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하반기 분양시장은 정부의 ‘공급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ㆍ건설 경기가 위축돼 물량이 축소됐지만, ‘알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여전히 인기를 끈다. 그 중에서도 10월 분양 예정인 지역으로 화성동탄지구와 함께 유망지역으로 첫 손꼽히는 하남풍산지구를 찾았다.
 울시의 동쪽에 위치한 하남시는 서울과 인접한 도시 중 부동산 관련 뉴스가 가장 적은 곳 중 하나다. 1200만 서울 시민의 물을 공급하는 팔당호를 비롯해 도시의 상당 부분이 그린벨트로 묶인 까닭에 경기도에서도 대표적인 개발소외 지역으로 꼽혀 왔다. 인구가 겨우 13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그러나 이번 10월 동시 분양에 선보일 하남풍산지구는 인기 지역인 화성동탄지구와 더불어 올 하반기 최고 관심지역으로 꼽힌다.

 “판교가 관심의 대상인 이유는 강남권 수요를 대체할 입지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하남풍산지구도 바로 강남 대체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곳이에요. 시의 대부분이 그린벨트에 속해 있다는 점도 쾌적한 자연환경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꼽힙니다.”(함영진 팀장)



 ‘수입차 사거리’와 30~40분 거리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도산 사거리는 ‘수입차 사거리’라 불린다. 수입차 전시장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그만큼 핵심 상권이라는 점을 뜻하기도 한다. 취재진은 이곳에서 하남풍산지구까지 가 보기로 했다. ‘강남 인접+환경친화 지역’이 장점으로 꼽힌다면, 우선 교통 접근성이 말처럼 쉬운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올림픽대로→천호동 현대백화점→43번 도로→하남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타기로 했다. 강동·송파 지역과의 접근성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풍산지구 개발 현장이라는 팻말 앞까지 4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출근길 러시아워가 아닌 시간대라고는 해도 항상 차량이 많은 강남지역이란 점을 감안할 때, 초행길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강남 접근성 탁월’이라는 표현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하남시는 시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지연된 가장 대표적인 도시예요. 그렇지만 서울 접근성, 특히 강남지역 접근성은 경기도 서울 주변도시 중 가장 좋은 곳이죠. 강동구에서 1.5km,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과는 불과 3.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거든요.”(함 팀장)

 10월부터 본격 분양이 시작될 풍산지구는 현재 건설 공사 이전 단계인 터닦이 공사로 분주했다. 시행사인 토지개발공사는 “전체 공급 규모는 단독주택 280호를 포함해 모두 5768호(국민임대 3058호)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중 올 10월 동시분양을 통해 첫 분양 모집이 시작될 예정. “주요 관심 항목인 분양가격은 주공 물량은 평당 900만원대, 일반 물량은 평당 100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함 팀장)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그린벨트 해제지역인 풍산지구는 수도권의 주거난 해소와 서민들의 안정적 주택 공급이라는 두 가지 주요 목적으로 사업이 시행된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주택의 공급 물량이 50% 이상을 차지합니다.”(토지개발 공사 하남사업소 박근덕 감독)



 임대아파트 비율 50% 넘어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비율은 55.7%, 44.3%. 임대아파트가 많다는 점은 투자요소 측면에서는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지역인 만큼 용적율이 100~180%로 적어 대지면적 대비 건물면적이 적고, 고도 제한으로 1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어 저밀도의 쾌적한 주거 환경은 큰 장점이다. 전체 30만평 규모의 풍산지구는 야트막한 야산을 ‘ㄷ’자 모양으로 감싸안고 있다. 야산에 올라 지구 전체를 조망해 보았다. 양수리에서 흘러온 한강이 북쪽으로 보이고, 강변에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보였다. 한강 이남 미사리로는 176번 도로(시도)가 지나는데, 길 건너편이 바로 풍산지구와 맞닿아 있다. 지구 오른쪽으로 1년 전 입주를 시작한 에코타운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그린벨트지역의 숲과 녹지 등이 연이어 있다. 개발지역 앞에 위치한 일월공인의 홍희태(48) 대표는 “10월 분양이 되면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오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홍 대표는 “지금도 가끔 땅을 둘러보러 오는 사람이 있지만, 본격적인 분양이 시작돼야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시공사들은 한양주택을 비롯해 중견 건설업체로 구성되어 있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가 없는 이유를 묻자, 시행사인 토지개발공사 측은 “정상적인 입찰을 통해 당첨되고 탈락되었다. 대형사도 입찰에 참여했으나 떨어져 시공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함영진 팀장은 “주택도 브랜드에 민감한 최근 트렌드를 감안할 때 투자자들에게 크건 작건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지구에 선보일 예정인 중대형 평형은 향후 공공택지 전매규제 강화, 채권 입찰제 등을 동시에 피해갈 수 있는 특징이 있어요. 아무래도 이 물량으로 투자가 집중되지 않을까 싶어요. 나머지 소형 평형은 강남 출퇴근자 위주의 실수요자 중심 수요가 예상되고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분양물량 소화는 충분할 거라는 게 시장의 판단입니다.”(함 팀장)

 낙관 분위기는 풍산지구 인근에 널리 퍼져 있었다. 토지개발공사 관계자는 “현재 풍산지구 내에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치열한 입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에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것. 주변에 있는 4~5개 정도 중개사 사무실에서도 비슷한 낙관적인 전망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교통이 제일 좋아요. 천호동까지는 15분, 잠실을 비롯한 기타 강남지역까지 30~40분이면 갈 수 있어요. 그런가 하면 외곽순환도로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고 중부고속도로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도시가 발전하면 장기적으로 경전철 같은 것도  들어오지 않겠어요?”(풍산공인중개사 관계자)

 그는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지만 않으면 분양은 성공할 것으로 낙관한다”며 주공은 900만원 선, 민간업체는 1000만원~12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렇게 상담해 주고 있다고 했다. 분양을 담당할 건설업체에 문의한 결과,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금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질적인 정체구간으로 꼽히는 미사로(176번 시도)도 현재 왕복 8차선 확장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건물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2008년이면 제반 교통환경이 더욱 좋아질 예정입니다. 여기에 2009년 개통 예정인 서울↔춘천 간 민자고속도로의 시발점이 상일인터체인지입니다. 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하남시는 서울의 동서와 남북을 잇는 핵심 교통 요충지가 되는 셈입니다.”(함 팀장)

 하남시 신장동에 위치한 한터공인중개사 관계자도 “분양 전인데도 문의는 꾸준한 편”이라며, 풍산지구 분양을 앞두고 에코타운 등에도 새로운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는 드물지만 48평형 아파트의 경우 6억원 선을 호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풍산지구의 중대형 평형 분양가가 최소 1000만원은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적용된 가격. 분양이 본격화되면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후 4시 도산사거리까지 45분 소요

 “한강에 인접해 있고, 그린벨트 지역이 대다수인 만큼 주거환경으로는 좋은 입지에다 교통의 요지라는 장점은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전체 시민 수가 13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종 편의시설이나 문화적 환경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어요. 대형 쇼핑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당분간은 천호동이나 강남에 의지해야 하는 형편이죠.  30~40분 거리라고 하지만 같은 지역 내에 그런 시설이 있고 없는 차이는 크기 때문에 투자할 때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판단해야 할 겁니다.”(함 팀장)

 풍산지구를 벗어나 하남 시가지로 향했다. 풍산지구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하남 중심 시가지는 13만이라는 인구 규모가 말해 주듯 지방의 중소도시를 연상시킨다. 구 시가지와 인접한 신정택지개발지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눈에 띌 정도다. 그러나 시청을 중심으로 한 도심 일대는 잘 정비된 도로와 깨끗한 거리 환경이 눈에 띄었다. 최근 수년 사이 개발 제한이 완화되면서 새로운 환경도시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기운이 완연했다.

 풍산지구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방향은 미사로→올림픽대로→동호대교 남단→신사동 사거리로 정했다. 풍산지구 입주가 시작되면 서울로 진입하는 두 개의 주요 이용로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조정경기장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차량이 미사리를 빠져나와 올림픽대로로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 그러나 오후 정체가 시작된 올림픽대로는 잠실운동장 부근부터 동호대교 남단까지는 내내 밀려갔다. 도산 사거리에 도착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45분 남짓. 통상 주말을 제외한 올림픽대로 정체가 천호동 방면의 경우 영동대교 남단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퇴근길로는 차라리 올림픽대로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 입주가 시작되는 2008년의 교통상황을 현재로서 예측하긴 힘들어요. 그렇지만 현재의 인프라만 충분히 활용해도 하남풍산지구의 입지는 3년 후에도 여전히 매력적일 것 같아요. 10월 분양시장의 단연 스타는 화성동탄지구와 하남풍산지구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함 팀장)

 강남 도산사거리는 어느새 차량으로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고 있다. 강남의 거주자나 사업 관계자들이 이 같은 지체와 정체가 지긋지긋해 강남을 떠나지 않는 이상, 하남은 유력한 ‘강남 대안’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