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주소 직업 신분 전화번호 등을 적은 종이쪽’

 명함의 사전적 의미다. 그러나 흔히 비즈니스 카드라고 부르는 명함이 가지는 의미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아서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잘못된 활용으로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명함은 양날의 칼로 비유되는 것이다. 이름 ‘名’(명), 마음에 품을, 또는 느낄 ‘銜’(함)으로 풀이되는 명함에 관해 설명할 때마다 유명한 서부영화 ‘백주의 결투(High Noon)’가 연상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생의 본능 표현 ‘present’

  ‘present’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선물, 현재, 제시하다’와 같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가 있는 반면, 생의 본능을 표현하는 동물들의 동작을 나타낼 때도 쓰인다.

수컷이 암컷에게 온갖 유혹의 동작으로 구애를 할 때 암컷이 자신을 허락한다는 의미로 수컷이 자신의 뒤로 돌아와 성기의 냄새를 맡도록 허락하는 행위, 그것을 프레젠팅(presenting)이라고 하며, 이는 또 다른 생명의 잉태를 의미한다. 반면에 생의 마감을 의미하는 present도 있다. 서부활극에서 보안관과 악당의 1:1 권총 대결 시 심판관이 외치는 ‘준비’ 구령이 present다. 이는 곧 한 사람의 죽음을 예고하는 절박한 표현인 것이다.

  자신과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최초 동작이 될 명함 건네기의 기본사항은 상식적인 사고방식과 이에 따른 동작의 반복 연습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즉, ▲일어서서 오른손 또는 양손으로 주고받는다. ▲상급자나 연장자가 먼저 준다. ▲식사 중에는 명함을 건네지 않으며, 끝난 후에 교환한다. ▲저녁 파티에서는 상대방이 먼저 명함을 요청하지 않으면 꺼내지 않는다. ▲받은 명함은 그 자리에서 읽어 보는 것이 예의이며, 발음이 어려운 경우에는 물어서 확실히 알고 넘어간다. ▲상대방 앞에서 명함에다 메모하지 않는다.



3초간의 승부

  이러한 기본 동작에 추가하여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명함을 건네는 행위(present)자체가 생(生)과 사(死)를 결정짓는 절박한 순간임을 명심하며, 상대방을 응시하며 주고받는 행위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의를 다른 곳에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내 자신 모두를 그 곳에 실어 보낸다는 생각으로 명함 한 장의 가치를 생명처럼 여기는 것이다. 영화 ‘High Noon’의 결투에서는 0.1초의 차이가 생(生)과 사(死)를 갈라놓지만, 다행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3초라는 아주 긴 시간이 부여됐다. 최초로 상대방을 만나 명함을 건넬 때 당신이 보여준 3초간의 분위기가 당신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때문에 명함 건네기는 생사를 건 결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