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식을 사도 될까.” 올 들어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주가는 자꾸 오르는데 막상 주식을 사자니 상투를 잡는 것이 아닌지 겁이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투자처도 마땅치 않다. 금리는 턱없이 낮은 데다 정부의 잇단 투기대책으로 부동산 투자도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주식을 사도 될까. 전문가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조언한다. 주식시장은 하반기에도 상승 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립식펀드로 대표되는 풍부한 유동성에다 경기회복과 실적개선 기대가 가시화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다. 물론 가파른 상승에 따른 조정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조정 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두라는 권고가 반드시 뒤따른다. 한 발 더 나아가 대세 상승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식시장은 올 들어 꾸준히 호황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월말 5년2개월 만에 1000선을 밟은 후 900선 초반까지 밀렸다가 6월 중순 다시 복귀해 6월30일 이후에는 단 한 번도 1000선을 내주지 않고 있다. 지난 8월12일에는 1130선마저 훌쩍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치인 1138.75(장 마감 기준)에도 바짝 다가섰다.



 주가 내년까지 계속 오른다

 그렇다면 주가는 과연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혹시 다시 주저앉지는 않을까.

 하반기 전망은 대체로 장밋빛이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올해 안에 주가지수가 1200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경기가 완만한 회복 국면을 보여 내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가 상승은 한국시장의 제 값 찾기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조정을 거치더라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상승 근거로는 풍부한 국내외 유동성이 일순위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 등 장기성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기관의 매수 여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주식형펀드를 비롯해 투신권이 4조원, 변액상품 등 보험권이 1조원, 국민연금이 9000억원의 신규 매수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글로벌 유동성도 풍부한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들은 과거와 달리 1000선 돌파 이후에도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으며 8월 둘째 주까지 한국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로 14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 지분 확대와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식 퇴장 현상으로 유통주식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점도 중요한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올 들어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종목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특히 포스코의 경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거래소시장에서 최대주주나 외국인 보유분을 제외한 유통주식은 발행주식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기성이 강한 투자자금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변동성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직접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간접투자가 늘어나는 소위 기관화 장세가 가속화되면서 시장의 안정성을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펀더멘털 여건도 양호하다. 국내 경기는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가계부채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소비도 점차 회복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기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고 중국 경기 역시 연착륙이 유력하다.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1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경기회복 전망을 더욱 밝혀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식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IT업종의 경기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여 증시에 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기업들의 체질이 크게 개선되면서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이익창출 능력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안정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투자매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개별 기업은 물론 시장의 전체적인 밸류에이션은 크게 저평가돼 있다. 상장법인 10곳 중 7곳은 시장가격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고 있고 코스피2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 수준으로 미국의 21배, 일본의 13배는 물론 중국의 17배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신3고(高) 변수 걸림돌

 물론 장애물도 만만찮다. 원화 강세와 금리 인상, 고유가 등 이른바 신3고(高) 현상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환율 하락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켜 기업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은 글로벌 유동성을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도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과 중동의 정정불안으로 국제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서며 70달러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국내외 경기회복은 물론 기업 실적개선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아울러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와 위안화 추가절상, 미국 경제의 호조 지속 등도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악재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상승 에너지가 워낙 강한 탓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장미빛 전망들로 가득하다. 그나마 남아 있던 비관론자들은 속속 입장을 바꾸거나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국 경제에 대한 독설과 함께 연일 매도를 외치던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상무조차 앞으로 ‘주가가 당분간 더 오를 것 같다’며 백기를 들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다우식 대세상승기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가 80년대 초 박스권으로 작용하던 1000선을 돌파한 이후 최근까지 20여년간 무려 1만선까지 치솟았던 것처럼 우리 주식시장도 장기호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주주우선 경영, 간접투자 활성화, 저금리 기조 등이 80년대 초 미국의 증시환경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다우지수는 95년 미국 기업의 평균 자기자본수익률(ROE)이 15%선을 넘어서자 5년 만에 세 배로 뛰었다. 국내 기업의 ROE도 지난 2000년 9.4%에서 작년말 현재 16.2%로 훌쩍 뛰어올라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CLSA증권은 "한국 증시가 황금시대 이전의 조정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강세장에서는 최소 2290선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증시는 장기 호황국면에 진입해 앞으로 수년간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적호전·저평가 종목에 관심을

 그렇다면 어떤 종목들을 사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익 증가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와 LCD 등 IT주와 신차 효과와 내수판매 회복이 기대되는 자동차주를 추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현대차는 전문가들의 단골 추천메뉴다.

 내수회복이 본격화됨에 따라 금융·건설주를 비롯해 유통과 홈쇼핑 등의 내수주에도 관심을 돌릴 만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최근 이들 종목들이 내수회복 기대를 선반영해 이미 많이 오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효과가 다시 살아나면서 제품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철강주도 유망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최근 장세가 업종별로 순환매가 전개되면서 차례로 오르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흐름을 잘 좇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최근 기관화 장세가 펼쳐지면서 개인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만큼 투자상품의 수익률과 수수료, 자신의 투자스타일 등을 꼼꼼히 살핀 후 간접투자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