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의 천국답게 미국은 온라인쇼핑도 활발하다. 포레스터 리서치 등 전문 조사업체에 따르면 2004년 미국 전체 온라인쇼핑 금액은 2003년보다 24% 증가한 141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40조원 수준.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를 필두로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들과 함께 소비자들의 온라인쇼핑을 돕는 다양한 미디어들이 급부상 중이다.

 미국인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인들의 추천은 구매와 바로 연결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지인 추천 다음으로 중시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

 자동차나 가전제품 매장에 갈 때는 으레 <컨슈머리포트> 한 권을 끼고 가는 것이 이들이다. 전문가들이 올려놓은 제품 평가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물건을 구입하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온라인 쇼핑 도우미 사이트 폭발

 오프라인 쇼핑에서는 또 다른 습관으로 쿠폰을 사용한다. 미국인들은 신문에 끼어서 배달되는, 혹은 우편함으로 배달되는 쿠폰북을 무진장 애용한다. 동네 슈퍼마켓에 갈 때, 드러그 스토어에 갈 때, 햄버거를 사 먹으러 갈 때도 쿠폰북을 뒤져서 10센트만 싸도 기어이 그 곳을 찾아가 ‘알뜰 쇼핑’을 즐긴다.

 미국인의 이런 쇼핑 습관에 맞춘 온라인쇼핑 중개(미디어) 서비스는 미국에서 상당히 활성되어 있는 동시에 흥미로운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유통마진을 주된 수입원으로 하는 일반적인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와 달리 중개수수료 또는 광고수익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컨슈머리포트>의 온라인 버전으로 불릴 만한 제품 평가 웹사이트들은 이미 성공적인 수익 모델로 미국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1999년에 시작된 이피니온(epinions.com)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웹사이트 가운데 하나이며, 컴페어넷(comparenet.com), 비즈레이트(BizRate.com), 프로덕토피아(Productopia.com), 숍서브(ShopServe.com) 등도 잘 알려진 사이트이다.

 아마존과 같은 대형 쇼핑 웹사이트에서도 물론 소비자들의 제품 후기와 리뷰를 소개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제품 평가 웹사이트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능보다는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데 더욱 치중한다. 이 중에서도 비즈레이트는 소비자 평가지로 유명한 <컨슈머리포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마케터들이 이러한 웹사이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만드는 월풀은 ‘브랜드와이즈’(brandwise.com)의 가장 큰 투자자로 나섰다. 브랜드와이즈는 월풀만이 아니라 중산층 미국인들의 집 꾸미기와 살림살이를 주로 다루는 월간지 <하우스키핑>을, 또 다른 파트너로 받아들여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멀티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브랜드들의 새로운 마케팅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쿠폰문화는 인터넷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노트북 같은 고가 제품들로부터 호텔, 렌터카 할인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쿠폰이 상당히 활성되어 있다. 인터넷쿠폰은 온라인상에서 어떤 제품을 구매하거나 예약할 경우 최종 금액을 결제하기 직전에 ‘프로모션 코드’, ‘디 스카운트 코드’를 묻는 박스가 나오는데, 바로 이 단계에서 인터넷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쿠폰 웹사이트를 통해 받은 코드를 입력하면 할인된 결제금액이 나온다.



 델컴퓨터 50만원 더 싸게 살 수도

 <뉴욕타임스>에 끼워져 일요일에 배달되는 콜게이트 치약 15센트 할인 같은 자질구레한 생필품 쿠폰북에 비하면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할인은 한층 혜택도 크고 사용하는 것도 편리하다. ‘테크바겐’(Techbargains.com)에서는 단순히 쿠폰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리베이트, 프로모션과 함께 최대한으로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한다.

 가령 델컴퓨터(Dell.com)에서 1407달러에 판매되는 노트북을 테크바겐에선 500달러 할인쿠폰을 받아 907달러에 살 수 있을 정도다.

 ‘모어리베이트’(morerebates.com)는 그 자리에서 할인된 금액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나중에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는 리베이트 서비스를 한다. 리베이트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이 사이트와 링크된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가 일어날 경우 모어리베이트가 가져가는 수수료(온라인 쇼핑몰이 제공하는 커미션)를 다시 구매자에게 일정 부분 돌려주는 방식이다.

쿠폰 사이트들은 브랜드들의 다양한 유통 전략과 함께 다단계의 복잡한 판매수수료가 얽혀 있다. 그리고 마케터들에게 쿠폰 웹사이트는 소비자들의 물건을 구매하도록 하는 ‘마지막 비상구’다.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는 매력적인 할인폭을 제시해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구매 버튼을 클릭하도록 만드는 것. 이들은 인터넷쿠폰을 통해 물건 가격을 낮추어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