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PDA폰 시장에서 한국HP, 삼성전자 등 ‘IT 공룡’들과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있어 화제다. 바로 PDA폰을 생산하고 있는 싸이버뱅크가 주인공. 싸이버뱅크는 지난해 약 25만대로 추정되는 국내 PDA 시장에서 7만대를 판매, 매출 500억원 달성으로 국내 PDA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약 30%로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PDA폰 시장이 소폭 성장에 그쳤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를 가지는 대목이다.
 이버뱅크는 지난 1999년 무선통신 및 정보단말기 분야의 연구개발 전문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출발 당시부터 PDA와 휴대폰을 결합한 제품 컨셉트를 구상해 복합 단말기를 탄생시키기까지 2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조영선 사장(44)은 “당시 국내에서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였던 만큼 제품 개발도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PDA폰 개발을 위해서는 PDA의 모바일 컴퓨팅 기술과 CDMA 이동통 신 기술을 결합해야 했지만, 두 가지 기술이 완전히 다른 영역이어서 기술을 통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가지 기술을 공유하고 있는 전문가도 드물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때 개발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복합 단말기 ‘PC이폰’은 2000년 정보통신부 주관 멀티미디어 기술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같은 해 컴덱스 2000에서 ‘주목받는 신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1년 CES 전시회에서도 10대 제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 사장은 그때 개발한 전력 관리, 절전 알고리즘, 통화 감도 기술이 현재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PDA폰 시장 선두 유지

 싸이버뱅크는 삼성전자 등과 기술력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PDA’ 개발에만 몰두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윈도우 단말기 개발 파트너로서 삼성, LG와 함께 엄격한 심사를 부여하고 있는 포켓PC의 라이선스를 받았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 CDMA 기술 자체 보유로 모든 이동통신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사양의 단말기를 적시에 공급함으로써 국내 PDA폰 시장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을 겨냥한 작고 슬림한 사이즈의 PDA 스마트폰 ‘포즈’(POZ) 시리즈는 현재 이동통신과 무선 랜을 동시 내장하고 KT의 넷스팟 스윙폰 시장에서 HP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싸이버뱅크는 지난해 말 130만 화소대 이상의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하고, 크기도 줄인 업그레이드 제품을 출시했다. 막대한 자본과 강력한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HP와 대결할 수 있는 것은 기술력뿐이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HP를 자본과 영업력에서는 따라잡을 수 없지만 기술면에서는 뒤떨어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네스팟 스윙 단말기는 지난해 말까지 6만5000여 대가 판매됐다. 기종별로는 싸이버뱅크의 ‘포즈 X301’이 3만7000여 대 팔린 반면 한국HP의 ‘아이팩 rw6100’은 2만80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개인 소비자 시장의 경우, PDA 스마트폰이 휴대성과 단말기 가격 면에서 휴대폰에 비해 불리하다. 휴대폰이 가지지 못하는 PDA 고유한 기능을 뚜렷하게 원하는 소비자 외에는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싸이버뱅크는 차별화된 기능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상품 기획 및 수요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싸이버뱅크는 이러한 기술적인 차별화 외에도 브랜드 유지 전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네스팟 스윙 단말기에서의 호응을 바탕으로 ‘PDA의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신제품 개발도 계속 이어진다. 이미 무선 랜을 이용한 네스팟 스윙폰 개발에 이어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및 지도를 내장한 내비게이션 스마트폰(포즈 X310)을 지난해 12월에 출시했다. ‘포즈 X310’은 슬라이딩 휴대폰 외형에 PDA, GPS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내장해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다. 이 제품은 화물 운송, 택배, 렌터카, 산악인 등 지리 정보가 필요한 고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으며, 텔레매틱스 단말기 시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또 휴대폰과 동일하게 크기를 대폭 줄인 스마트폰(포즈 501)과 위성 DMB 스마트폰(포즈 X400) 등 신제품을 개발 중이며 올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조 사장은 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개발진을 지속적으로 영입해 현재 기술개발 분야에서 100명이 넘는 연구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MB폰은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에는 브라질,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약 2500만 달러를 수출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둘 계획이다. 조 사장은 “PDA폰은 그동안 낮은 전송 속도와 비싼 사용요금의 이동통신망의 한계를 모두 해결해 일반 소비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싸이버뱅크는 휴대폰 기능에 더해 PDA 기능을 탑재한, 올 상반기 중 출시할 DMB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싸이버뱅크는 오는 5월 TU미디어의 위성 DMB 상용 서비스 일정에 맞춰 DMB 결합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조 사장은 이번에 내놓을 DMB폰에는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 기능들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휴대폰, PDA, MP3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기능을 모두 지원하는 위성 DMB 단말기로서 휴대폰과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게 된다. 조 사장은 DMB폰을 10년 만에 찾아오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일반 휴대폰에서 카메라폰으로 옮겨지는 데 10년이 걸렸으며, 이 카메라폰이 이어질 것이 DMB폰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반 휴대폰보다는 화면이 크면서도 전체 단말기 크기는 비슷한 PDA 단말기가 이동 방송 시청에는 더 유리해 위성 DMB가 PDA 스마트폰 시장 확대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DMB폰 시장에서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와도 겨룰 만한 기술을 지녔다고 자부하고 있다. 싸이버뱅크는 이미 제품 출시를 위해 현재 망연동 테스트(단말기와 이동통신망의 연결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각종 인증 과정을 거쳐 빠르면 4월쯤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 사장은 “이 PDA폰은 펜티엄3급 노트북에 맞먹는 성능”이라면서 “올해 40만 대로 추정되고 있는 위성 DMB 단말기 시장에서 유일하게 출시될 PDA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DMB, 와이브로 등 새로운 서비스와의 결합에 맞춰 지속적으로 서비스 사업자가 원하는 단말기를 적시에 공급하는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