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 CJ오쇼핑 본사에 위치한 TV 홈쇼핑 방송 스튜디오. 출연자들이 AHC 화장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 CJ오쇼핑>
서울 서초구 방배동 CJ오쇼핑 본사에 위치한 TV 홈쇼핑 방송 스튜디오. 출연자들이 AHC 화장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 CJ오쇼핑>

2월 19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CJ오쇼핑 본사에 위치한 TV 홈쇼핑 방송 스튜디오. 쇼호스트가 제품 홍보에 한창이다. 이날 방송된 제품은 덴마크 의류 브랜드 ‘코펜하겐 럭스(copenhagen luxe)’의 경량 패딩이었다. 이 제품은 CJ오쇼핑이 2016년 9월 국내에 처음 선보였고, 2018년 현재도 홈쇼핑 업체 중에선 CJ오쇼핑만 판매하고 있다.

CJ오쇼핑은 국내에서 경량 패딩이 인기를 끌자 재빠르게 북유럽 제품을 공수했다. 상품을 기획할 때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파악하고, 그 제품을 얼마나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느냐’다. CJ오쇼핑은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북유럽에서 떠오르는 브랜드 코펜하겐 럭스를 선택했다.

방송 중 쇼호스트가 말했다. “회색, 남색 두 가지 색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북유럽 덴마크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현재 남자 회색 제품이 매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와 연결된 부조종실에 있는 상품기획자(MD)가 쇼호스트에게 “남자 회색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으니 판매율을 더 높여 보자”는 지시에 따른 멘트였다. 홍석우 CJ오쇼핑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MD는 쇼호스트와 함께 홈쇼핑 방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상품을 기획하는 것은 물론 방송 중 실시간으로 판매 상황을 체크하며 판매 전략을 짠다”고 설명했다.


정윤기(오른쪽) 스타일리스트가 진행하는 CJ오쇼핑의 TV 홈쇼핑 패션 프로그램 ‘셀렙샵’. <사진 : CJ오쇼핑>
정윤기(오른쪽) 스타일리스트가 진행하는 CJ오쇼핑의 TV 홈쇼핑 패션 프로그램 ‘셀렙샵’. <사진 : CJ오쇼핑>

성장비결 1 | 쇼핑에 재미 더한 ‘쇼퍼테인먼트’

사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TV 홈쇼핑 방송이다. 물론 상품 기획, 방송 기술과 체계 등 CJ오쇼핑의 25년 업력이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CJ오쇼핑은 한발 더 나아갔다. 과거 홈쇼핑 업체는 TV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채널을 돌리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이른바 ‘재핑 타임(zapping time)’에 의지하며 성장했다. 시청자가 채널을 돌릴 때 시선을 끌어서 홈쇼핑 방송을 보게 하고 판매로 연결하는 것이다.

CJ오쇼핑은 쇼핑에 재미를 더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쇼핑+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개념의 방송을 만들었다. 판매하는 상품 분야 전문가와 연예인 등 유명 인사가 출연해 방송 주목도를 높이는 동시에 상품 정보는 물론 그 분야 트렌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이다. 단순 상품 설명, 판매가 아닌 소비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비자가 스스로 채널에 들어오게 한 것이다.

CJ오쇼핑의 대표 쇼퍼테인먼트 프로그램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가 진행하는 TV 홈쇼핑 패션 프로그램 ‘셀렙샵(celebshop)’이다. 셀렙샵은 쇼호스트가 단순히 상품을 설명하던 기존 홈쇼핑 방송 틀을 깨고, ‘스타일리스트 패션 기획 프로그램’이라는 테마로 트렌디한 디자이너 상품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스타일링을 맡은 정윤기씨가 해당 상품을 직접 코디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그 트렌드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

이 밖에 CJ오쇼핑은 뷰티 프로그램 ‘그녀의 뷰티 살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소개하는 ‘최화정 쇼’ 등 쇼퍼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CJ오쇼핑의 지난해 총 취급액(3조7438억원) 중 TV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56%에 달한다.


성장비결 2 | CJ E&M과 합병

CJ오쇼핑은 1월 17일 CJ E&M과 합병한다고 밝혔다. 유통 분야에서 출발해 미디어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한 미국 아마존을 성장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 CJ E&M은 tvN·엠넷·OCN 등의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합병은 오는 6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CJ오쇼핑이 CJ E&M을 흡수하는 형태이고, 아직까지 CJ오쇼핑이 회사명을 바꿀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CJ오쇼핑은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 미디어를 활용한 커머스(commerce·상품 판매) 사업을 펼쳤다. 1995년 케이블 TV 시장이 열렸을 때 TV 홈쇼핑 사업을 시작했고, 2001년 초고속 인터넷이 도입됐을 때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다. 2010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됐을 때에는 모바일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CJ그룹 내에서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CJ E&M과 합병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합병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 CJ오쇼핑의 커머스 역량과 CJ E&M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더해졌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다. 이는 단순히 미디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 방식을 뛰어 넘는다. tvN이 제작한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배우들이 스페인 현지에서 비빔밥·불고기·잡채 등 한국 음식을 판매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음식점 주인(한국)과 고객(스페인) 관계지만 따뜻한 소통을 한다. 이를 통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스페인에 알렸다. 동시에 방송에서 사용하는 식기 제품을 홍보·판매했다. 윤식당2는 CJ오쇼핑이 개발한 식기 자체브랜드(PB) ‘오덴세’를 사용했고,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두 번째는 해외 사업 강화 효과다. CJ오쇼핑은 현재 중국·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 주요 미디어 기업과 합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J E&M은 베트남·태국·터키 등에 사업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해외 비즈니스와 네트워크를 활용·융합한 다양한 미디어, 커머스 사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CJ오쇼핑은 올해 합병법인의 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 3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21년까지 전체 매출을 연평균 15.1%씩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매출 1조1364억원, 영업이익 157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CJ E&M은 매출 1조7501억원, 영업이익 631억원을 달성했다.


CJ오쇼핑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은 중국 동방CJ TV 홈쇼핑 방송 모습. <사진 : CJ오쇼핑>
CJ오쇼핑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은 중국 동방CJ TV 홈쇼핑 방송 모습. <사진 : CJ오쇼핑>

성장비결 3 | 철저한 품질관리… 中사업 확대

CJ오쇼핑은 2000년 들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홈쇼핑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 CJ오쇼핑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CJ그룹 차원에서도 중국에 ‘제2의 CJ’를 건설한다는 경영방침이 정해졌다. CJ오쇼핑은 중국 내에서 소득수준이 높은 상하이 지역을 1차 진출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후 2004년 중국 최대 미디어 기업 중 하나인 상하이미디어그룹(SMG)과 홈쇼핑 합작법인 ‘동방(東方)CJ’를 설립했다. 2008년에는 톈진에 ‘천천(天天)CJ’, 2011년에는 광저우에 ‘남방(南方)CJ’를 설립하며 중국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CJ오쇼핑은 우선 중국에서 ‘신뢰 쌓기’에 집중했다. 중국 TV 홈쇼핑 방송은 1992년 시작됐다. 글로벌 홈쇼핑 업체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빠르게 성장했고, 1997년 1000개에 달하는 회사가 활동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장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상업 광고 등 유사 홈쇼핑 방송이 난립했고, 소비자들은 홈쇼핑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과장해 팔았고, ‘짝퉁’도 넘쳐났다. 애프터서비스(AS)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CJ오쇼핑은 기존 중국 홈쇼핑 업체와는 전혀 다른 상품, 서비스,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상품 면에서는 한국 홈쇼핑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도입, 철저히 품질이 검증된 상품만 판매했다.

특히 동방CJ의 신상품 론칭 과정은 4단계를 거쳐서 이뤄질 만큼 까다롭다. 1단계로 MD가 상품을 발굴하고, 2단계로 소비자 조사를 통해 가격 경쟁력 등을 판단한다. 3단계는 신제품 평가 회의다. 한국 본사에선 팀장급에서 평가 회의가 이뤄지지만 당시 동방CJ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여해 론칭 여부를 확정했다. 마지막 4단계로 2번의 자체 품질 관리가 이어진다.

또한 CJ오쇼핑은 한국 홈쇼핑 방송 특유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채용해 ‘동방CJ 방송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QVC 등 미국 홈쇼핑 업체가 상품 기능 설명에 치중한 ‘드라이(dry)’한 방송을 했다면, CJ오쇼핑은 방송에 다양한 콘텐츠를 가미해 소비자가 패션쇼, 요리 교습, 트렌드 프로그램 등을 보는 것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현재 CJ오쇼핑은 해외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은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시장에선 남방CJ를 정리하고 있고, 2010년 이후 진출한 일본·터키 홈쇼핑 사업은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