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메이트엠박스’ 셀프 녹음실에서 한 남성이 화면을 바라보며 노래를 직접 녹음하고 있다.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11월 20일 ‘메이트엠박스’ 셀프 녹음실에서 한 남성이 화면을 바라보며 노래를 직접 녹음하고 있다.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11월 20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코인 노래연습장. 매장에 들어서자 ‘셀프 녹음실’이 설치돼 있음을 알리는 ‘메이트엠박스(MATEMBOX)’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매장 카운터 바로 옆에 있는 녹음실 안에는 헤드폰을 낀 20대 여성이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여성의 모습은 녹음실 내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전면 화면에 송출됐다.

이곳은 스튜디오형 노래연습장 브랜드 ‘메이트엠박스’가 운영하는 ‘셀프 녹음실’이다. 전문 녹음 시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스탠딩 마이크와 믹서(반주, 목소리 등 소리의 균형이나 효과를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기계) 등을 활용해 일반인도 혼자서 손쉽게 노래를 녹음할 수 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단한 녹음 방식을 도입하고 노래연습장 내에 녹음 부스를 설치해 전문 녹음실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노래 부르는 모습은 녹음실 내 카메라에 녹화된 후 앱과 연동된 계정으로 전송된다. 영상은 공개로 전환하거나, 비공개로 혼자 소유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한 곡을 녹음하는 데 2000원. 곡 단위 결제 시스템이어서 부담 없이 자신이 부른 곡을 녹음할 수 있다. 전문 녹음실의 이용 요금은 저렴한 곳을 기준으로 시간당 3만~5만원 선이다.

스튜디오형 노래연습장 메이트엠박스가 전국 코인 노래연습장을 공략하고 있다. 메이트엠박스는 2017년 말 서비스 출범 후 2년 만에 가맹점을 56개(서울·경기 지역 20개 점 포함)로 늘렸다. 중국, 베트남, 태국 등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스튜디오형 노래연습장은 기존 영업 중인 코인 노래연습장의 부스 하나를 셀프 녹음실로 개조한 것으로, 일반 노래연습장보다 높은 수준의 녹음 품질을 제공한다. 메이트엠박스는 양질의 녹음을 위해 녹음에 사용되는 마이크, 헤드폰, 앰프 모두 독일의 음향기기 회사 ‘베링거’ 제품을 설치했다. 녹음실 내 앰프는 베링거의 ‘X32 producer’ 제품으로 시중 가격대는 175만원 정도다. 한 곡당 2000원의 가격으로 전문가 수준에 준하는 장비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녹음 부스 밖에서 바라본 ‘메이트엠박스’ 셀프 녹음실.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녹음 부스 밖에서 바라본 ‘메이트엠박스’ 셀프 녹음실.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노래연습장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코인 노래연습장은 2015년도 이후 곡당 500원 미만의 저렴한 가격과 시간 단위가 아닌 곡 단위 결제 방식을 기반으로 해 10~3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전국 460개였던 코인 노래연습장은 2016년 157%의 증가율을 보이며 1182개로 늘었다. 하지만 2017년 1970개까지 늘어난 코인 노래연습장은 2018년 2154개로 전년보다 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스튜디오형 노래연습장은 코인 노래연습장 시장이 정체기를 맞자 돌파구 격으로 등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국 코인 노래연습장의 가격은 보통 1000원에 세 곡에서 다섯 곡 정도인데, 메이트엠박스의 셀프 녹음실은 한 곡당 2000원이다. 셀프 녹음실에서 한 곡을 판매하면 일반 노래연습장의 여섯 곡에서 열 곡의 판매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 코인 노래연습장보다 가격대가 높지만 전문 녹음실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메이트엠박스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는 서울 지역의 한 가맹점 실수익 자료에 따르면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하루 평균 13개의 영상이 한 스튜디오에서 판매됐다. 일반 코인 노래연습장의 가격을 1000원당 4곡이라고 계산했을 때 104곡을 판매한 것과 같다. 노래 한 곡당 3~4분 정도임을 고려하면 일반 코인 노래연습장 부스를 6~7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영하는 것과 같은 매출 효과를 볼 수 있다.

코인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업주 입장에서도 노래연습장 내 셀프 녹음실의 도입은 낮 시간 공실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메이트엠박스 측은 “이용객은 녹음 전 비어있는 일반 코인 노래연습장 부스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셀프 녹음실을 이용한다”며 “셀프 녹음실 도입으로 노래연습장의 평소 낮 시간대 공실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녹음실 내부에 있는 마이크, 믹서, 헤드폰 등 녹음 장비.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녹음실 내부에 있는 마이크, 믹서, 헤드폰 등 녹음 장비.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일반인 ‘노래 실력자’ 공략

2015년 ‘코인 노래연습장 열풍’과 함께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연습장을 가는 것) 족(族)’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혼자서도 노래연습장을 찾는 것이다. 메이트엠박스는 ‘혼코노 족’과 같은 노래 애호가들과 그중 숨은 실력자를 타깃으로 해 마케팅을 펼쳤다. 메이트엠박스에서 노래를 녹음한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이 한 예다. 2017년 총상금 2억원을 걸고 ‘M STAR 오디션’을 열었는데, 메이트엠박스에서 녹화한 영상을 앱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경연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참가할 수 있었다.

보컬 교육 전문 아카데미 VSM의 보컬트레이너 장효진과 협업해 앱에 올라온 노래 영상을 피드백해 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녹음실 이용객 중 다수가 노래 강의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고 보컬트레이너의 원포인트 레슨을 제공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유명 보컬트레이너의 개인 방송에 메이트엠박스 브랜드를 노출하며 인지도를 넓히는 데 활용했다.

이 밖에도 메이트엠박스 앱에서는 영상 조회 수, 댓글 수 등을 종합해 일간 순위, 주간 순위, 월간 순위 등을 공개한다. 이용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려 자신의 노래 실력을 자랑하거나 다른 노래 실력자와 소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