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이하 안연구소)가 보안소프트웨어의 본토인 유럽시장에 진출한다. 유럽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글로벌 보안업체 도약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연 안연구소는 유럽에 안착할 수 있을까?

 보안업계는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지 않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업종이 됐다. 그래서 안연구소도 해외진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일본 시장 공략에 이어 미국·유럽시장 공략을 통해 세계 10위권 이내의 보안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것이 안연구소의 비전이다.

 안연구소의 첫 공략 지역은 영국. 안연구소는 영국의 소프트웨어(SW) 유통업체인 P사와 계약 체결을 추진중이다. 영국을 유럽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인 것이다. 또 프랑스의 최대 통신업체인 F텔레콤과도 전 유럽지역에 서비스중인 온라인게임 포털을 대상으로 온라인게임 보안 SW인 ‘핵쉴드’ 공급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있는 N사와도 핵쉴드에 대한 공급계약이 조만간 체결될 것으로 보여 시장공략이 차츰 가시화되고 있다. 안연구소는 일단 유통망을 확보한 후 2~3년내 영국과 프랑스 등에 현지법인을 세운다는 복안이다.

 유럽시장은 북미·일본 등에 이어 가장 큰 IT시장이어서 IT업체로서는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유럽은 과거 기초과학의 발달과 함께 보안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장이다. 이에 따라 보안업체로서 기술을 검증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약의 바로미터가 된다. 안연구소는 유럽시장 공략을 통해 2010년까지 2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세계 10대 보안업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시장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관문이다.

 유럽지역 공략의 선봉이 된 것은 온라인 보안 소프트웨어인 ‘핵쉴드’다. 이는 우리나라 보안업체들이 한국의 앞선 온라인게임과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등을 배경으로 기술력을 먼저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연구소는 온라인게임 보안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안연구소의 V3는 일본에서 개인사용자 시장과 온라인보안시장을 공략해 세계적인 제품들을 제치고 단번에 5위로 진입했다. 또 스파이웨어 백신제품인 ‘스파이웨어’는 시장에서 출시되자마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역사상 단일 SW제품이 일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 보안업계의 평가다.

 안연구소는 지난 7월부터 온라인게임 보안솔루션을 앞세워 세계 최대 보안시장인 북미지역에도 데뷔했다. 미국 현지 게임전문업체인 ‘K2네트워크’에 보안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웹 보안장비 전문 글로벌기업 블루코트시스템즈 등에도 V3엔진을 공급한바 있다. 김철수(51) 안연구소 사장은 “V3가 탄생한 지 17년이 지나 이제 청년기로 성장했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위상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V3는 국내 최장수 소프트웨어로서 국내 백신시장 점유율 65% 이상을 차지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국에서 개발한 보안 소프트웨어가 자국 시장을 지키고 있는 것은 매운 드문 경우에 속한다.

 1995년 설립된 안연구소가 지난 10년간 V3로 거둔 총 누적 매출은 1352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안연구소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V3Pro2004’를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무려 223만4000여개를 판매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수량만큼 V3 패키지를 세로로 쌓으면 약 536km에 달한다. 63빌딩 2031개, 또는 에베레스트산 60개를 합한 높이와 같다.



 기술력 향상·유통망 개선해야

 하지만 안연구소의 해외시장 공략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 일단 해외시장 진출이 늦었다. 이미 해외시장은 시만텍, 트렌드마이크로, 맥아피 등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이러스 백신시장의 점유율만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세계적인 보안업체인 시만텍이 40% 이상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트렌드마이크로도 14.2%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안연구소의 시장점유율은 0.8%대. 세계적인 업체의 수준과 비교할 때 아직은 초라한 수준이다. 특히 유럽지역에도 핀란드의 에프시큐어(F-Secure), 영국의 소포스(Sophos), 러시아의 캐스퍼스키랩(Kaspersky Labs), 스페인의 팬더(Panda) 등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안연구소는 유럽에서 이들 글로벌 기업과의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글로벌 경험부족도 조기에 극복해야 할 과제다. 글로벌 업체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는 인력과 자금, 마케팅력도 극복해야 할 한계다. 글로벌 업체들이 서양을 기반으로 탄생한 기업들이다 보니 한국의 1위 업체인 안연구소라 하더라도 유럽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이를 조기에 극복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마케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연구소는 온라인 보안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온라인 보안은 한국 본사에서 인터넷을 통해 기술지원 등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인력과 자원이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유통망 개선이나 긴급대응력도 제고해야 할 분야다. 안연구소는 유통망이 많으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온라인보안을 통해 저비용 고효과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긴급대응력 제고는 세계 각지의 파트너나 글로벌 제휴사를 통하거나 자체 글로벌 망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안연구소로서는 유럽지역 보안업체뿐 아니라 미국 등의 글로벌 업체들과 기술력으로 한판승부를 펼쳐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할 때 기술력에서 뒤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지역의 바이러스 검색 테스트 결과가 안연구소의 유럽 공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안연구소의 V3는 유럽지역의 바이러스 검색 테스트에서 다른 유럽계 백신 소프트웨어와 비교해 상당한 차이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산 백신업체들이 외국업체에 뒤지는 것에 대해 핵심기술인 ‘백신엔진’ 기술이 뒤처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백신업체인 하우리는 루마니아의 ‘비트디펜더’사의 엔진을 듀얼로 사용하고 있으며, 뉴테크웨이브도 러시아산 ‘닥터 웹’의 백신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백신 전문업체인 잉카인터넷도 루마니아 소프트윈사의 비트디펜더 엔진을 국산 엔진과 같이 사용하고 있다. 지오트도 러시아 최고 안티바이러스 기업인 캐스퍼스키랩 엔진을 도입했다. 모두 우수한 동유럽 안티바이러스 엔진을 라이선스한 후 국내 환경에 맞게 재개발한 제품이다. 뉴테크웨이브의 경우 국산 엔진에서 외산 엔진으로 바꾼 후 각종 테스트에서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나타났다. 그만큼 국산 백신엔진 기술이 외산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도전장을 던진 북미시장에서도 안연구소의 이런 약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블루코트시스템즈와의 V3엔진 공급계약은 V3가 시만텍, 트렌드마이크로 등 다른 안티바이러스 엔진과 같이 제공돼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V3는 이 중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V3엔진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만큼 아직은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자체 개발한 국산 엔진을 채용하고 있는 안연구소도 ‘남의 집 안방’에서 세계적인 업체들의 견제를 뚫을 수 있는 기술적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백신 최강자인 안연구소가 어떻게 보안 소프트웨어의 본고장인 유럽지역을 공략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