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0년 불황’ 때 최고 성장세를 구가했다는 ‘100엔숍’의 대명사가 다이소산업이다. 전국에 2400여 체인망을 구축, 시장 75%를 장악한 업체다. 2003년 매출액만 3025억엔(약 3조원)에 달한다. 다이소의 성공 뒤엔 한국인 박정부(61) 한일맨파워 사장이 있다. 그가 지난해 다이소에 납품한 수출액만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 평균 납품단가 400원짜리 상품을 연간 5억개 납품한 셈이다. 일본업체를 누르고 다이소 최대 납품업체로 올라와 있다. 그런 그가 요즘 국내 1000원숍 확장에 팔을 걷어붙였다. 여기엔 야노 다이소 회장도 한몫 거들었다. 2001년 10월 국내 유통법인 ‘다이소아성산업’에 34% 지분을 참여한 것. 과연 일본 100엔숍의 초고속 성장이 한국에서도 재현될까.
 “100개를 팔아 1만원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 1만개를 팔아 1만원이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죠.”

 국내 1000원숍 매장 ‘다이소’를 운영하는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사장. 그는 “국내 다이소에서 지난해 650억원을 팔아 순익으로 건진 건 12억원 남짓하다”고 말한다.

 매출액 대비 순익률이 1.8%에 불과한 셈이다. 남들이 보면 경영 효율성 운운할 텐데, 그는 오히려 이 점이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단돈 1원이 남아도 저는 이 사업이 좋습니다. 정직하지 않습니까.”

 실제 그의 사업 목표는 ‘1000원으로 사지 못하는 생활용품이 단 하나도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 생각은 일본 100엔숍 다이소에 납품을 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고객층만 탄탄하다면 수익모델로 손색이 없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본 주부들은 백화점, 할인점 쇼핑가기 전 100엔숍에 먼저 들르죠. 100엔숍에서 필요한 것을 사고, 없는 것들만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구매합니다. 정말 무서울 정도예요.”

 다이소아성산업을 제대로 알려면 한일맨파워 성장배경을 이해하는 게 필수다. 일본 다이소의 상품 공급업체 한일맨파워가 국내 1000원숍 운영사 다이소아성산업을 움직이는 모회사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일본 다이소에 연간 납품하는 상품 개수 5억개는 국내 수출업체 중 최다로 기록된다. 공휴일을 빼면 하루 수출량만 160만개에 달한다.

 그는 “매일 약 6미터짜리 컨테이너를 39개씩 실어 나른다”고 말한다. 연간 5억개라면 일본인 1억2000만명이 1인당 연간 4개 이상씩 그가 만든 상품을 쓰고 있다는 계산이다.

 박 사장이 일본 다이소와 연을 맺은 건 지난 1989년 12월로, 한일맨파워 설립 2년차인 그때 일본에 살던 동생 박덕수씨가 히로시마에 본사를 둔 다이소산업을 소개했던 것.

 “정말 까다롭던 상담 절차를 끝내고 1990년 초 처음으로 헤어액세서리 주문을 따냈습니다. 그때 금액이 100만엔이었죠.”

 한일맨파워가 본격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 건 1997년 즈음이다. 당시 급성장하던 일본 다이소산업에 생활용품을 독점, 공급키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부터다. 검소하기로 유명한 일본인이 장기불황에 신음하다 보니 100엔숍은 ‘마른 짚에 불 번지듯’ 인기를 끌었고, 덩달아 납품업체인 한일맨파워도 급성장했다.

 1999년 3000만불 수출탑→2000년 7000만불 수출탑→2002년 1억불 수출탑을 수상한 것도 일본 다이소의 폭발적 성장세 덕분이다. 실제 한일맨파워 수출액은 100% 일본 다이소 납품 물량이다.

 총 7만여종을 취급한다는 일본 다이소에 박 사장이 15년간 납품한 상품 수만도 4만5000여  가지가 넘는다. 요즘엔 한일맨파워 제품은 샘플검사도 하지 않을 만큼 신뢰가 쌓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박 사장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발주사 입맛을 어떻게 맞췄을까. 그는 스스로를 ‘상품 기획자’라고 부른다. 그는 “제품값 1000원이라고 품질을 얕보지 말라”고 하며, “일본 100엔숍에선 100엔짜리도 A/S를 해줄 만큼 품질에 자신 있다”고 말한다. 일본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도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그는 한 달에 1000여종씩 신제품을 개발해 내는 ‘상품 제조기’로 통한다. 가격파괴 비결은 이 회사가 상품개발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생산은 100% 아웃소싱 체계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동남아, 중동, 유럽 등 세계 20여 국가 800여사로부터 신상품을 공수해 온다.   



 ‘1000원짜리 명품 만들겠다’

 “정말 매순간 힘들었죠. 일본 다이소에 납품 주문을 받기 위해 설득하는 작업, 상품 공급처를 잡는 작업, 또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협력업체와 조율하는 작업 등 순간순간 쉽게 넘어갔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1년 365일 중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다이소에 납품하는 박 사장이지만 그 역시 발주사 역할이 되는 셈이다. 초창기 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꼭 주말을 끼고 출장을 다녀오는 게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물건 하나를 생산비, 물류비, 관세까지 다 합쳐 단돈 400원에 수출하려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겠는지….”

 저가 비결은 한마디로 바잉파워(구매력) 덕분이다. 남들이 1백개 단위로 주문하면 그는 1천개, 1만개 단위로 주문하는 식이다. 특히 100% 현금으로 결제해, 납품업체와 신용을 쌓아 온 것도 남모르는 자산이다. 1000원에 팔아도 가맹점에는 평균 28%씩 마진이 남을 만큼 비용을 철저히 통제해 온 것도 사업 노하우다.

 “제품을 싸게 납품한다고 해서 전부 값싼 중국산이나 동남아산일 것 같죠? 전체 상품군 중 한국산이 53%로, 가장 많습니다. 프랑스나 터키, 이탈리아 제품도 많이 있고요.”

 대신 광고나 유통비 거품은 철저히 억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1997년 중국 푸동지구에 중국지사를 설립했고, 지난 8월엔 심천에도 지사망을 확장했다. 해외출장 땐 2년 전까지 이코노미석을 탔을 정도였다. 그는 “직원들이 뜯어말려 이젠 비즈니스석을 탈 때가 많다”고 계면쩍어한다. 일본 파트너인 야노 다이소 회장이 운전기사도 두지 않을 만큼 소탈한 성격인데, 박 사장은 그와 닮은꼴이다.

 일본 10년 불황 때 다이소산업이 급성장했듯, 한일맨파워도 IMF 때 급성장한 회사다. 1997년 1000만달러 수출이 2002년엔 1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불과 5년 새 15배 성장을 일궈낸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 다이소 매장 상황은 어떨까. 박 사장이 국내 1000원숍 매장을 연 건 지난 1997년 5월. 당시엔 ‘아스코이븐플라자’란 이름을 썼다.

 그러다 다이소로 이름을 바꾼 건 지난 2001년 10월 야노 다이소 회장이 지분 34%를 투자하면서부터다. 회사이름도 아성산업에서 다이소아성산업으로 바꿨다.

 현재 국내 다이소 매장은 총 312개에 달한다. 국내 최초, 최대의 균일가 판매 유통업체로 욕실용품과 주방용품, 사무용품, 문구, 인테리어 제품 등 1만여 가지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가격은 1000원짜리(50%)와 2000원짜리(40%)가 중심이고, 500원과 1500원짜리 제품도 10%에 이른다.

 초창기 때 다이소는 주로 10~20평짜리 미니점포로 승부했다면 최근엔 50평 이상 중대형 평수로 승부한다.



 지난해 국내 275개 매장서 650억원 팔아

 “아무리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많이 만들어도 15평 공간엔 1000여종밖에 못 넣겠더라고요. 50평 매장만 돼도 한 7000~8000종으로 구색이 갖춰지죠. 이래야 소비자들도 만족하고 점주도 장사하는 맛이 날 것 같아서요.”

 문제는 가맹점주 부담이 그만큼 늘어 가맹점 개설 문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를 박 사장은 ‘숍인숍’(점포 속 점포) 전략으로 극복하고 있다. 대형 유통매장에 점포를 입점하는 전략으로 매장 숫자를 늘리되 투자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다.

 실제 전국 312개 점포 중 70% 이상이 숍인숍이다. 이는 1호점 설립 후 8년이 지난 현재 다이소아성산업이 국내 1000원숍의 대명사 업체로 떠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국내 유명 대형할인점은 물론 백화점(갤러리아 대전점=320평)에까지 입점했을 정도다. 올 들어선 명동 아바타(110평), 동대문 두타(80평)에도 입점했다.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선 1000원숍을 유치, 집객효과를 늘려줬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박 사장은 “50평 대형점포를 내도 충분히 수익성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박 사장이 설명한 50평형 총투자 비용은 대략 2억~2억5000만원 선. 인테리어가 3500만원(평당 70만원), 보증금 1000만원, 상품 구입비 8000만원, 점포 구입비 1억원 안팎이다.

 이 경우 일매출 300만~400만원은 올릴 수 있다는 게 박 사장 설명이다. 한 달 1억원 매출시 평균 마진율 28%를 적용한 매출이익은 2800만원. 여기서 점포세, 인건비, 제세공과금을 다 빼도 최소 순익 1000만원 이상이 가능하다는 게 계산기 두드리며 박 사장이 쏟아놓은 답변이다.

 다이소는 2001년 매장 수 107개에서 295억원 매출액을 올린 후 매년 평균 매출액 100억원 이상씩 그 규모를 키워 왔다. 지난해 다이소 매출액은 650억원에 달한다.

 이를 판매물량으로 환산해 보면 연간 6000만여개에 이른다. 이는 월평균 500만개, 매일 16만개의 물건을 판매한 셈이다. 이는 비슷한 매출규모의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물량 면에서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올해 다이소는 매장 수를 350개까지 늘리고 2007년까지 500개 이상 매장을 열 계획이다. 박 사장은 “겉으로 나타나는 숫자보다는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유통명소’가 되는 게 꿈”이라며, “일본 100엔숍처럼 한국 1000원숍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사업이란 걸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