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50)는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린다. 한마디로 국산 소프트웨어의 선구자다. 전문가들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독자 기술로 개발해 한국의 소프웨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IT 강국으로 불렸지만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변변한 제품 하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미들웨어,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O/S(운영체제)로 구성된 3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해외의 유수 IT기업들만이 가지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의 선진 IT업체들도 개발하기를 주저할 정도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국내 IT업체가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라는 게 주위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요소기술을 조그만 벤처업체인 티맥스소프트에서 개발한다고 했으니 누군들 쉽다고 했을까. 조그만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모른다. 기술 개발이 어렵고 힘들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인생역정은 한 편의 드라마다. 박 교수는 전남 담양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를 마치자 운수회사의 사환으로 일해야 했다. 지방의 야간상고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전산부에 입사해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이때 접한 컴퓨터가 그의 인생을 결정했다.



 은행원에서 KAIST 교수로

 미국 유학길도 남들은 갔다 올 나이인 33살 때 떠났다. 오레곤주립대학 컴퓨터공학부에서 1년 3개월 만에 전 과목에서 A를 받았고, 석사 과정도 1년 3개월 만에 끝냈으며 박사학위도 4년 3개월 만에 취득했다.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6년 반 만에 끝낸 것이다. 짧은 영어에다 기초지식까지 부족했던 그에게는 사투에 가까운 것이었다.

 귀국한 후 KAIST 전자공학과 교수가 된 그는 1997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티맥스소프트를 설립하고 그동안 꿈꿔 왔던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그가 처음 개발한 것은 미들웨어 원천 기술인 TP모니터였다. 미들웨어는 기업 내 각종 프로그램들이 순조롭게 운용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로 서버(주컴퓨터)와 클라이언트(서버에 연결된 컴퓨터)간의 정보 교류를 빠르게 해준다. 국내 미들웨어 시장은 외산이 석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TP모니터가 개발된 후 외산 제품이 TP모니터로 상당 부분 대체됐다. 성능이 우수한데도 가격은 저렴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웹의 세계적 기술표준인 J2EE 인증을 IBM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획득하기도 했다.

 기술 개발을 지켜보던 해외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TP모니터는 지금도 미국 업체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들웨어의 개발 성공은 우리나라를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올리는 기반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박 교수로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는 국산 DBMS 개발에도 나서 올해 개발을 완료했다.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미들웨어를 개발한 것을 지켜본 사람조차도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또 해냈다. 조만간 실제 현장에서 미국의 제품과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

 그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급속한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O/S(운영체제) 개발에 도전한다. 박 교수는 2006년까지 휴대폰 등에 쓰이는 임베디드 O/S 개발을 위한 대장정에 들어갔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미 7~8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했으며 지난 9월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미들웨어와 DBMS 등의 개발경험으로 인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유닉스와 같은 서버용 O/S 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해외 유수의 IT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O/S를 개발하게 되면 전 세계에서 IBM에 이어 두 번째로 미들웨어, DBMS와 함께 ‘IT 3대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국내 기술 개발로 수천억 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박 교수는 2010년에는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10%를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5년에는 삼성전자와 맞먹는 기업으로의 성장을 자신했다. 그는 IBM, 오라클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연구 개발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서 나온 것이다. 분당에 위치한 R&D센터는 100여 명의 엔지니어가 10여 종의 미들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R&D에 100억 원을 투자하고, 오는 2010년까지 매년 매출의 20~30%인 3500억 원을 제품 개발에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다.

 2008년까지 국내에 지상 15층 규모의 소프트웨어 전용 연구소를 설립하고, 해외에도 5군데의 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연구진과 함께 우리의 손으로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각오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1조원 들여 공대 설립이 꿈

 박교수가 1997년 말에 세운 티맥스소프트는 조그만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끝없는 연구 개발의 결과, 한 창업투자회사는 자본금의 일부를 무려 150배에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티맥스소프트 지분의 60%를 가지고 있는 박 교수의 재산은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2010년에는 매출 3조 원, 순이익 1조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비전도 세웠다.

 박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에 버금가는 공대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CALTEC는 IT분야에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최고의 대학이지만 아무나 갈 수 없다. 박 교수는 CALTEC과 같은 곳을 만들어 한 해 100명의 졸업생 중 초일류 10명만 배출하더라도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교수는 5000억 원으로 부지와 첨단 시설을 갖추고, 학생은 1000명, 교수는 5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연구 성과에 따라 교수진을 차별화하고 학생들의 등록금도 전부 면제할 생각이다.

그에게는 개인적인 생활이 없다. 연구에 방해가 된다면 누구도 만나지 않고 기술 개발에만 전력을 기울인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믿는다. 오로지 첨단 기술 개발과 핵심인재 육성에만 전념할 박대연 교수의 도전을 계속 지켜 볼 일이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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