 남다른 의지 때문이다. 갑상선 센터를 비롯해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등도 중앙대병원의 차별화 포인트다.

중앙대병원의 뿌리는 1968년 6월 서울 중구 필동에서 문을 연 한국의과학연구소 부속 성심병원이다. 가톨릭의대 소속 교수들이 합심해 개원한 병원이었다. 당시 교수들은 “환자 진료와 의학 연구를 소신에 따라 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이후 1971년 중앙대가 이 병원을 인수했고 2004년 12월엔 병원을 중앙대가 있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으로 옮겼다. 또 중앙대가 1984년 인수한 서울철도병원은 2011년 3월까지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운영해오다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이전·통합했다.

현재 중앙대병원은 직원 2000여명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임 교원 1인당 교외 연구비 수주 실적 상위 4위, SCI급 논문 5위권을 자랑하고 있다. 중앙대병원은 2021년까지 경기도 광명시에도 새 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앞서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 법인을 인수했다.

45년 동안 3만여명이 넘는 영유아들의 수술을 집도한 박귀원 교수는 서울대 의대 외과 여성 1호이자 우리나라 소아외과 분야 첫 여성 전문의다. 박 교수는 1970년대만 해도 남성 의사들의 영역이었던 외과에 도전했고, 소아외과학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가 됐다.

박 교수는 서울대병원 시절부터 국내 ‘담도폐쇄증 수술’의 40%를 단독으로 시행하는 등 선천성 기형 및 고난도의 소아 수술을 성공시켰다. 국내에 이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의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생아집중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병원은 갈수록 줄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중앙대병원은 지난 2014년 소아외과학 분야의 권위자로 서울대병원에서 일해온 박 교수를 영입해 소아진료탑팀(Top Team)을 구축하고 ‘신생아집중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는 지난해 신생아중환자실 규모를 3배 이상 늘리고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전용 진료실과 인큐베이터, 인공호흡기, 초음파, 투석 장비 등 전문 치료 장비를 확충해 신생아집중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센터에서는 신생아집중치료실 전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전담 산과 전문의 및 전공의, 전담 간호사 인력을 보강하고 신생아 집중전담치료팀을 구성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비롯한 진료과 소아전담전문의가 유기적으로 협진하고 있다.

중앙대 소아진료탑팀에는 둔위 태아를 정상적인 자세로 돌려놓아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의 시술 경험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김광준 산부인과 교수, 소아선천성심장병을 전문으로 하는 윤신원 교수처럼 소아백혈병, 소아암, 소아골수이식 등 소아중증질환에 특화된 전문의들이 포진해 있다. 올해 9월부터 소아진료탑팀에는 소아정형외과 분야 명의인 최인호 교수까지 합류해 소아전문병원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갑상선 치료 세계적 수준

중앙대병원은 지난 2011년 3월 갑상선센터를 특화해 집중 육성했다. 갑상선질환 권위자인 조보연 교수를 필두로 내분비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로 구성된 갑상선센터 전담 의료진이 협진시스템을 구축해 당일 진료 및 검사, 2~3일 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진료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갑상선암 로봇수술을 맡고 있는 강경호, 송라영 교수는 유두 쪽을 1㎝ 미만으로 절제해 갑상선암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 수술은 기존 겨드랑이 로봇수술과 비교했을 때 몸에 수술 자국이 거의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목 유착 및 불편감이 적고, 신경손상 및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합병증이 적다. 다빈치 로봇수술의 본고장인 미국 의료진들도 수술 기법을 배우기 위해 중앙대를 방문할 정도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인한 안구돌출 환자를 위한 안(眼)클리닉, 갑상선암 수술 후 쉰 목소리 치료를 위한 이비인후과 음성클리닉, 갑상선질환이 있는 임산부 및 가임여성들을 위한 산부인과 산모클리닉의 협진 시스템도 병원의 강점이다. 특히 갑상선 질환 환자 중 안구가 돌출되는 ‘갑상선안병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안와감압 수술이 필요하다. 이정규 안과 교수는 국내 안와감압술의 30% 이상을 집도할 정도로 안와감압술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조보연 갑상선센터 실장은 “중앙대병원은 국내에서도 갑상선암 로봇수술, 안와감압술 시술 건수가 많은 병원으로 손꼽힌다“며 “앞으로도 환자 중심의 갑상선질환 치료로, 갑상선 분야의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4월, 중앙대병원 의료진은 국내 처음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두개골 이식 수술을 시행해 주목을 받았다. 권정택·이무열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뇌출혈로 인해 뇌가 두개골 아래로 심하게 함몰된 60대 여성 환자에게 3D 프린팅 두개골 이식수술을 했다.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심장혈관 부정맥센터에서 시술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중앙대병원>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심장혈관 부정맥센터에서 시술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중앙대병원>

3D 프린팅 활용한 뼈 이식 치료분야 개척

의료진은 환자의 뇌가 두개골을 자른 부위 아래로 함몰돼, 두개골 이식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맞춤 제작한 타이타늄 소재의 두개골을 이식하는 성형 수술을 시행했으며,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권정택 교수는 “시멘트 등을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은 함몰이 심할 경우 재료가 많이 사용돼 무겁고, 환자의 뇌에 딱 맞는 모양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해당 이식수술에 사용된 ‘순수 타이타늄 소재 3D 프린팅 두개골’은 무게감을 최소화한 가운데, 환자 영상정보를 이용해 환자 개인의 두개골 특징에 맞게 제작됐다”고 말했다.

구강악안면외과 이의룡·최영준 교수팀은 턱뼈와 턱관절이 소실된 환자에게 3D 프린팅 인공턱을 이식해 재건하는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환자는 어릴 때 왼쪽 아래턱 쪽에 발생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10년 넘게 왼쪽 아래턱이 결손된 상태로 지내온 카자흐스탄 여성이었다.

중앙대병원을 찾은 이 환자는 구강악안면외과 이의룡 교수에게 위턱과 아래턱의 위치를 바로 잡아주는 양악수술과 타이타늄 소재로 제작된 3D 프린팅 인공턱 이식 재건 수술을 받았다. 환자의 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된 3D 프린팅 타이타늄 인공턱을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고, 3D 프린팅을 이용해 지대주를 제작해 임플란트 형태의 치아도 함께 갖출 수 있게 했다. 환자는 부작용 없이 짧은 시간 안에 회복됐다.

중앙대병원은 지난 2011년 6월 국내 최초로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개소했다. 2014년 10월 명칭을 ‘게임과몰입 힐링센터’로 변경하고 수도권 게임과몰입 힐링센터의 역할과 함께 전국 게임과몰입 힐링센터를 관장하는 허브 기능을 맡고 있다. 현대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게임과몰입’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는 청소년·성인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고신옥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등이 중환자실 전담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 중앙대병원>
고신옥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등이 중환자실 전담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 중앙대병원>

국내 최초 게임 중독 치료 전문센터 운영

정신건강의학과 이영식 교수와 한덕현 교수를 중심으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 의료진과 상담팀(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심리평가팀(임상심리사), 행정팀, 전문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9명의 전문 인력이 병원 내 배치된 상담치료센터, 가상현실치료실, 놀이치료실 등에 각각 상주하면서 전문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온라인 상담 시스템 운영, 치료비 지원 등 게임과몰입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환자들은 개인별 주치의 면담을 통해 상담과 치료 등 적합한 방법을 선택한다. 상담은 개인 또는 집단상담으로 구성돼 있고 집단상담은 그룹 또는 가족상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외에 심리상담, 미술·운동·놀이·가상현실 치료, 가정방문 치료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의 게임과몰입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약물치료 및 입원치료 등 보다 전문적인 치료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하버드의대에서 온라인 중독에 관한 연구를 한 한덕현 교수는 “과도한 게임 몰입은 대인관계와 사회활동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방치돼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 부모 손에 이끌려 강제로 온 경우 등의 상황을 잘 파악해 최적의 맞춤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
“스마트 병원 만들고 해외 환자 적극 유치할 계획”

49년 역사의 중앙대병원이 새 도약을 앞두고 있다. 8월 23일 중앙대병원은 경기도 광명시에 새 병원 건립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광명시에 들어설 새 병원은 연면적 8만2600㎡ 약 7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2021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년 동안 중앙대 새 병원 건립 및 중앙의대 이전설이 무성했지만 정치적, 재정적 문제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김성덕 중앙대의료원장은 “광명시, 광명하나바이온,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광명 의료 복합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실현 의지와 재정적 뒷받침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2009년 11월부터 현재까지 8년간 중앙대병원 사령탑을 맡아 온 김 의료원장은 마취통증의학 분야 대가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대한마취과학회 이사장, 서울시 보라매병원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대한의학회 회장 등을 거쳐 현재 사립대병원협의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김 의료원장은 “광명시에 들어설 새 병원은 뇌신경, 심혈관, 척추, 관절, 소화기암 등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진료를 특성화해 광명시민을 비롯한 수도권 서부권역 주민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의료원장은 “광명시 의료 수요자의 40%가량이 서울로 오고 있다”면서 “중앙대 병원이 지역에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료원장은 새 병원이 중앙대병원과 중앙대 의대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의대·약대·간호대의 수련 환경이 개선되고 교수진 등 인력이 늘어나면 연구량, 진료량도 증가하게 된다”면서 “이는 교육의 질,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새 병원 건립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교육, 진료, 연구 전반이 도약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료원장은 “병원과 의학자의 발전을 위해 리더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면서 “새 병원 건립을 성공시키는 것이 지금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병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 등 국제 진료 영역에서도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김 의료원장에 따르면, 국제진료팀을 신설한 2012년 이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이 급격히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2015년 1만3000여명의 외국인 환자가 병원을 다녀갔다.

김 의료원장은 “매년 전년 대비 150~200% 가까운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중앙대병원이 외국인 환자 유치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해외 환자 유치 활동을 통해 국제진료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료원장은 “외국인 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본원과의 상시 채널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의 앞선 의술뿐만 아니라 따뜻한 정(情)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연구, 진료, 봉사 면에서 최상의 질을 성취하는 상급종합병원이자 의료진들이 성장하고 꿈꿀 수 있는 병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스마트 병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