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파커는 혁신적인 유통 시스템으로 대기업 독과점이던 안경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사진 : 와비파커>
와비파커는 혁신적인 유통 시스템으로 대기업 독과점이던 안경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사진 : 와비파커>

와비파커(Warby Parker)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동창생 네 명이 2010년 창업한 안경 유통업체다. 이들이 안경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안경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 창업자 중 한 명인 데이브 길보아(Dave Gilboa)는 대학원 재학 시절 해외 배낭여행을 하던 중 700달러짜리 안경을 잃어버린다. 안경값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안경 없이 한 학기를 지내다 문득 안경 가격에 의문을 품게 됐다. 최소 700년 이상 인간의 필수품이었고, 할아버지가 안경을 쓴 시절부터 모양이 크게 바뀌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복잡한 스마트폰보다 비싼 걸까?

이렇게 시작한 와비파커는 5년 후 미국 경영전문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서 애플과 구글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패스트컴퍼니는 선정 이유로 “수백 년간 변화가 없던 안경 업계의 판도를 바꾼 점”을 들었다.


성장비결 1 |
온라인 직접판매로 유통단계 줄여

와비파커는 창립 첫해 2만 개의 안경을 판 데 이어 2013년에는 25만 개, 2015년엔 100만 개 이상을 팔아 연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해 4월 기업가치는 12억달러를 넘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올해는 4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안경회사를 특별하게 만든 건 무엇일까?

와비파커는 온라인 직접 판매로 유통 단계를 줄이고 가격을 기존의 5분의 1수준인 95달러로 낮췄다. 또 ‘안경은 써봐야 한다’는 이유로 온라인 구매를 꺼리는 고객을 위해 시험착용(Home Try-on) 서비스를 했다.

주문과정은 3단계로 이뤄진다. 와비파커 홈페이지에서 써보고 싶은 안경 5종을 고르면 샘플이 집으로 배송된다. 고객은 5일간 안경을 써본 뒤 와비파커로 반송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안경을 고르고 자신의 시력과 눈 사이 거리를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2주 뒤 맞춤 제작된 안경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배송료는 회사가 부담한다.

획기적인 안경 구매 방식에 고객들은 열광했다. 와비파커는 2010년 론칭 당시 48시간 만에 2000건의 주문을 받았고, 3주 만에 첫해 판매 목표를 달성했다.


성장비결 2 |
소비자 조사로 브랜드·가격 결정

창업자들은 대기업의 독점 구조를 이길 힘은 ‘브랜딩’이라 믿었다. 이들은 브랜드명을 짓기 위해 무려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6개월의 시간을 투자했다. 와비파커란 이름은 잭 커루액(Jack Kerouac)의 미발표 소설 속 주인공 와비 페퍼와 잭 파커의 이름에서 따왔다.

95달러라는 가격도 원가를 기준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 자체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100달러가 넘으면 비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99달러로 가격을 정하면 ‘싸구려’나 ‘할인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95라는 숫자가 매력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이미지 때문에 4달러를 포기한 것이다.

지금도 와비파커는 사내에 ‘와블스(Warble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성장비결 3 |
고객 활용한 SNS 마케팅

와비파커는 제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쓰는 대신,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안경을 찍어 SNS에 올리도록 장려했다. 회사 측은 #WarbyHomeTryOne이나 #WarbyParker라는 해시태그를 올린 포스팅에 일일이 감사 댓글을 달았다. 고객들은 이를 진정성 있게 평가했고 더 자발적으로 와비파커의 제품을 홍보했다.

고객서비스는 와비파커의 최우선 가치이자 마케팅의 일환이다. 일례로 한 고객이 안경을 써보기 위해 매장에 방문했는데, 마침 차량을 도둑맞아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 매장 직원들은 고객의 이야기에 귀기울였고, 며칠 후 외식 상품권과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감동한 고객은 이를 SNS에 공개했고, 와비파커는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봤다. 와비파커의 NPS(Net Promoter Score ․ 순수 고객 추천 지수)는 84 정도로, 애플과 비슷한 수준이다.


성장비결 4 |
안경 하나 팔 때마다 저개발국에 안경 기부

와비파커는 안경을 하나 팔 때마다 추가로 한 개의 금액을 저개발 국가에 기부하는 ‘Buy a pair, give a pair’를 실시하고 있다. 와비파커는 전 세계에 안경을 구매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7억 명에 달하고, 이들에게 안경을 기증할 경우 생산성이 35% 향상된다고 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비전 스프링(Vision Spring)과 협력해 안경 한 개가 팔릴 때마다 안경 한 개를 개발도상국으로 할당한다.

특이한 점은 단순 제품 기부가 아니라, 시력검사 기술과 안경판매 방법을 전수해 직접 팔도록 한 것. 와비파커는 이 안경을 ‘끝내주는(incredible)’ 안경이라고 부른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200만 개가 넘는 안경을 배포했다.


Plus Point

와비파커 공동 CEO
데이브 길보아·닐 블루멘털

와비파커의 공동 CEO 닐 블루멘털(왼쪽)과 데이브 길보아. <사진 : 블룸버그>
와비파커의 공동 CEO 닐 블루멘털(왼쪽)과 데이브 길보아. <사진 : 블룸버그>

와비파커의 비즈니스는 “안경은 왜 아이폰보다 비쌀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알고 보니 미국의 안경 시장은 이탈리아 안경업체인 룩소티카(Luxottica)가 80%를 장악하고 있었다. 레이밴·오클리 등 유명 안경을 비롯해 샤넬·프라다 같은 명품 안경테와 선글라스가 모두 이 회사에서 만들어졌다. 룩소티카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가를 높였다. 레이밴의 경우 20달러에 불과했던 안경이 1999년 룩소티카가 인수한 후 150달러로 판매가가 7배 이상 뛰었다.

안경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를 발견한 창업자들은 온라인 직접 판매를 통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가격을 기존 5분의 1 수준인 95달러로 낮췄다. 또 직접 써보고 살 수 있도록 시험착용 서비스를 실시했다.

와비파커는 2013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현재 60여 개의 매장을 개점했고, 앞으로도 매장 수를 더 늘릴 예정이다. 닐 블루멘털(Neil Blumenthal) 공동 CEO는 “향후 오프라인 매장을 800~1000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