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두리란 부동산 은어 중 가장 흔하게 많이 쓰이는 용어다. 일본말로 ‘손에 넣다’는 의미인데, 원래 발음은 데도리가 맞다. 이는 중개수수료 이상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매물주가 1억원을 받아 달라고 했을 때 1억2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2000만원을 수수료로 챙기는 것을 데두리라고 한다. 데두리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금’ 또는 ‘인정’이란 작업이 선행된다. 매물주에게 건네지는 금액을 확정하는 일을 ‘입금’ 또는 ‘인정’이라고 한다. 예에서는 1억원이 인정가격 내지는 입금가다.
 리나라의 중개수수료 체계에서는 매매가나 임대가의 일정 비율을 받도록 한다. 중개의뢰인이 미리 중개 대상물의 가격을 제시하고 그 가격을 초과하여 계약을 체결시킨 경우 초과액을 수수료로 하는 순가중개계약은 금지되어 있다. 데두리란 순가중개계약과 가장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데두리가 들어가면 사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중개업자가 받는 보수는 모두 중개수수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개업자의 일이 모두 중개수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상가 권리금을 들 수 있다. 중개업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중개수수료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권리금의 10%를 받든 20%를 받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또 부동산컨설팅 계약을 맺고 거래를 하는 경우에 여전히 중개행위이기 때문에 수수료 제한을 받는다는 견해와 단순히 중개행위로만 볼 수 없어 수수료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견해로 나뉘고 있다. 권리금과 컨설팅 계약(반대 견해도 있지만)은 법정수수료율의 제한을 받지 않고 당사자 간에 약정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따라서 이런 영역에서 데두리가 나타났다고 해도 최소한 과다 수수료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데두리가 나타나는 이유는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서다. 그리고 데두리가 가능한 배경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고 본다. 일정한 가격이 형성되고 누구나 그 가격을 알 수 있다면 데두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이다. 만일 1억원이 가격이라면 그 이상을 지불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부동산은 정가가 없고 가격이 매우 유동적이란 점에서 데두리란 편법이 판을 치게 된다. 시세란 것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세란 단지 참고에 불과할 뿐 실제 매매가격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떻게 계약을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것이 부동산의 특성이다. 따라서 아파트처럼 어느 정도 가격이 형성된 영역에서는 데두리가 나타나기 어렵고, 데두리가 들어가도 미미한 수준이 된다. 시세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믿기도 어려운 상가 권리금, 토지 매매 등에서 데두리가 나타난다.

 데두리를 설명하기 위해 앞서 예를 들어보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데두리란 용어를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중개인이 대상물의 가격을 부를 때 어느 정도 가격을 높여 부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마치 백화점에서는 정찰제이기에 물건값을 깎을 시도도 하지 않지만 재래시장에서는 당연히 물건값을 깎아야 정상이고 제값을 다 주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란 인식처럼 말이다. 구입자가 어느 정도 가격을 깎을 거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개인이 입금가(매물주가 의뢰한 금액)를 그대로 밝힌다면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까?

 1억원을 호가로 하고 정직한 중개인이 1억원에 소개했다고 하자. 구입자가 ‘네 그렇군요. 그 가격에 계약을 합시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1000만원만 깎자거나, 2000만원을 깎자거나 할 것이다. 물건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중개업자가 하는 일이라지만 값을 깎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적당히 가격을 올리고 적당히 내려줘 구입자에게 잘 깎아 싸게 샀다는 인식을 심어 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 된다.

 그런데 일반인들도 데두리란 것을 이제는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예전처럼 데두리를 먹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거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자문을 많이 구한다.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되고 그러다 보면 전·현직 중개인들의 조언(?)이 쏟아지면서 데두리란 걸 듣게 된다. 몇 천만원을 먹어봤다거나 몇 억원까지 해봤다는 등등 화려한 전투담(?)까지 곁들이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일단 무조건 많이 깎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2000만원을 데두리로 넣었는데, 구입자가 데두리 이상으로 깎아 줘야 계약을 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두 가지 방향의 전술이 나올 수 있겠다.



 ‘은어’를 알면 돈이 보인다

 예전에 2000만원을 데두리로 넣었으면 이제는 4000만원, 아니면 그 이상을 데두리로 넣는 것이 첫 번째다. 초보 중개인이 쓰는 방식이라 하겠다. 그러나 구입자가 바보는 아니다. 아무리 부동산가격에 정가는 없다고 하지만 정도를 벗어난 가격에는 구입자가 붙지 않는 법이고, 구입자가 있더라도 그만큼 가격을 후려칠 것이다. 즉, 2000만원 데두리에 4000만원을 깎아 달라고 했지만 5000만원 데두리를 넣으면 7000만~8000만원을 깎으라는 식으로 말이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아예 데두리를 넣지 않거나 애교 수준으로 집어넣는 방법이다. 앞서 데두리가 생기려면 입금가가 정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입금가라는 것이 보통 물건을 의뢰할 때 정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종적으로는 계약시에 정해질 수밖에 없다. 매물주가 1억원을 받고 싶다면 물건을 내놓을 때 1억원에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깎아 줄 것을 감안하고 그 이상을 호가로 내놓는 것이 보통이다. 즉,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매물주가 물건을 내놓을 당시부터 데두리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노련한 중개인이라면 물건이 어느 정도 가격이면 계약이 체결되겠다는 ‘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중개인이 한두 명도 아니고 제아무리 노력을 기울였더라도 계약서를 쓰지 못한다면 수입이 없는 구조이기에 힘들게 입금가를 낮춰 다른 사람 좋은 일을 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계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구입자가 있다면 계약을 체결하기 바로 직전에 ‘작업’을 통해 입금가를 낮추고 데두리를 잡을 수도 있다.  



 깎을 만큼 깎는 것이 예방책

 위의 예에서 호가는 1억2000만원 정도 될 것이고 중개인은 그대로 호가를 말한다. 중개인의 감으로는 8000만~9000만원 정도면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 매물주가 부른 가격 그대로 의뢰인에게 제시한다. 만일 구입자가 다른 중개업소에 들른다고 하더라도 1억2000만원 이하로 나와 있는 곳은 없을 것이기에(데두리까지 넣었다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가장 싸게 부른 중개인에게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이때 자신이 보기에는 1억원 정도면 잘 사는 것이 아니겠냐며 이 정도 선에서 계약을 하자고 유도한다. 구입자가 이에 동의를 하면 8000만~9000만원을 입금으로 잡고 1000만~2000만원의 데두리를 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설명이 복잡한가? 그런데 이 정도는 극히 초보적으로 데두리가 나타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계약마다 데두리가 나타나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상가나 토지의 구입자라면 주택 구입자보다는 속칭 ‘선수’이다. 들은풍월도 많고 경험도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 방식이 계속 통할 수는 없어 중개업자도 꾸준히 방법을 개발하고 작전을 짜야 한다.

 데두리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데두리를 당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최대한 깎을 수 있는 데까지 깎아 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도 방법이라고 말하자니 쑥스럽다. 데두린지도 모르고 당하는 것이 데두리다.

 방향을 달리 생각해 보자. 데두리가 나타나는 영역은 부동산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곳, 달리 말하자면 거래가 자주 일어나기 어려운 부분에서 나타난다. 건물이나 토지 거래는 아파트처럼 잦은 거래가 발생하지도 않고 계약을 맺기까지 기울여야 할 노력과 수고가 몇 배는 더 든다. 같은 매매라고 똑같이 수수료를 받으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중개업자들이 늘 주장하는 것이 수수료를 현실화하라는 것이 아닌가?  필자도 부동산거래를 할 때 법정수수료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을 줬으면 줬지 법정수수료만 준 적이 없다. 지면상에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데두리가 나타나는 영역의 거래라면 데두리를 맞을 걸 각오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초과수수료 없이 일하려는 중개인은 없을 테니까, 적당한 수준의 대가를 지불한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속 편한 생각일 것이다.

 “입금이 얼마죠?”, “데두리 너무 많이 넣은 거 같네요.” 이 정도의 표현을 구사할 수 있다면 중개인도 무시할 수 없는 구입자라고 여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