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은 전쟁을 비롯해 수많은 고초를 겪어 왔다. 1950년대에는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살았고, 60년대부터는 새마을운동과 무역 제일주의를 높이 앞세우며 전 세계를 시장으로 만드느라 애썼다. 이후 많은 한국의 상인들이 가방에 샘플을 넣고 세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오늘의 한국 경제를 만들어 왔다. 누군가가 불타는 사무실에 불길을 헤집고 뛰어들어 회사 금고를 가지고 나왔다느니, 회사 일을 하다가 과로로 책상에서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다는 영웅담을 당시 신문의 토픽난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인재는 자기가 일하고 있는 조직, 또는 모시고 있는 상사에게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으며,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서 한 몸 불사르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가장 돋보이는 리더의 자질이었다.



‘과거형 인재’ 경쟁력 없어

 이 시기를 지나온 리더들을 대상으로 “본인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많은 대답은 ‘열심히 일한다’였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한다는 막무가내 스타일이나 좌충우돌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대표적인 자질로 꼽았다. 더불어 목적만 달성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패기’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도 많았다. 한편 ‘건강에 자신 있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이는 건강 관리를 잘한다는 것과는 달랐다. 이들이 의미하는 자신은 ‘술을 밤새 먹어도 끄떡없다’거나 ‘야근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체계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보살피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술이나 돈으로 접대하는 데 능숙하다며,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내가 왕년에~ 이런 일도 해 봤다’는 과거의 경험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이들은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을 즐기며, 주로 혼자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참여의 여지를 주지 않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 지식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육체적인 노력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만으로는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던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앞에서 말한  5가지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과거형 인재로 분류된다. 대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나 큰 조직에서 관리자로 일하다가 ‘오륙도’ 시기를 맞이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에 봉착하여 제2의 진로를 물색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기업들은 어떤 사람을 원하는 것일까? 기업이 인재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핵심 요인은 바로 ‘이 인재가 기업에 투입되는 순간부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가’의 여부다. 어떤 일을 잘할 수 있으며, 얼마만큼의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 증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다. 이에 기업 이 인정하는 전문가의 3가지 자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자기가 맡은 직무에 대한 지식이 충분해야 한다. 대학에서 그 분야를 전공했다고 해서, 또는 회사에서 다년간 업무를 했다고 해서 전문가라고 칭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업무, 저 업무를 옮겨 다니면서 조금씩 경험해 보았거나, 남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업무 지식으로는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 그 업무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거나 세계적으로 경쟁이 가능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더 확대될 것이므로 세계적인 수준의 업무 지식을 가져야만 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를 제시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성취의 근거가 꼭 필요하다. 이제 과거처럼 말로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성과를 수치화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자기가 속해 있는 산업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 자신이 인사담당자이든, 신규 사업 기획자이든, 재무회계 담당자이든 간에 자기가 속해 있는 산업 분야에 대하여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어떠한 분야이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맡은 업무가 고객과 밀착되어 있지 않거나 상품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하지 않으면,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에 대한 정보마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지식만 숙지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상식 정도의 지식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래에 살아남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이나 R&D에서 일하는 사람도 판매나 구매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야 하고, 판매나 일반 관리를 담당하는 쪽에서도 기술 사항에 대하여 상식 이상의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업계 전반적인 수준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 정도까지 자신의 지식을 키우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창조적인 마인드 갖춰야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조건은 어떤 분야, 어떤 업무를 하고 있든지 간에 마케팅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케팅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소비자는 상품의 최종 구매자가 아니라 자신의 업무와 연관되어 있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어떤 분야, 어떤 업무를 막론하고 소비자, 즉 고객을 만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초적인 마케팅 지식은 누구나 갖추어야 할 필수 사항인 것이다. 이러한 3가지 지식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은 미래의 어느 곳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곧바로 결과물을 창출해 낼 수가 있다.

 물론 이러한 지식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맡은 일을 추진해 나가는 열정이나 창조적인 마인드, 좋은 태도와 습관이 수반되어야 한다.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내적인 자기 관리가 되지 않아 자신이 가진 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미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핵심 인재로 인정받겠다는 열정과 마인드 위에 담당 직무 지식, 동종 산업 분야 지식, 마케팅 지식, 이 세 가지 지식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그 사람은 미래에 인정받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