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것보다 좋은 점이 더 많네요.”  올해 1월 제주도로 본사를 옮긴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업체 EMLSI의 박선하(40) 경영지원팀 과장. 그는 본사 이전에 한 달 앞선 지난해 12월 제주시 노형동에 집을 구했다. 물론 아내와 2살짜리 딸도 함께 왔다.

 도보로 20분 거리인 연동에 있는 회사까지는 걸어서 출퇴근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도 광명서 서울 송파 본사까지 지하철로 2시간씩 걸렸던 출퇴근 시간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인 셈이다. 그는 본사 이전 후 개인 생활에 대해 “A학점을 줄 수 있다”고 만족해한다.

 서울 생활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말 여가 시간의 변화다. 집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관광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서울 생활 땐 엄두도 못 냈던 골프도 한 달에 1~2번쯤 칠 수 있다는 게 박 과장의 말이다. 사내에 골프 회원권이 비치돼 신청에 따라 부킹이 가능하다.

 EMLSI는 지난해 매출액 81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2월 코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전문기업. 제주도로 본사를 옮긴 국내 기업 1호다.

 “지난해 6월 이전 계획을 들었을 땐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직원들 대부분이 만족해합니다. 회사 입장에선 중국과 대만 등 해외 생산 비율이 90%를 넘어 제주도가 회사 전략상 유리합니다. 수출 고객들도 노키아, 인텔, 샤프 등 해외 고객이 90%를 넘어 회사로선 제주도가 더 나은 편이죠.”



 외로움 타는 직원들도

 유병덕 마케팅 이사는 “제주도로 이전한 뒤 회사엔 플러스 요인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제주도는 국제항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중국 상해와 대만편 항공기가 하루 1~2차례씩 뜬다”며 “특히 대만 노선 이용 시 40~50분씩 시간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자녀들(중학교 2학년과 1학년)이 커서 혼자 왔다는 유 이사는 현재 회사 인근 오피스텔서 산다. 10평짜리 원룸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 주말부부인 유 이사는 “7번의 비행기 왕복 비용까지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고 밝혔다.

 올해 회사 이전 시 30명 전원이 1명의 열외 없이 ‘제주도행’에 동참했다. 전 직원의 70~80%가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새 둥지를 틀었다. 중고생 자녀를 둔 직원만 ‘기러기 아빠’생활을 한다.

 EMLSI는 현재 서울에 지사가 없다. 완전히 ‘제주도 기업’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직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 반면 회사의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나올까.

 일단 EMLSI는 회사 이전 비용으로 13억원을 썼다. 반면 올해부터 2009년까지 5년간 법인세를 100% 면제받는다. 이후 2년간도 50%를 감면받는다. 유 이사는 “법인세 감면 효과를 7년간 250억원에서 3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 본사 때 월 7000만원씩 내던 임대료가 4000만원으로 줄어든 것도 덤이다. 한 마디로 회사 손익상 ‘남는 장사’인 셈이다.

 제주도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다. EMLSI는 제주도 이전 후인 지난 3월 신입사원 5명 모두를 제주도 지역 대학 출신들로만 뽑았다. 특히 산학 협력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유병덕 이사를 비롯, 품질관리그룹 유춘우 이사, 설계그룹 담당 홍성일 이사 등 EMLSI 임원진은 제주대측 요청으로 한 달에 몇 차례씩 공과대학에 반도체 관련 강의를 나간다. 2학기 때부터는 아예 정규과정 내 실무과목 형태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EMLSI는 사옥, 사택도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는 연동에서 임시 사무실을 쓰고 있다. 사옥 마련을 위해 북제주군 한경면 저지리 오설록 녹차단지 인근 7만여 평을 매입, 올해부터 내년까지 50여 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다음, 내년 상반기 본사 이전 최종 확정

 EMLSI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제주시 노형동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이곳엔 다음 미래전략본부와 미디어본부가 자리를 잡았다. 이에 앞선 지난해 4월 북제주군 애월읍 유수암리에 들어간 ‘넷 인텔리전스 연구소(NIL)’가 선발대인 셈이다.

 특히 NIL 연구소 직원 16명은 펜션 생활을 한다. 통나무펜션을 매입, 사무실로 개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했던 바로 그곳이다.

 현재 제주도 내 2곳에 배치된 인원은 당초 70여 명이었으나 최근 제주도 현지 인력까지 합해 80여 명으로, 다음의 630명 전 직원 중 15% 수준이다.

한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다음이 제주도로 간 까닭은 뭘까. 다음이 밝힌 공식적 이유는 “자연환경이나 청정성, 국제자유도시 등 지식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이 양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은 EMLSI처럼 제주도로 본사 이전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다음은 제주도 이전 프로젝트를 ‘즐거운 실험’이라 부른다. 제주도 이전 팀장격인 김경달 미래전략본부장은 “지난 3월 착공한 미디어연구소가 완공되는 대로 연내에 100여 명의 직원이 추가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본사 이전은 2006년 상반기에 최종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MLSI처럼 제주도로 이전한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다음이 NIL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87%가 근무환경이 좋아졌다고 대답했고 67%가 주거환경도 서울에 비해 낫다는 응답을 보였다.

 다음은 80여 명의 제주도 직원 중 50%가 미혼인 탓에 ‘나홀로 이사’족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원룸 임대일 경우 지난해까지는 1년치 임대료를 무상으로 지원해 줬고 올해엔 월세 실비 지원으로 바꾸었다. 비행기를 탈 일이 있으면 소액만 본인 부담이다.

 직원 평균 연령이 29살로 미혼이 많은 탓인지 직원들 사이에선 “환경은 좋은데 가족, 친구가 그립다”며 외롭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회사로선 제주도 입성과 함께 ‘제주도 효과’도 누렸다. 세제 혜택은 기본이다. 여기에 산업자원부가 추진하는 제주도 지역혁신특성화 시범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SK텔레콤 등과 함께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제주도 텔레매틱스 시범도시 구축사업자로 선정됐다. 2개 사업에 57억원의 국비가 지원되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다음은 최근 공기업 지방 이전과 시기가 맞물려 제주도 이전 실험을 조용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다음의 제주도 실험 17개월, EMLSI의 본사 이전 7개월은 전체적으로 양사에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게 현지 분석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제주도 이전 프로젝트



 2004년 3월  본사 지방 이전 테스트 발표

            3월  제주도청-시청-제주대와 지방이전 추진을 위한

                상호협력협약서 조인

            4월  NIL팀 16명 제주도 이전

            5월  미래전략본부 발족

            6월  미디어본부 3개팀 38명 제주도 이전

            7월  다음커뮤니케이션 제주지점 오픈

            9월  노무현 대통령, 다음 제주 지사 방문

 2005년  3월 미디어연구소 착공

 2005년 말   100여 명 추가 제주도 이전

 2006년      상반기 제주도 본사 이전 최종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