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인터넷이 화제다. 세계적인 IT 시장 조사 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의 조지 콜로니(George F.Colony) 회장은 지난 5월 서울디지털포럼에서 2012년까지 140억개의 장치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X 인터넷’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X 인터넷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X 인터넷은 과연 어떤 기술인가.

 2010년 어느 자동차회사의 콜센터. 상담원의 PC에 갑자기 알람이 울린다. 순간 작년 6월20일 경기도 일산에서 자동차를 구입한 운전자 김모씨의 신상정보와 함께 차량번호, 현재 위치 등이 상담원의 컴퓨터에 떠올랐다. 충돌사고로 에어백이 터져 자동적으로 시스템을 통해 구조신호가 보내진 것이다. 상담원은 운전자와 연락을 취하다 반응이 없자 위급한 사고라고 판단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구급차량에 구조요청을 보낸다. 신속한 구조활동으로 운전자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자동차의 모든 전자장비에까지 인터넷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어디서든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로 가는 최단거리를 즉시 알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호텔 예약도 가능하며 지방에 출장가서 부인의 생일선물을 자동차에서 주문할 수 있다. 운전자가 자동차 열쇠를 꽂아 두고 문을 잠궈 버렸을 경우 즉시 인공위성을 통한 원격 조종으로 문도 열어 준다. 자동차에 적용됐을 때의 모습을 가상으로 꾸며 봤지만 조만간 현실에서 가능해진다. X 인터넷이 실생활의 모든 기기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X 인터넷은 차세대 인터넷

 그렇다면 X 인터넷이란 과연 무엇인가. X 인터넷의 등장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환경의 큰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 대략 1960~70년대 메인프레임(Main Frame), 1980년대 클라이언트/서버(C/S), 1990년대 웹 기반(Web Based)으로 소프트웨어 환경은 바뀌어 왔다.

 특히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인터넷 열풍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뒤집었다’고 할 정도로 완전히 개편시켰다. 인터넷 네트워킹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분야를 모두 웹으로 끌고 갔다. ‘웹 기반(Web Based)’이란 단어가 붙지 않으면 시장에서 발붙일 수가 없었다. 이전에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에도 네트워킹은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웹 기반’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C/S 환경에서는 PC의 부담 증대, 유지보수비의 급격한 상승 등 비용 절감 면에서는 여전히 효과가 낮았다. 인터넷의 대두는 ‘비용 절감’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웹 기반’ 시스템이 장점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의 구성은 분산 시스템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매우 중앙 집중화돼 있기 때문이다. ‘웹 기반’의 시스템에서 클라이언트는 브라우저만으로 구성되는 간단한 구조를 가지지만 서버측은 상당히 많은 컴퓨팅이 필요하게 되고 서비스가 다양화될수록 복잡도가 크게 증가한다.

 또 인터넷으로 웹 서핑을 해 보면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 여러 개의 필요 없는 화면을 거쳐야 하고 어디를 클릭하든지 화면은 한꺼번에 모두 사라졌다가 다시 뿌려진다.

 이 웹 기반 시스템이 곧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웹 기반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 사항들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게 됐다. X 인터넷은 이렇게 웹 이후 다음 세대 인터넷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웹브라우저는 당초 인쇄매체와 같은 HTML(웹을 통해 볼 수 있는 문서를 만들 때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한 종류)문서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설계돼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웹에서 실행하면 서버에 잦은 부하를 준다. 이는 웹의 장점인 멀티미디어 구현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X 인터넷이다.

 X 인터넷은 웹에서도 기존 C/S 환경에 버금가는 풍부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등 웹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혁명을 불러올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은 지난 2000년 포레스터리서치가 처음 고안해 낸 개념으로, 실행 가능한(eXcutable) 또는 확장 가능한(eXtended) 인터넷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떤 사람들은 차세대 인터넷 환경을 지칭하기 위해 ‘X’를 현재의 인터넷을 넘어선 미지의 ‘그 무엇’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웹페이지에서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데이터를 서버로 전달한 다음, 결과 데이터를 서버로부터 전달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X 인터넷은 클라이언트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므로 응답속도가 빠르다. 또 웹페이지가 가진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한계를 극복하고, C/S 환경의 화려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사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해 서버에서 데이터를 가져와야 하지만 X 인터넷을 도입하면 클라이언트에 미리 데이터를 가져다 놓을 수 있어 서버에 접속해야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웹 문서, 3D 영상 등이 한 화면에서 나타나 페이지를 넘기는 수고를 덜게 된다. 특히 휴대폰, PDA, 차량 장착 장비, 가전장비 등 다양한 장치에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게 해준다. 많은 전문가들이 기술 발전으로 대부분의 전자 장치들이 인터넷과 연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터넷이 가능한 칩이 장착된 기기를 통해 인터넷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X 인터넷이 향후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의 단초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X 인터넷이 2003년 국내 상륙 이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미 인터넷 뱅킹을 비롯해 차세대 웹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대체 혹은 통합하는 개발툴로 인식되고 있거나 구축, 서비스중에 있다.

 투비소프트·쉬프트정보통신·컴스퀘어 등 국내 개발업체와 한국매크로미디어 등 외산 업체들이 초기 시장형성 단계인 X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X 인터넷 솔루션 시장은 연간 5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IT전문 시장 조사기관이 내놓은 국내시장 규모에 대한 전망치는 없지만 매년 20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조흥은행·동원증권, X 인터넷 구축

 하지만 X 인터넷 솔루션은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싶다. X 인터넷 솔루션이 도입된 예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흥은행이 X 인터넷 기반의 뱅킹 시스템 ‘X 뱅킹’을 구축했으며 동원증권도 올초 웹트레이딩시스템(WTS)에 X 인터넷을 도입키로 하는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X 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기시장 진입단계에 머물러 있던 X 인터넷의 고속성장이 시작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올 초 기획예산처·한국방송공사·중앙대학교병원·순천향대학 등이 X 인터넷 솔루션을 도입해 더욱 빠르게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이 내년에 오픈할 예정인 차세대마케팅시스템 일부 업무에 X 인터넷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사장은 “X 인터넷은 이제 소프트웨어 핵심기술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웹과 C/S는 X 인터넷을 중심으로 통합해 나가면서 X 인터넷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X 인터넷은 웹 이후를 논한다기보다 발전 흐름을 짚어 보고, 향후 인터넷의 기술 환경 변화와 방향을 생각해 보는 키워드로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 X 인터넷 자체가 기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현재 인터넷 이후의 인터넷을 이야기하는 개념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X 인터넷의 등장이 웹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웹은 향후에도 아주 오랜 동안 유지될 것이고, X 인터넷과 함께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