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중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상품은 암보험도, 종신보험도 아닌 바로 자동차보험이다.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교통법규 위반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겠다고 나서자, 소비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이미 전산상으로 할증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계약자들은 법규위반 이력을 체크해 봐야 한다.
 동차 보유대수가 늘어나면서 자동차보험은 이제 보험상품이라기보다는 준조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은 물가, 소비자 경제활동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됐고, 계약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금융상품 중 하나다.

 손보사들이 교통법규 위반에 따라 보험료를 차별하겠다고 나서자, 소비자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와 금융당국은 최근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중대한 교통법규를 2회 이상 위반하면 자동차보험료가 5%씩, 최고 20%가 할증되는 요율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음주나 무면허, 뺑소니 사고는 위반이나 사고 횟수에 관계없이 무조건 보험료를 20% 더 내야 한다.

 보험료 할증 대상은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철길건널목 통과 위반, 음주운전, 보도침범 사고, 속도위반, 앞지르기 위반, 무면허 운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승객 추락방지 의무 위반, 뺑소니 사고다.

 손보업계는 당초 교통법규 1회 위반 10%, 2회 위반 20%, 3회 이상 위반 30%로 할증할 계획이었으나, 보험료 할증 운전자의 양산을 막기 위해 2회 위반 5%, 3회 위반 10%, 4회 위반 15%, 5회 이상 위반 20% 할증으로 완화했다. 대신 위반 횟수에 관계없이 최고 할증률이 적용되는 법규위반에 당초 무면허와 뺑소니 사고만 있었지만, 이번에 음주운전을 추가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현재 할증제도 개선안에 대해 보험료율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검증 작업이 끝나는 대로 금감원에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올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법규위반 실적을 토대로 내년 9월 자동차보험 계약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소비자단체에서는 교통법규를 위반한다고 해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범칙금 납부로 불이익을 받은 운전자에게 보험료까지 올리면 3중 처벌이 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한해 속도위반 1000만건

 한해에 과속으로 적발되는 경우만도 1000만건이 넘는 마당에 이를 모두 보험료 할증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결국 보험 가입자 대부분이 보험료를 더 물게 될 전망이다.

 한편 국회에서도 금융감독기구 설치법과 보험업법을 고쳐 금감원 아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보험요율협의위원회를 두고 보험요율 산출을 승인하도록 하겠다고 나서는 등 자동차보험료 할증안을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이하 보소연) 조연행 국장은 법규위반 경력요율 할증제도의 추진에 대해 “보소연은 그동안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청에 교통법규 위반 개인정보의 보험사 제공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으며,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자 보험업법을 개정해 금융감독원에 시민이 참여하는 보험요율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소연은 기본적으로 사고율 통계에 기초한 위험율이 아닌 개인의 위반 정보만을 가지고 보험료를 할증시키는 방법보다는 교통법규 위반시 벌점자의 사고율 통계를 내서 이 위험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손보사들은 이미 법규위반을 할증시스템 도입을 완료한 상태이다.



 과거 법규위반 이력 꼼꼼히 따져 봐야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갱신하는 계약자들은 새로 오른 가격으로 보험료를 내는 것”이라며, “내년 5월부터라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지만, 이미 보험사 견적 프로그램은 오른 가격으로 산정되어 나온다”고 말했다. 시행시기가 2006년 계약분부터 적용되지만, 이미 보험사 프로그램은 오른 가격으로 조정되어서 견적을 내고 있다는 것.

 또한 “앞으로 한 달여 만 지나면 바로 2006년이기 때문에, 미리 내년 적용률로 산정해 놓고 보험을 받고 있으며, 3년 동안 자료가 남는 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자동차보험 업무 관계자는 “현재도 위반 2회부터 할증이 적용되고 있으며, 5%, 10%, 15%, 20% 등 구체적인 할증 폭을 내년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이미 법규위반 할증이 보험요율에 반영되어 있음을 시인했다. 문제는 손보사들이나 감독당국이나 이 같은 사실을 올바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

 따라서 보험갱신 과정에서 과거의 법규위반 이력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손보사들은 “외국에서는 법규위반을 포함한 다양한 할증, 할인 요인들이 존재하며,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를 제대로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치게 규제가 많아 자동차보험의 적자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안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소연 등 소비자단체에서는 “자동차보험같이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제도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선진국 비교를 하면서 어불성설처럼 시행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며, “자동차보험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손보사들이 지나친 경쟁으로 사업비를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윤증현 금감원장이 “법규위반 할증 강도를 다소 완화하고 법규를 잘 지키는 계약자에게는 할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 중”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손보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마케팅능력 부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