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테크족’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광고 기업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보험료 등을 조회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현금화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한다. 사진 캐시슬라이드
‘앱테크족’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광고 기업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보험료 등을 조회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현금화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한다. 사진 캐시슬라이드

이른바 ‘금리 0%’ 초저금리 시대다. 1980년대 약 20%대에 형성됐던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12월 16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 비교 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0.6%다. 은행에 1년간 정기예금 100만원을 넣어놔도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커피 한 잔 값’인 6000원에 불과하다. 기존 재테크로는 ‘커피값’도 벌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목돈 만들기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직장인들은 ‘커피값’이라도 벌어보자는 일명 ‘짠테크(돈에 인색하다는 뜻의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에 열광한다. 그리고 짠테크의 하나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적은 금액의 돈을 꾸준히 모으는 ‘앱테크(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앱을 통해 광고 시청, 특정 상품 관련 퀴즈 맞추기, 사이트 회원 가입, 앱 다운로드, 잠금화면에 팝업 광고가 뜨는 만보기를 설치하기 등의 행동을 통해 모바일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실제 자신의 계좌에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으는 재테크 방식이다. 예컨대 앱 ‘캐시워크’ 팝업 광고를 보며 매일 1만 보를 걸으면 최대 1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앱을 활용하면 2달 후엔 약 6000캐시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구매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앱테크 앱인 스마트폰 잠금화면 포인트 플랫폼 ‘캐시슬라이드’를 보유한 기업 엔비티가 모바일 포인트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내년 초를 목표로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하면서, 과거 ‘온라인 공병·폐지 줍기’ 정도로 여겨졌던 모바일 광고 포인트 서비스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포인트 광고 플랫폼 앱은 포인트 핀테크와 광고업을 섞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사 앱에 노출되는 광고와 홍보성 이벤트 등에 대해 광고사와 계약을 맺어 광고수익을 얻는다. 특히 모바일 게임사, 소규모 쇼핑몰 등 중소기업 중심으로 광고주를 확보하고 있다. 광고 단가가 높은 네이버 등 포털 배너 디스플레이 광고 계약처럼 CPM(1000회 광고 노출당 과금)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CPA(앱 설치, 설문지 작성 등 목표 타깃이 광고주가 원하는 행동을 실제 취한 횟수를 기준으로 과금)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높은 금액을 지불할 수 없는 중소 광고주의 경우, 특정 행동이 이루어지는 횟수를 정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기준으로 광고 집행 이후 광고단가를 결정하는 CPA 방식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모바일 포인트 광고 플랫폼의 주 광고주는 기존 거대 플랫폼에 광고를 노출하지 못했던 기업의 광고비를 끌어들인다.

더불어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앱처럼 사용자가 획득한 포인트의 사용처, 광고 시청 및 소비 습관 등 앱 내에서 트레킹해 수집한 데이터를 고객사에 제공한다. 포인트 플랫폼 중 ‘캐시카우’의 경우, 이용자가 구매 후 제휴사의 영수증을 등록하면 현금화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이들의 구매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추윤철 캐시카우 이사는 소비자의 실제 상품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온·오프라인·광고주의 상품 구매를 유도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 선호도를 분석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갖추는 앱은 전망이 좋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포인트 모델이 기존보다 포인트의 현금으로서의 기능이 극대화돼 사용자 편리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존 유통업계 등에서 자사 상품 구매 금액에 대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자사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포인트가 플랫폼 내 다수 제휴사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현금 성격을 띠게 됐기 때문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기성 포인트제와 달리 내 돈은 전혀 들이지 않고, 조금만 수고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돈을 얻어 자유롭게 쓸 수 있기에 금융 솔루션으로서 사업성이 있다”며 “최근 정보경제학 분야에서 이러한 리워드(보상) 플랫폼의 핀테크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앱의 만보기 기능을 통해 걸음 수마다 포인트를 적립하거나(왼쪽), 앱 제휴사의 영수증을 등록하고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사진 캐시워크·캐시카우
앱의 만보기 기능을 통해 걸음 수마다 포인트를 적립하거나(왼쪽), 앱 제휴사의 영수증을 등록하고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사진 캐시워크·캐시카우

전망 밝아도 경기 침체, 경쟁 심화 등 위험 요인

그러나 모바일 포인트 광고 시장은 여전히 경기 변동, 법률 문제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지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핀테크 특성상 바이오·제약 분야처럼 절대적인 원천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결국 얼마나 많은 이용자와 제휴사를 확보하는지 여부가 플랫폼 성공의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엔비티 역시 스마트폰 잠금화면 관련 기술 특허를 침해건 관련 소송 분쟁으로 한 차례 미룬 바 있다”며 “법률 관련 투자 리스크가 있고 기본적으로 기술 자체로 압도적인 경제적 해자(진입장벽)를 쌓기는 어려운 분야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에는 많은 제휴사 확보라는 요인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핀테크 앱 특성상 ‘록인효과(한번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소비자가 유사한 다른 상품으로 바꾸기 어렵게 되는 현상)’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기업 및 카카오 등 주요 기업이 직접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에 투자하거나 개발하는 경우 기존 기업들이 향후 시장 점유율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광고업 특성상 경기가 악화할수록 광고주가 광고 집행 금액을 줄이면서, 관련 기업의 실적이 악화한다는 점 역시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주요 모바일 광고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포인트 광고 플랫폼의 경우 특히 신규 모바일 앱이나 상품 등을 공격적으로 내놓으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려는 중소 광고주가 주요 고객사인데, 경기가 침체하면서 이들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코스닥 상장 추진하는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 ‘엔비티’

현재 앱테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내년 초를 목표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 ‘엔비티’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로, 2021년 1월 6~7일 수요 예측, 1월 12~13일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1월 21일이다.

2012년 설립된 엔비티는 약 2000억원 규모의 포인트 광고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37%가량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누적 가입자는 25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452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현재 캐시슬라이드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과 타 기업에 광고 포인트 솔루션을 제공·운영하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이 각각 매출의 46%와 45%를 차지한다. 네이버 웹툰에서 유료 만화를 보기 위해 필요한 결제 포인트인 ‘쿠키 오븐’이 엔비티가 운영하고 있는 포인트 솔루션의 예다. 광고를 보거나 앱을 다운받는 등의 행동을 하면 쿠키를 받을 수 있다. 그 외 매출은 모바일 포인트 쇼핑 등에서 발생한다.

엔비티는 잠금화면 포인트 사업 모델을 내세워 국내 세번째로 ‘사업모델 특례상장’에 나서고 있다. 사업모델 특례상장이란 현재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도 전문기관에서 사업모델을 평가받아 일정 등급 이상을 받으면 사업모델의 잠재력을 인정해 상장심사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