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미라콤아이앤씨(이하 미라콤)가 7월 한 달 동안 300만달러어치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막바지 단계에 이른 8월과 9월의 계약건까지 합치면 500만달러가 넘는다. 미라콤이 외산 일색인 솔루션 시장에서 토종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라콤은 7월에만 중국 난통 후지쯔, 말레이시아 유니셈 등 3개 회사에 통합생산관리(MES),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공장자동화(FA) 솔루션을 공급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세계 굴지의 외산 솔루션을 속속 자사 솔루션으로 대체시킨 것이다.

 미라콤의 경쟁사인 미국의 유명 다국적기업 캠스타, 어플라이드머티리얼, 브룩스 등이 토종 솔루션에 연이어 무릎을 꿇었다. 특히 미라콤이 최근 수주한 난통 후지쓰의 경우 새로운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으로의 교체를 검토, 미국의 브룩스사 등과 제품의 기능과 기술력을 테스트 한 결과 미라콤의 솔루션이 타사에 비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선정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은 75억달러의 매출 중 7000만달러를 S/W분야에서 거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회사다. 이러한 세계 1, 2위 업체를 꺽은 것이 미라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특히 5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생산관리 솔루션 분야는 매년 5% 정도 성장이 예상돼 미라콤의 최근 성과는 예사롭지 않다.

 미라콤은 특정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하이테크 전문 솔루션을 골고루 수출하고 있다. 특히 IT경기의 침체 등으로 인해 국내 사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불황을 탈출하려는 시도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미라콤은 또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업체와의 벤치마크 테스트(BMT)를 통해 사업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산 S/W의 발전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BMT를 요구해 기술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BMT 거치는 정면 승부로 돌파

 S/W 분야는 글로벌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해외 시장을 뚫기가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해외 진출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미라콤의 해외 진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외산 업체들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솔루션 시장에 거센 토종 열풍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는 국산 솔루션이 쟁쟁한 외산 제품을 몰아내고, 외산 제품과 본격적인 시장 쟁탈 경쟁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진 솔루션 시장에서 외산 제품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국산 솔루션 품질이 향상되었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미라콤이 2001년부터 겨냥해온 해외 시장은 중국과 동남아 지역이다. 미라콤의 주요 타깃인 반도체 공장이 중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등지로 집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라콤의 해외영업 전략은 철저한 해외 프로젝트의 현지화다. 2001년 시행했던 1단계 목표는 고객 확보였다. 제품 인지도가 낮고 실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큰 과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하이닉스나 삼성SDI, 삼보컴퓨터 등 국내의 대표기업 등과 글로벌 기업의 한국공장(칩팩, 페어차일드) 등을 주 영업대상으로 했다.  이들 기업의 사업수주 후 성공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공장과 글로벌 기업의 해외공장을 직접 영업해 고객사를 확대할 수 있었다.

 2단계는 2003년도부터 시행했다. 해외 협력 파트너사를 적극 발굴해 파트너사들이 고객을 발굴하면 해외담당 영업사원과 컨설턴트가 고객사를 대상으로 솔루션 시연과 BMT 등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활동을 했다. 이러한 영업은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국내 영업인력이 직접 영업을 하는 것보다 친숙한 고객관리가 가능해 영업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중국을 기점으로 대만, 홍콩 등 본격적인 중화권 시장 공략을 위해 다국적 ERP 컨설팅 전문업체인 엔프리사이스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싱가포르, 일본, 홍콩, 중국 광둥지방을 담당할 업체도 각각 선정했다.

 3단계는 해외에 많은 사례가 확보되면 영업지사가 협력사를 관리하면서 영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도록 해외 영업지사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라콤은 중국 등에 협력사를 관리할 현지 지사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백원인 사장은 “해외 프로젝트의 성공요인이 프로젝트의 현지화에 있었다고 할 만큼 그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파악하는 것이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하다”며 “미라콤의 세계 정벌은 경쟁력 있는 각국의 현지 파트너와 함께 진행되며 아시아 시장을 기점으로 시작된다”고 밝혔다.



 외국기업의 덤핑 공세 복병

 하지만 미라콤의 성장에는 복병도 도사리고 있다. 경쟁사인 미국의 캠스타와 브룩스 오토메이션, 어플라이드머티리얼 등 다국적 기업의 공세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위기감을 느낀 이들 업체들은 미라콤과 맞붙는 사업 수주전에서 우수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덤핑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라콤은 아직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 과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미라콤은 1998년 12월에 설립된 국산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 전문업체다. 미라콤이라는 회사명은 기적(Miracle)을 이뤄보자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 이 회사는 지난해 초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해 IT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설립 당시 5명이었던 직원은 7년 만에 160여명으로, 매출액은 5억원에서 140억원으로 30여배나 급성장했다.

 이러한 미라콤의 급성장에는 백 사장의 ‘개미론’이 있다. 백 사장이 지난해 성장 부진과 수익성 부족에 허덕이던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한 것만 봐도 어려운 상황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그의 대담함을 엿볼 수 있다.

 백 사장은 “일에 미친 만큼 성과도 오른다”는 개미론을 내세우며 365일 일에 빠져 있다. 그는 “자원도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노력밖에 없다”며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과 발로 뛰는 영업력에 성장의 비결이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