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덕성 시비로 사퇴한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는 많은 의혹을 남겼다. 그 중에서 경기도 수원 소재 토지 매입과 지상 건물의 장남 명의 신축 과정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부총리 명의로 취득한 토지의 적정성 여부는 빼놓더라도 토지 위에 장남 명의로 지은 건물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여라는 의혹을 버릴 수 없다.

 취득 자금에 대한 출처도 문제지만, 아버지 토지상에 장남 명의로 건물을 지어 임대사업을 하는 것도 증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건물 신축 비용에 대한 자금 출처를 조사해 장남 소득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면 이는 증여로 추정돼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또한 장남이 아버지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세법에서는 토지 사용료에 해당하는 만큼 재산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토지 무상 사용에 대한 이익이란 건물을 소유하기 위해 가족 및 친인척(특수 관계자)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아버지 토지 위에 아들이 건물을 신축 또는 증축해 사용하는 경우라든지, 건물과 그 부수 토지를 함께 소유하고 있는 아버지로부터 건물만을 증여받거나 매입해 사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다만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더라도 건물이 주택이며 그 주택에 함께 거주하는 경우에는 무상 사용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부동산 무상 사용에 대한 증여세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토지가액 X 2%(임대율)를 5년간 현재 가치로 할인한 합계액으로 증여가액을 평가한다. 5년이 경과한 후에도 계속해 무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5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 새로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다시 5년간 토지 무상 사용 이익을 계산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소유하는 공시지가 20억원 토지 위에 아들이 건물을 신축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증여 재산가액은 약 1억5200만원(= 20억 X 2%를 5년간 물가상승률10%로 할인한 합계액)으로 평가된다. 사전에 증여받은 것이 전혀 없다면, 약 1400만원 정도의 증여세가 아들에게 부과될 수 있는 것이다. 5년 이후에도 계속 아버지 토지를 무상으로 임차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다시 매 5년마다 증여세가 새로이 과세될 수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자신 토지를 무상으로 이용해 아들이 지상에 건물을 지어 임대업을 하자, 아들에게는 증여세가 부과되고 자신에게는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가 세무서로부터 부과됐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최씨는 국세심판원에 소득세나 증여세 중 하나는 취소해 달라는 심판청구를 제출했고 심판원은 최씨 손을 들어주었다. 최씨는 지난 95년 아들에게 자신 땅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아들이 지상에 상가를 지어 임대업을 하자 국세청이 이를 특수 관계인 간의 증여로 보고 아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데 이어, 토지 소유자인 자신에게도 1997~2000년도 무상 임대에 대한 소득세를 추정하여 소득세를 부과 처분한 것이다. 심판원은 증여세가 본래 소득세의 보완적인 과세이므로 소득세를 부과한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국세청 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더라도 증여세와 소득세가 이중으로 과세되지는 않는다.

 아버지 토지에 아들이 건물을 신축해 사용하더라도 당해 토지 사용에 따른 대가를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또한 이와 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받는 방법 이외에, 토지 소유자인 아버지와 건물 소유자인 아들이 공동 사업자로 타인에게 임대업을 한다면 증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는 특수 관계자 간에 공동 사업자로 임대사업을 하더라도 지분이 큰 자에게 다른 공동 사업자의 소득이 합산 과세돼 절세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특수 관계자 간 공동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개인 지분별로 각각 소득세가 과세되므로 공동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