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1월8일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마크 로드코의 <마티스에 대한 경의>가 2240만달러(약 235억원)에 팔려나가 현대미술 사상 최고가 기록(경매시장 기준)을 세우더니, 바로 다음날 데이비드 스미스의 조각품이 하루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미술시장의 열기를 거듭 확인시켰다. 스미스의 대형 스테인리스스틸제 조각품은 11월9일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2380만달러(약 250억원)에 팔려 나갔다.

 지난해는 미술경매 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약 1050억원)가 넘는 작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소더비 뉴욕 근대미술경매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은 1억416만달러(약 1094억원)를 기록했다. 미술시장의 특성상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블룸버그통신>

(2005.11.4)은 지난해 전 세계 미술시장의 매출 규모를 약 300억달러(약 31조50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미술시장의 뜨거운 열기

 무엇이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돈을 미술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일까? 미술작품이 일차적으로 소비재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미술작품을 구입하는 일차적 목적은 작품의 소비를 통해 미적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이다. 로드코의 <마티스에 대한 경의>는 미술에서 미술 외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오직 ‘색(色)’과 ‘면(面)’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어쩌면 작품 구매자는 자신의 거실에 이 작품을 걸어두고 이런 의미를 되새기고 싶어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요인만으로는 오늘날 미술시장의 규모와 역동성을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오히려 오늘날 미술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미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인식의 확산이 자리한다는 걸 확인할 뿐이다. 미술작품은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수익(혹은 손실)을 낳는 상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보면, 미술품은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투자재다.

 그렇다면 투자 대상으로서 미술품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주식이나 채권에 비할 때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가? 또 미술작품 투자에 고유한 리스크는 무엇인가? 아니, 그 이전에 미술작품은 과연 투자의 대상일 수 있는가?

 일반인들이 미술시장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미술작품의 가격결정 과정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이로 인해 특정 작품의 적정 가격대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 그것이다. 주식의 경우 현금흐름이나 재무제표 등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이 존재하지만, 미술작품의 경우에는 시장가치를 드러내 줄 만한 객관적인 기준이 미흡한 게 현실이다. 또 주식시장에선 주가수익률(PER) 등을 통해 특정 주식의 적정주가를 판단할 수 있지만, 미술작품의 경우에는 적정 가격대를 파악하는 게 아주 힘들다. 그로 인해 미술작품의 시장가치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미술작품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인상이 지배적이다.



 투자로 본 미술품

 이런 특성을 지닌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일 수 있을까? 가치 판단기준이 매우 주관적이라서 내가 보기에는 시장가치가 높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시장가치가 전혀 없는 상품이 투자의 대상일 수 있을까?

 분명 미술작품 가치에 대한 판단은 사실 판단이 아니라 취미 판단이고, 그것은 논리적 설명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술품의 시장가치를 객관적으로 드러내 주는 일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술품의 가치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작품의 가치 판단을 전적으로 주관적인 의견에 종속시키는 것은 아니다. 미술작품의 가치 판단은 사회·문화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의 시장가치는 미술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비평가와 미술사가, 미술관 큐레이터, 갤러리 딜러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일치하는 의미 부여와 작품에 대한 수집가들의 신뢰에 기초해 정해진다. 즉, 미술품의 시장가치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미술작품에 시장가치가 부여하는 일련의 과정은, 여러 사회적 인정(recog

nition)들이 미술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경험적 요인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명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한 전시 경험, 비엔날레 등의 국제적 행사 참가와 수상 경력, 미술관의 작품 소장 여부, 미술 관련문헌에 등장하는가 여부와 빈도, 미술사가의 평가 등이 이에 포함된다. 실제로 여러 경험적 연구들은 이들 요인들이 시장에서 미술품 가격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시카고대학의 데이비드 갈렌슨(David W. Galenson) 교수는 경매시장 판매 가격별로 생존작가 작품의 순위를 매긴 다음, 이들 작품이 왜 비싼지 실증적 요인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1위를 차지한 재스퍼 존스의 <False Start>(1959)의 경우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에서 1960년대 팝아트로 이행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에게 평가받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미술사적 중요도와 시장가격의 연관성은 매우 밀접하고, 이런 의미에서 미술시장은 합리적이라고 갈렌슨 교수는 강조한다.

 최근 활발해지는 미술품에 대한 수익률 분석은 미술시장에 대한 전망을 가능케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시장의 합리성을 키워 나가고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미술 전문회사들은 미술작품의 사조·시대·작가별 수익률에 대한 분석을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다. 풍부한 자료를 기반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는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와 영국의 아트마켓리서치 등이 있고, 이들 외에 뉴욕대학 비즈니스스쿨인 스턴의 마이클 모제와 지앙핑 메이 교수 등 일부 개인들도 경매자료와 정보를 기반으로 미술작품의 수익률을 계속 업데이트해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수익률 그래프는 무엇보다 그 동안 미술시장에서 가장 불투명한 부분이던 특정 작품의 ‘적정 가격대’에 대한 전망뿐 아니라, 미술작품의 매매시점, 거품가능성 등에 대한 진단 등을 가능케 한다. 특정 작품이 매물로 나왔을 경우, 이전 매매가를 추적하면 사조수익률이나 개인수익률 등을 종합해 적정 가격대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분석이 주식시장의 PER 분석만큼 세련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동안 미술시장을 뒤덮고 있던 안개를 걷어내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막연하게 생각하듯, 미술시장이 그렇게 혼란스럽기만 한 건 아니다. 미술작품의 시장가치가 여러 경험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등 미술시장도 나름대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미술시장의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분산 등에 대한 경험적 연구들이 활발해지면서 감상의 대상이던 미술작품이 점차 수익개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투자를 목적으로 한 수집 활동이 늘어나고 있고, 전문적으로 미술작품에 투자하는 아트 펀드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미술시장이 주거의 대상이던 부동산에 투자개념이 자리잡았던 것과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미술작품을 투자 대상으로 간주할 경우, 작품에 대한 투자로 얼마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가 무엇보다 관심이다. 미술작품 투자에 따른 수익은 어느 정도 될까? 같은 기간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했던 때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메이-모제 인덱스에 나타난 과거 50년 동안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미술투자의 경우 연 10.6%의 수익률을 기록, 같은 기간 주식(S&P 500)투자의 연 수익률 10.95%를 약간 밑돌았다. 이 기간 동안 미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6.64%였고, 금투자에 따른 수익률은 5.17%였다.

 비교시점을 25년으로 줄일 경우, 주식투자 수익률은 연 13.51%로 미술투자 수익률 7.97%를 넘어선다. 이 기간 미술투자 수익률이 주식에 크게 못 미치는 건 1990년대 미술시장이 거품붕괴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경제가 장기 침체의 서막을 알리면서 일본인들이 큰손으로 작용하던 국제 미술시장도 충격에 휩싸였다. 반면 기간을 5년으로 짧게 잡을 경우 주식시장은 미술시장에 훨씬 못 미치는 수익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기간에 미술시장의 수익률이 연 7.27%인 반면, 주식시장은 연 2.40%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2000년 초반 미 주식시장이 정보기술(IT)주의 거품붕괴로 낙폭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04년 1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주식시장 수익률은 미술시장의 수익률엔 미치지 못했다.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지난해 미술시장의 연수익률은 13%로 주식시장 10.88%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미술작품의 투자 수익률은 미 국채 수익률보다는 대부분의 기간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주식 수익율은 비교시점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과의 수익률 비교도 주목할 만하다. 아트프라이스 지수에 따르면, 과거 4년 7개월 동안(2001.1~2005.7) 영국 부동산가격은 92%의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영국에서 거래가 이뤄진 미술작품의 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은 9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미술시장의 경우 부동산가격 상승률과 거의 비슷한 47%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기간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흡수돼 최근 부동산가격의 거품 논란이 지속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미술시장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리스크 없는 투자란 있을 수 없다

 미술시장의 리스크는 무엇보다 작품의 시장가치가 취미의 변화에 따라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작품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이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논리적 판단이 아니라 취미 판단인 이상, 미술품의 가치는 취미 변화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 가치 판단이 진행 중인 현대미술의 경우에는 작품의 시장가치가 단시간 내에 달라질 수 있다는 위험도 따른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미술품의 가격 변동폭은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투자 대상보다 최소한 같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작품의 가격 변동폭(표준편차)은 연구대상에 포함되는 작품과 기간 설정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보통 국채보다는 훨씬 높고 주식에 비해서는 서로 약간 높거나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준편차는 ‘각각의 요소들이 평균치에서 벗어난 정도’의 평균값으로,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수익률 변동 폭이 심해 그만큼 투자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표준편차가 작을 경우는 그 반대 상황을 뜻한다.

 미술작품의 투자 리스크를 언급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미술작품의 환금성 부족이다.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미술시장이나 주식시장의 거래는 매우 활발하다. 그러나 특정 작품과 특정 주식을 놓고 비교해 볼 때, 이들 시장의 유동성 차이는 매우 크다. 특정 주식의 경우 맘만 먹으면 시장에 내다팔 수 있지만, 미술품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보유 작품을 제값에 바로 내다팔 수 있는 가능성은 주식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결국 시간에 쫓겨 작품을 내다팔아야 할 경우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1980년대 후반 인상주의 작품이 가격 폭락을 경험한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 당시에 일본 수집가들은 인상주의 미술작품을 대거 사들였지만,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유동성 압박이 심해지자 시간에 쫓기면서 작품을 대거 처분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작품 가격의 하락을 낳았던 것이다.

 또한 주식시장의 공시제도에 비할 때 미술시장의 정가 극히 일부에게 제한돼 있다는 점도 미술투자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들이다. 갤러리 딜러 등 전문가들은 특정 작가들에 대한 고급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일반 수집가들은 이들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술시장은 정보 비대칭성에 의해 왜곡될 소지가 많다. 특히 정보 비대칭성 문제는 새로운 작가들이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현대 미술시장에서는 그 위험성을 보다 두드러지게 만든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기업의 경우 그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인 것처럼, 미술시장에 새로 모습을 드러낸 작가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가 극히 일부에게만 국한돼 있는 게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미술시장의 이해상충 문제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의 이해상충 문제는 미술시장의 참여자와 미술품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발생한 것이다. 작품을 파는 주체가 작품의 가치를 매기는 위치에 있을 때, 대표적으로 이런 문제가 생겨난다. 특히 오늘날 갤러리들이 미술가를 직접 발굴해 키우는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위험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는 높은 수익률 못지않게 많은 위험요인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대상으로서 미술작품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품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집가 스스로 미술작품과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미술에 대한 관심을 통해 미술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과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미술시장의 주요 흐름을 읽어 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