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히 ‘전략’의 시대다. 기업 경영에서도 전략 경영, 전략적 사고, 전략적 자원 관리 등 전략이 중시되는 추세다.

 전략적 기획 능력이 인재 채용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는가 하면, 과거엔 이름조차 생소했던 전략기획 부서가 이제는 조직 내 핵심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인사 관리 분야에서도 전략적 접근의 중요성이 반영돼 일찍이

‘전략적 인사 관리’라는 개념이 개발돼 왔다.

  전략적 인사 관리(SHRM: 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두 가지다. 첫째, 인사 관리 체계는 조직 전략과 비전에 직접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점과 둘째, 인사 관리 체계는 궁극적으로 조직성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사 관리 한 분야인 평가제도에 있어서도 전략적 인사 관리 개념이 반영될 수 있다. 전사 전략에 따른 인사 관리와 성과 관리 철학 구축, 그리고 이에 연계된 개인과 조직 성과 평가 체계를 전략적 평가제도라 부를 수 있다. 개인과 조직을 평가하기 위해선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한 평가 기준을 다른 곳이 아닌 조직의 전략적 지향점과 장단기 전략 계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전략적 평가제도의 핵심이며, 이는 결국 조직의 장기 성과 향상에 직결된다.



 전략에 맞는 인재 관리가 핵심

 전사적 비전과 전략에 따른 목표가 명확히 설정됐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각 직원들에게 업무 목표와 평가 지표를 설정해 부여해야 한다. 이때 개인 평가 요소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평가제도와 프로세스가 상위 전략에 잘 맞도록 설계돼 있다 해도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생뚱맞은’ 평가 지표를 개인에게 부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개인으로서는 업무와 무관한 내용으로 평가 받음에 따른 불만이 발생하고, 조직으로선 개인 성과 향상을 통한 조직 성과 향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귀결이 나기 십상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평가 요소는 업무 과정 요소라 할 수 있는 역량(competency)과 업무의 결과 요소라 할 수 있는 업적(result)으로 구성된다. 역량과 업적에 대한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간단한 사례를 들어 보자.

 지난 2003년 당시 국내 프로야구 간판 스타였던 이승엽 선수가 56호 홈런을 터뜨려 아시아 기록을 경신했던 일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승엽 선수가 홈런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몇 가지 제시했다. 일단 투수 손에서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0.4초 동안 공의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해 내는 타고난 동체 시력이다. 또 한 가지는 승부 포인트에서 폭발력을 잃지 않게 하는 집중력과 순발력이 신기록을 세운 요소라고 꼽고 있다. 쉽게 말해 이승엽이 남들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치게 하는 이러한 능력이 바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업적은 당연히 이승엽 선수의 홈런 개수, 타율, 그리고 장타율 등의 결과 지수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업적뿐만 아니라 역량 요소를 평가하는 것은 단기적인 업적도 중요하지만 과정적인 요소인 역량을 평가하고 개발함으로써 장기적인 업적 향상을 이끌어 내자는 전략적인 의도에서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활용하는 역량 요소는 주로 업무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 조직 생활에 필요한 태도 및 가치 요소 등으로 구성된다. 물론 개인 업무 내용과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 요소도 달라진다. 역량 요소는 적용되는 대상과 범위에 따라 크게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첫째, 조직 상위 관리자 또는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리더십 역량’. 둘째, 본인이 수행하고 있는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직무 역량’. 셋째, 조직 구성원으로서 공통적으로 지녀야 하는 ‘공통 역량’이다. 평가자 리더십이 가장 중요 반면 업적 평가 요소는 개인이 수행한 직무 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요소다. 영업 이익과 매출액 등 수치 지표로 표현되는 평가 요소들(정량 지표)이 있을 수 있고, 업무 수행 결과 품질이나 전반적인 완성도 등 수치적 지표로 표현되지 않는 요소들(정성 지표)이 있다. 이러한 정량, 정성 지표들 중에서 해당 개인 또는 직무 성과를 가장 대표적으로 잘 포괄하는 지표를 핵심 성과 지표 또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하며, 흔히 ‘업적 평가 요소 = KPI’라고 부른다. 이러한 KPI 지표를 활용함으로써 직원들은 핵심 업무 목표에 매진할 수 있으며, 명확한 판단 기준에 따라 현 위치를 점검하고 개선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조직 입장에서도 이럴 때 효과적인 목표 관리를 가능케 하는 장점이 있다.

 평가제도는 인사의 꽃이다. 실제로 평가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인사제도 전체가 중심을 잃고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평가제도의 핵심인 평가 요소, 좀 더 구체적으로 업적과 역량 요소에 대한 살펴봤는데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호수 위의 달그림자를 가르는 명검을 가지고 있더라도 베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듯, 평가 지표와 체계가 잘 정리돼 있더라도 실제로 평가를 수행하는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제도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하지 않으면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즉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운영 역량에 따라 평가제도의 성패가 달려 있다. 특히 평가 프로세스 전반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평가자 리더십이 중요하다. 평가 목적은 단지 고과 서열을 매기기 위함이 아니다. 평가제도는 직원들의 현재 위치에 대한 명확한 점검을 통한 지속적 육성과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운영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자는 실제로 평가 기간에만 평가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직원들의 업무 수행 과정과 진행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 활동을 하는 등 육성형 평가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