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가격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시장 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이 어떤지, 장점뿐만 아니라 취약점도 함께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내 기술혁신기업(이노비즈기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맡은 알카텔벤처스의 김윤종(54, 미국명 스티브 김) 대표가 최근 방문한 중소기업을 예를 들어 따끔하게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미국시장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그래서 어떠한 비즈니스 계획도 세우지 않고 마음만 앞서는 시장 진출은 무모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우물 안에만 있어선 안 되지만 철저한 시장 조사가 뒷받침돼야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처럼 무작정 죽기 살기로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조사를 통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서면 과감하라고 김 대표는 조언했다. 우물 안에서만 놀지 말고,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 머뭇거리지 말고 뛰어들라는 주문이다. 그는 미국시장에서 승산 있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진출 적극 지원

 김 대표는 이노비즈협회, 한미신용정보와 공동으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시장 진출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기술혁신협회와 한미신용정보는 다음달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드트레이드센터 내에 ‘중소기업지원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 센터에는 국내 2700여 이노비즈 업체들이 대미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을 현지법인 및 지사를 설치할 수 있어 미주지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김 대표는 이들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및 투자자문과 필요한 경우 나스닥 상장에 필요한 자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이노비즈협회와 김 대표 등은 이곳에 이노비즈타운 본부를 설치해 이노비즈 업체의 수출입 상담 및 통관업무 등을 대행하거나 지원해 주기로 했다. 센터에 입주하는 기업은 미국지역 시장 동향을 비롯해 기술 정보, 소비자 트렌드 등도 함께 제공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한미신용정보와 연계해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신용분석팀을 운영해 신규 바이어의 신용정보와 거래기업의 신용정보를 조사해 주기로 했다. 센터 안에는 상설 전시장을 마련해 미국 진출을 바라는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장터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수출대금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미국측 수입업체 대표자의 재산정보 추적을 통해 수출채권을 추심해 주는 업무도 펼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지원할 기업의 수와 투자금액, 기술 등에 대해 아직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지만 1년에 2~3개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도와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은 있지만 해외지사 운영의 부담,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 해외 경험 부족 등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곤란을 겪었던 기업들이 미국시장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그동안 일부 중소기업들이 한두 번씩 들락거리면서 미국시장을 판단하고 잘못 진출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의 무모한 진출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실패사례를 줄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토록 한국 중소기업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미국시장에서 그만큼 고생을 해봤기 때문이다.

 1976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김 대표는 창고에서 짐을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캘리포니아 주립 야간대학원을 다니며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쳤다.



 땀으로 일군 신화

 이후 김 대표는 미국에서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자일랜을 설립한 뒤 1999년 프랑스의 통신장비회사 알카텔에 20억 달러에 매각해 미국 벤처업계의 신화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다국적 벤처투자업체인 알카텔벤처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중소기업의 대미 진출에 첨병 역할을 다짐하고 있다.

 김 대표가 ‘벤처 신화’를 일궈낸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84년 그는 처음 통신장비 엔지니어로서 미국시장을 두드렸다. 그는 오로지 실패할 수 없다는 각오만 가지고 목숨을 걸고 영업을 했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비즈니스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지 않았고, 돈은 쌓였지만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다.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브랜드가 창출되는지도 몰랐다.

김 대표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며 지금과 상황이 완전 딴판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경험이 1995년 자일랜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는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거의 1년 반 동안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뭔가를 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잘 될지 알았기 때문에 ‘감’도 좋았다. 주위에서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성공을 확신하고 밤낮없이 일했다”고 그는 말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시스코 등과 겨룰 제품이 나왔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나온 제품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했다. 다른 경쟁업체에서 비슷한 제품들이 나왔지만 쉽게 고객을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는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물건을 파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말이다. 시장에서 직접 부딪혀 얻는 정보와 고객의 니즈가 기술 개발로 이어진 것이다.

 장기적으로 투자돼야

 그는 최근 벤처 위기의 원인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너무 많은 벤처’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시장은 예전보다 분명 커졌지만 기회가 많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벤처투자회사의 단기적인 투자 경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벤처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벤처를 통해 신기술이 개발되고, 이것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밑천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벤처가 성공하기 위한 요건으로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밍, 상식, 조직력, 리더십, 의사결정 능력을 꼽았다. 김 대표는 “탄탄한 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벤처 투자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벤처기업이 대기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대기업에서 먼저 찾아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벤처기업으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희망은 단순하다. 대미 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들이 무사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동안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현지화 적응에 실패한 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벤처 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보유한 노하우가 국내 중소기업으로 얼마나 부드럽게 넘어올 것인가. 투자할 돈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지만 벤처 시장에서 ‘대어’를 낚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김윤종 대표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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