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올 뉴 렉스턴은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에 큰 변화를 줬다. 사진 쌍용차
쌍용차 올 뉴 렉스턴은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에 큰 변화를 줬다. 사진 쌍용차

쌍용차가 기업회생 이후 10년 만에 또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자금 지원 약속을 철회한 가운데 올해 회계법인으로부터 3분기 연속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았다. 쌍용차는 신차 출시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올 뉴 렉스턴은 쌍용차를 구해낼 수 있을까.

우선, 신차는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차명과 엠블럼을 바꿨다. ‘G4’를 떼고 올 뉴 렉스턴으로 담백하게 이름을 결정지었다. 화려한 날개형 엠블럼도 브랜드 고유 스리서클 엠블럼으로 교체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SUV 명가’란 회사 정체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차는 앞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두 배 가까이 커진 8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엔 대담하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부여했고, 다이아몬드 패턴을 채용해 우아한 느낌을 더했다. 여기에 부릅뜬 눈과 같은 풀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가 강인한 인상을 완성한다. 흡사 아우디 Q7을 처음 봤을 때 느낀 놀라움이 반복됐다.

옆모습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다만, 블랙 을 테마로 한 스페셜 모델 ‘더 블랙’의 경우 휠 아치와 도어 가니시(장식) 그리고 20인치 휠 등에 전용 디자인이 적용됐다.

실내 레이아웃은 그대로지만, 이전 모델에서 지적됐던 투박함은 대부분 들어냈다. G4 렉스턴이 2000년대식 인테리어였다면, 올 뉴 렉스턴은 최신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D컷 4스포크 스티어링 휠 등이 반긴다. 운전자가 원하는 다양한 정보를 눈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손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등 일부 기능은 현대·기아차 최신 모델보다 가독성이 좋다.

전자식 기어 레버는 디자인뿐 아니라 조작 방식까지 BMW와 흡사하다. 바로 아래 있는 주요 기능의 조작부와 세로로 배치된 컵홀더까지 모던한 디자인과 편안한 사용감이 어우러졌다.

부분변경의 한계도 보인다. 센터패시아(중앙조작부분)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한 세대 전 유물처럼 느껴진다. 센터 디스플레이 좌우에 있는 거대한 송풍구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

뒷좌석 및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껑충 솟은 키만큼 헤드룸은 여유롭다. 다만, 2열 폴딩 시 등받이가 살짝 솟아올라 차박을 하거나 큰 짐을 실을 때 불편할 수 있겠다.


올 뉴 렉스턴 옆모습. 사진 쌍용차
올 뉴 렉스턴 옆모습. 사진 쌍용차
올 뉴 렉스턴 실내. 사진 쌍용차
올 뉴 렉스턴 실내. 사진 쌍용차
올 뉴 렉스턴 앞좌석. 사진 쌍용차
올 뉴 렉스턴 앞좌석. 사진 쌍용차

개선된 엔진과 새 변속기 궁합 좋아

올 뉴 렉스턴은 디자인만큼 파워트레인(동력 계통)도 달라졌다. 엔진 최고 출력은 187마력에서 202마력으로, 최대 토크는 42.8㎏·m에서 45.0㎏·m로 각각 높아졌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7단 자동변속기는 현대트랜시스 8단 자동변속기로 교체됐다. 엔진 성능과 기어 단수가 높아짐에 따라 공인연비도 소폭 증가했다.

개선된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의 궁합은 예상보다 더 뛰어나다. 가속페달 조작에 한층 부드럽고 민첩하게 반응한다. 도심에서는 매끄럽게 변속이 이뤄지며 승차감이 좋아졌다. 고속도로에서는 엔진의 힘을 끊김 없이 전달함에 따라 여유롭게 속도를 높여준다. 여기에 쌍용차 최초로 랙 타입 스티어링 휠 시스템까지 탑재했다.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만큼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살짝 텀을 두었지만,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최첨단 주행 안전 보조 시스템과 결합해 레벨 2.5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다. 이는 경쟁 모델인 기아차 모하비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플래그십 모델로는 완벽하지 않다. 앞뒤로 출렁이는 피칭이나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이 꽤 느껴진다. 오프로더인 만큼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온로드 승차감이 떨어진다. 프레임 보디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연속된 차선 변경에 뒷좌석 탑승객이 멀미를 느낄 수 있겠다.

올 뉴 렉스턴을 시승하는 내내 쌍용차의 비장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경쟁 모델인 모하비를 철저하게 분석해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메웠다. 여기에 엔트리 모델은 모하비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게 내놓으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이제 공은 시장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