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발휘는 선택과 집중으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제조업체 D사 정모 사장. 그에게 고민이 뭐냐고 묻자 그는 대뜸 손가락부터 보여준다. 마디 하나가 잘려 나간 손가락이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직접 기계를 돌리다가 다친 상처다. 워낙 바빠 그냥 반창고만 싸맨 채 일하고 돌아와 보니 마디 하나가 날아간 것이었다. 그러더니 정사장은 끊이지 않고 10분간 하소연을 해왔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15년 전 개인 사업자로 시작, 창업 첫 해 3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어요. 그리고 매년 성장해 1999년엔 매출액이 60억원이 됐습니다. 그때 저는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가진 기술력과 자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갈등 속에 지내던 어느 날 평소 신뢰하던 분이 주식회사로 바꿔 크게 일궈 보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기술력 보강은 외국 유명사와 제휴해 할 수 있다고 해서 2000년부터 그 제안대로 함께 일해 왔어요. 지난해 매출액이 800억원대로 껑충 뛰었지요. 주변에서는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였는데, 제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오직 회사를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목숨 걸고 일해 왔습니다. 저는 갈등이 생기거나 지칠 때면 이 손가락을 보면서 그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곤 합니다. 1000억원 매출액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정말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현재 우리 직원들 수준이 미래의 더 큰 성장을 바라보며 함께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가장 바람직한 것일까 등 이런 저런 잡념 때문에 괴롭습니다.”



 역량 발휘는 선택과 집중으로

 두말할 것도 없이 정사장은 행복한 경영자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엄청난 성장을 해온 데다 3억원에서 출발한 매출액이 10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커졌으니 부러움을 살 만하다. D사 직원들의 자부심 역시 대단했다. 생산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저희는 불황을 모릅니다. 제가 입사한 지 3년이 됐는데 해마다 얼마나 무섭게 성장하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예요. 제가 이 회사 직원인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그런데 회사 리더인 정사장의 고민은 점점 커져가는 것이다.

 필자는 질문하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어떤 일에 시간 활용을 가장 많이 하고 계십니까?”

 “정확하게 나눠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주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받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 해결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것 같습니다. 또 고객사와 협력사 방문도 바짝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고요.”

 “사장님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회사의 장기적 비전에 대한 불안감인데요. 그것을 위한 준비로는 무엇을 선행해야 할 것 같습니까?”

 “고속 성장을 한 탓에 중간 관리자들이 약한 것이 문제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 오다 보니 기업 문화 형성에도 소홀했지요. 그 때문에 우리 회사 정체성이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네요.”

 “그런데 실제로 사장님은 중간관리자 양성과 회사 정체성 확립을 위해선 시간을 쓰고 계신  것 같지 않네요. 대개의 경우 고민을 한다고 하면서도 정말 자신이 가진 역량을 언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제서야 정사장은 자신이 간과했던 부분을 파악한 듯했다.

 “불안해 하며 고민하던 시간이 너무 아깝네요. 우리 직원들에게 고맙다고만 생각해 온 게 사실이에요. 이제 그들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겠습니다. 일이 생기면 무조건 제가 나서서 혼자 해결하려고 했던 것도 고쳐야지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 힘을 이러한 부문에 사용해야 된다는 확신이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