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뉴오리진’ 매장과 메뉴. 뉴오리진은 유한양행의 100% 자회사 유한건강생활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건강기능식품 매장이다. 사진 유한건강생활
왼쪽부터 ‘뉴오리진’ 매장과 메뉴. 뉴오리진은 유한양행의 100% 자회사 유한건강생활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건강기능식품 매장이다. 사진 유한건강생활

“원하는 비타민 한 알 골라주세요. 물과 함께 드셔도 되지만, 주문하신 음식이나 음료에 넣어 먹도록 갈아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12월 6일 오후 1시, 서울 용강동에 있는 한 매장 점원은 비타민C, 비타민D, 오메가3, 루테인,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보조식품 앞에 서서 음료나 음식 주문을 마친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음주가 잦다는 40대 남성에게 밀크시슬, 눈이 피곤하다는 30대 여성에게 루테인을 권한 점원은 “이 매장에선 음식에 비타민 가루를 넣어서 먹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리한 음식과 비타민 가루’의 조합이 생소하지 않은 이곳은 유한건강생활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뉴오리진’. 뉴오리진은 제약 회사인 유한양행이 2018년 4월 선보인 레스토랑 겸 건강기능식품 매장이다. 서울 여의도동 IFC몰에 첫선을 보인 뉴오리진은 반응이 좋아 1년 7개월 만에 매장 수를 25개로 늘리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유한양행은 경쟁력 강화와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유한건강생활이 독립적으로 뉴오리진을 운영하도록 했다. 유한건강생활은 유한양행의 100% 자회사다.

국내 제약 회사가 제약의 울타리를 깨고 제약과 식품, 제약과 화장품을 결합하는 등의 산업 간 이종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강’을 앞세운 식품, 화장품을 선보이면서 본업을 살린 부업에 나서고 있는 것. 이처럼 사업을 다각화하면 다양한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보통 10~15년이 소요돼 수익 창출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신사업은 이보다 빨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 주요 제약 회사 중 가장 활발하게 식품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뉴오리진 매장에서 까다롭게 선정한 재료를 이용한 음료와 음식을 선보인다. 제약 회사가 만든 매장답게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사막 당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칼라하리 사막 소금, 필리핀 네그로스섬에서 재배한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 등 뉴오리진에서 취급하는 재료는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것이 많다. 요리에 쓰이는 식초는 그리스 네메야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에서 포도, 사과 등을 자연 발효해 얻은 것만 쓴다. 우유는 호주에서 방목한 젖소에서 짠 것을 사용하며 달걀은 유정란만 이용한다.

뉴오리진 매장에선 음료와 음식에 들어가는 원료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도 판매한다. 호주산 원유를 넣은 카페라테를 파는 것과 동시에 매장 한쪽에서 호주산 원유를 이용해 만든 분유를 판매하는 식이다. 유한건강생활 관계자는 “세계를 돌며 진귀한 식품 원료를 구했다”며 “자연이 가진 본연의 생명력을 음식에 담았다”고 말했다.

광동제약도 식품 사업에 발을 디뎠다. ‘옥수수수염차’ ‘비타500’ ‘헛개차’ 등 일반 식품으로 인지도를 쌓은 광동제약은 지난해 말 ‘광동약선’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가정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광동약선을 단 제품은 ‘쌍화 갈비탕’ ‘옥수수수염 우린 우렁 된장찌개’ ‘헛개 황태 된장국’ ‘연잎 우린 약콩 들깨탕’ ‘돼지감자 우린 짜글이’ 등이다. 모든 제품에는 헛개나무 열매, 쌍화진액 등 제약 회사의 정체성을 살린 재료가 포함돼 있다.


동화약품의 스킨케어 제품 ‘활명’. 사진 동화약품 인스타그램
동화약품의 스킨케어 제품 ‘활명’. 사진 동화약품 인스타그램

의학적 검증 성분 넣은 화장품 제조

화장품은 다수의 제약 회사가 공을 들이는 분야다. 의학적으로 검증한 성분을 넣은 화장품을 만든다고 해서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친 ‘코스메티컬(cosmetical)’이라는 별도의 이름이 생겼을 정도다. 일부 드럭스토어(미용·건강 관련 상품이나 음료 등을 판매하는 소매 업체)는 코스메티컬이란 이름을 붙인 진열대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메티컬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자 전용 코너를 만든 것이다.

동국제약은 코스메티컬 시장을 공략한 대표적인 제약 회사 중 하나다. 동국제약은 2015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선보였다. 센텔리안24는 상처 연고제 ‘마데카솔’에 들어가는 주성분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인 ‘마데카크림’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동국제약은 이외에도 클렌징 워터, 앰플, 토너 등 100가지가 넘는 화장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에선 동국제약이 매출의 16%(2018년도 기준)를 화장품에서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

동화약품은 소화제 브랜드 ‘활명수’를 차용한 스킨케어 브랜드 ‘활명’을 선보였다. 활명수 생약 성분 중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육계, 정향, 진피 등 5가지 식물을 화장품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동화약품은 지난 10월 서울 삼성동에 개장한 한국 세포라 매장에 활명을 입점시키며 화장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아제약은 피로회복제 ‘박카스’의 타우린 성분을 담은 화장품 브랜드 ‘파티온’을 출시했다. 여드름 흉터 케어, 보습 케어, 남성 스킨 케어 등 크게 3가지 제품을 판매한다. 인기 가수 설현을 모델로 내세워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동제약, 대웅제약, 광동제약은 각각 ‘퍼스트랩’ ‘이지듀’ ‘피부약방’이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코스메티컬은 노화 방지와 피부 질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치료 화장품’으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한국코스메티컬 교육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 안팎으로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Plus Point

제약사가 요리 교실 열고 다이어트 챌린지 기획

“쌍화탕을 넣었다고 해서 맛이 이상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오래 끓인 갈비탕 맛이 났다.”

지난 5월 광동제약이 개최한 요리 교실 참가자가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광동제약은 가정 간편식 ‘광동약선’ 출시를 기념해 요리 교실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한 셰프는 광동제약의 ‘쌍화갈비탕’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였다. 양파, 다시마, 건새우와 홍합을 넣어 만든 육수에 낙지, 두릅, 당면을 넣고 쌍화갈비탕을 더해 보양식을 만든 것. 이날 광동제약은 돼지감자 추출액으로 만든 ‘돼지감자 우린 짜글이’를 이용한 요리도 선보였다.

제약 회사가 본업인 전문 의약품 외에 가정 간편식, 화장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제품 홍보 방식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광동제약은 여느 식품 제조 업체가 개최할 법한 요리 교실을 열었고, 유한양행은 건강기능식품 홍보를 위해 ‘바디챌린지’ 행사를 기획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뉴오리진’ 태그를 단 게시물은 5000개 이상으로 이 중 상당수는 유한양행에서 진행한 ‘뉴오리진 다이어트 프로바이오틱스·인바디 건강 다이어트 챌린지’ 관련 사진이 차지한다. 모유에서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을 분리해 만들었다는 뉴오리진 프로바이오틱스를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