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최근 미국의 많은 회사들이 선택하고 있는 전략 중 한 가지는 ‘패션 브랜딩’(fashion branding)이다. 한마디로 전 제품의 패션화 경향을 일컫는다. 자동차, 가전제품, 슈퍼마켓, 식품 회사 등 다양한 소비재 회사들이 최근 제품 컨셉트와 이미지에 ‘패션 감각’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음 사항은 어떤 속성을 뜻할까. ‘1. 각각의 모델이 곧바로 그 소유자 개성을 드러낸다. 2. 교체와 재구매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3. 선택 폭이 넓다. 4. 브랜딩과 디자인이 차별화 핵심이다. 5.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한다. 6. 새로운 모델,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다.’

 답은 패션의 속성이다. 생필품과 달리 패션 아이템은 제품의 질과 기능을 떠나 제품 이미지에 따라 판매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싫증이 났다거나, 유행이 지났다면 쳐다보지 않는 것 역시 패션의 특징이다. 여기 속하는 제품들로 쉽게는 옷, 가방, 구두 등이 전통적 패션 상품들이다.

 러나 최근엔 전 제품의 패션화 경향이 추세다. 요즘에는 자동차, 핸드폰, 노트북 컴퓨터, MP3 등도 하나의 패션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iPod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뉴욕에서 아이팟(iPod)이 없다면 간첩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그 인기는 폭발적이다. 뉴욕 젊은이들은 MP3 플레이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iPod을 원한다. 말 그대로 뉴요커들의 패션 액세서리로 여겨지는 iPod은 미국 여러 패션 잡지에 마크 제이콥스 가방, 마놀로 블라닉 슈즈 등과 함께 세련된 패션 피플들의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iPod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패셔너블한 디자인 때문이다. 기본 컬러인 우유색을 비롯해 핑크, 옐로, 그린 등 ‘팬시(fancy)’한 색깔은 물론이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주루룩 박힌 럭셔리 모델, 유명한 뉴욕 패션 디자이너의 고유 패턴을 입힌 제품도 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핸드폰 액세서리 못지않게 iPod을 위한 액세서리도 다양하다. 여러 패션 브랜드에서 iPod 케이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전용 목걸이, 스피커와 케이블을 넣는 주머니 등도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의 iPod을 개성 있게 장식하는 데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iPod은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MP3 메이커들이 더욱 작고 첨단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기에 바빴던 반면, 애플 사에서는 스타일과 패션에 초점을 맞춘 전략인 셈이다. 애플 사에서는 시즌마다 신상품들을 내놓는 패션 브랜드처럼 수시로 새로운 디자인의 iPod을 선보일 정도다. 특히 BMW와 함께한 조인트 마케팅도 히트를 쳤다.



 삼성, LG도 휴대폰에 시도

 삼성은 미국에서 이런 패션 브랜딩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미국에서 휴대폰은 이미 ‘유행 타는 패션 아이템’이 되고 있다.

 트렌디한 이미지로 급성장 중인 삼성 휴대폰은 8쪽에 걸쳐 미국 패션지 <보그>의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광고주가 돈을 주고 지면을 잡지사로부터 사서 자기 광고를 기사처럼 보이도록 게재하는 것)을 장식했고, 대표적인 패션 디자이너 다이안 폰 퍼스텐버그가 디지인한 휴대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립스틱 모양의 핸드폰 고리와 DVF 로고가 달려 있으며 ‘시티 밴드’라 불리는 팔목 밴드까지 패키지로 판매하는 이 핸드폰은 300달러에 1000대 한정 판매된 바 있다.

 “휴대전화는 오늘날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브랜드화됐습니다.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립스틱을 바르는 것은 젊은 여성들의 새로운 보디 랭귀지죠.”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이안 폰 퍼스텐버그의 말은 오늘날 휴대폰이 지니는 위상에 대해 잘 말해 준다.

  LG 역시 삼성에 뒤질세라 2005 S/S 뉴욕 패션 위크의 공식 스폰서로 나섰고 패셔너블하고 트렌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03년 미국 CDMA 시장 점유율에서 26%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LG 휴대폰은 경제 전문지 <포춘>으로부터 ‘주머니 속의 보석’(pocket jewelry)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휴대폰 업계 거인인 노키아에서 론칭한 베르투(Vertu)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울트라 럭셔리 휴대폰이다. 플래티늄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이 휴대폰은 부품을 업그레이드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휴대폰 시장의 롤렉스를 꿈꾸는 베르투는 휴대폰도 머지 않아 시계 같은 패션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적 라이프 스타일은 뉴욕뿐 아니라 전 지구상에 커다란 붐을 일으키고 있다. 패션 못지않게 달라지는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발 빠르게 반영하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SUV에 이어 최근 하이브리드 카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 자동차보다 기름을 5분의 1가량 적게 먹는 하이브리드 카는 환경 친화적인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것으로 현재 도요타, 혼다에 이어 포드 등 여러 자동자 메이커에서 선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카 중에서도 선두 주자로 자리 잡은 도요타 프리우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카메론 디아즈가 사랑하는 차로 알려져 있다. 프리우스의 성공 비결은 하이브리드 카 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제품 이미지를 쌓았다는 점. 환경 친화적 라이프 스타일과 트렌드를 상징하는 ‘패션의 전령’으로 자리 매김했다. 특정 브랜드 옷을 입음으로써 스스로를 ‘과시’하고자 하는 패션 소비자들의 심리다. 프리우스는 자신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을 남들에게 ‘선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한 셈이다.

 여러 소비재 브랜드들이 ‘패션’을 그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끌어안으며, 나아가 ‘패션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이유는 차별화 전략 때문이다. 요즘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가고 있으나 제품의 질과 기능에 있어서는 큰 차별화를 가져오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회사들은 패션의 몇 가지 요소들을 자기 브랜드에 차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패션은 유행이고, 유행은 반복적인 구매를 가져오는 만큼 ‘패션’ 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매력적인 마케팅 키워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