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뉴욕에 사는 지미는 최근 프리랜서를 선언한 젊고 능력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는 얼마 전 새 사무실을 얻었는데, 부동산 중개업소가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렌스터(Friendster.com)를 통해서였다. 친구의 친구가 싸게 내놓은 사무실을 잽싸게 계약한 것. 지미는 이 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소개받기도 하며 ‘프렌스터 마니아’로 변신했다.

 프렌스터는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미니홈피, 블로그 공간을 제공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다단계 인맥 관리 메뉴를 통해 친구의 친구, 또 그 친구의 친구에 이르기까지 웹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해준다.

 미국판 싸이월드 ‘프렌스터’

 어떻게 미국에서 인맥 쌓기 웹사이트인 프렌스터가 뜰 수 있었을까.

 미국의 저명한 트렌드 예언가 페이스 팝콘은 1980년대에 이미 코쿠닝(cocooning) 트렌드를 예언했다. 미국인들은 레스토랑을 가는 대신 집에서 요리를 해먹고,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감상을 하는 등 일이 끝난 후에는 집에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즐기게 될 거라는 거였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지난 20년 동안 집에 모든 것을 투자했고, 집은 그들의 ‘소우주’였다.

 미국인들은 ‘외롭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뉴욕 같은 대도시에는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그 동안 공부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 영화를 볼 때 언제나 혼자였던 이들에게 유일한 친구는 TV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컴퓨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인터넷은 자기만의 세계에 파묻혀 살던 미국인들을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이 새로운 트렌드는 지금 빠르게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연인을 만나고, 룸메이트를 구하는가 하면 일자리를 얻기도 한다. 젊은 층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프렌스터 같은 인맥 쌓기 웹사이트들은 큰 붐을 이루고 있으며 온라인 데이트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들의 주가는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인맥 쌓기 웹사이트에서는 내가 먼저 회원 등록을 한 후 다른 친구를 초대해 친구 맺기를 하면 그 친구의 친구들, 또다시 친구의 친구의 친구에 이르기까지 6단계에 걸친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회원들은 각자 관심사를 비롯해 현재 이성과 교제 중인지,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이성이 어떤 스타일인지 등을 상세하게 올리고 거미줄처럼 연결된 온라인 네트워크를 탐험한다.

 일단 자신이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난 후에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주위 많은 사람들에게 온라인 초대를 하거나 가까운 친구들을 설득해 모두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만든다. 마치 네트워크 마케팅처럼 한 사람의 회원이 수십, 수백 명의 회원을 파생시키는 것. 이들은 새로운 사진들과 프로필을 업데이트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현재 미국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인맥 쌓기 네트워크가 있는데 컨셉트와 특징은 조금씩 다르다. 소수 정예, 럭셔리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스몰월드(asmallworld.net) 같은 웹사이트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기존 회원의 초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물 좋기로 소문난 캐치27(Catch27.com)은 회원들의 프로필이 베이스볼 카드 모양으로 소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Catch27.com은 30세 이하의 사람들만 회원 가입이 가능하며 회원들 간의 합의 아래 ‘물 흐리는’ 회원을 강제 퇴장시킬 수 있다. 



 ‘물’흐리면 강퇴당하기도 

 15만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펀하이(funhi.com)는 외모와 매너를 이유로 20%에 해당하는 회원들의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회원들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라이즈(Ryze.com)는 애인이나 친구 찾기보다는 비즈니스를 위한 인맥 쌓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그렇다면 외로운 미국인의 감성을 파고들어 성공한 인맥 쌓기 사이트들은 과연 수익을 내고 있을까.

 네트워킹 웹사이트의 대표 선수 프렌스터는 2005년 들어 광고수입만으로 손익 분기점을 돌파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른 웹사이트들도 이익 창출을 위한 수익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펀하이닷컴은 회원들에게 한 달 9.99달러의 회비를 받고 있으며, 스몰월드는 돈을 내고 가입하는 프리미엄 멤버십으로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마케터들은 꾸준히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웹사이트는 활발한 정보 교환의 장이 될 뿐 아니라 회원들이 각자 관심사와 취미에 따른 소모임과 클럽 등을 조직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온라인상의 입소문 마케팅으로 주로 이메일, 게시판 등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정보 유포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을 시험할 수 있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BMW는 새로 나온 자동차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매치닷컴과 손을 잡고 ‘사랑은 바퀴를 타고’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매치닷컴을 통해 초대된 커플들에게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자동차를 시승할 수 있도록 한 것. 타인과의 접속을 간절히 바라는 미국인들과 이들을 바라보는 브랜드들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