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반도체의 성능이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탄생 40주년을 맞았다. 이 법칙은 반도체의 발전에 관한 신화가 되기도 했지만 ‘황의 법칙’ 등 수많은 도전을 받기도 했다. 반도체산업의 혁신을 이끈 무어의 법칙이 언제까지 유효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점 더 많이, 새로운 제품들이 제품 기능간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PC를 이용, 전화를 걸고 뛰어난 음질과 화질의 영화를 감상한다. 휴대전화기에 카메라와 뮤직플레이어의 기능은 이미 통합됐다.

 오락 관련 정보가 디지털 데이터의 양을 증가시키면서 컨버전스가 디지털 정보의 급격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성장의 정도를 보여주는 간단한 측정법인 확장성표기언어(HTML) 웹페이지 수는 약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 그 자체도 팽창하면서 1998년 1억5000만명에 고정돼 있던 인터넷 사용자 수가 10억명에 근접했다. 광대역이 널리 보급되면서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사회에 사는 셈이다. 기업들이 통합되며 상호 연결된 디지털 세상을 위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개척함에 따라 기술 혁신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세기에는 철강이 주요 원자재였던 것처럼 21세기에는 실리콘(마이크로프로세서의 원자재)이 산업을 이끄는 원자재 역할을 한다. 또 실리콘 반도체산업은 급격한 비용 절감과 기하급수적인 가치 창조를 통해 극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러한 지속적인 성장이 누적돼 실리콘은 경제와 인터넷을 움직이게 하고, 휴대전화기와 PC로부터 우주선에 이르는 모든 것을 가동시키고 있다. 오늘날의 풍부한 정보를 가진 통합된 디지털 세상을 실리콘이 구현한 셈이다.

 40년 전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실리콘 기술 혁신의 빠른 속도를 예측했다. 평면 통합 회로(IC)가 생겨난 지 겨우 4년만이었고, 최첨단 IC가 약 30개의 트랜지스터를 내장하고 있을 때다. 무어는 그의 기술팀이 트랜지스터를 점점 작게 만들어 왔으며, 해마다 하나의 IC에 대략 2배 정도의 트랜지스터를 탑재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어는 1965년 <일렉트로닉스 매거진>이란 전문지에 “전자시계나 가정용 컴퓨터가 출현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실리콘칩에 담기는 트랜지스터 같은 부품 수가 1년여만에 2배씩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인텔 경영진이었던 데이비드 하우스가 트랜지스터가 2배로 늘어나면 18개월마다 성능도 2배가 된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무어의 법칙이다. 2배 성장 주기는 이후에 24개월로 연장됐으며, 반도체의 복잡한 특성에도 계속 유효하게 이어져 왔다. 그래서 무어의 반도체 발전에 관한 이 예측은 하나의 신화가 됐다. 무어는 50년 전 반도체산업이 등장한 이래로 이 산업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예측한 것이다. 이 예측은 실리콘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는 것을 가능케 했고, 오늘날의 빠른 기술적 변화에 대한 뒷받침이 됐다.

 무어가 발표할 당시에는 아무도 그의 법칙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세계 반도체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 법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의 법칙대로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은 ‘더 빠르게, 더 작게, 더 싸게’ 된다는 것이다. 무어의 법칙하에서 칩 설계자들은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여 결과적으로 칩의 빈 공간에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담아내고 있다.

 트랜지스터 수가 더 많아지면 칩 설계자들은 이전엔 분리된 칩이었던 3차원 그래픽 같은 더 많은 기능을 여분의 공간을 이용, 하나의 칩으로 집적할 수 있게 된다. 인텔의 실리콘 칩 개발자들은 계속 반복해서 트랜지스터를 더욱 작게 만들었다. 이것은 실리콘칩을 만들어주는 장치의 외형 크기를 줄인다는 것이다. 크기를 줄이며 하나의 칩에 서로 다른 종류의 장치와 기능을 통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하나의 칩에 수백만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다는 것은 1개의 칩에 다양한 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능력으로 인해 그 장치를 적용한 제품의 유연성과 효율성도 높아지게 된다. 또 이러한 실리콘 기술 혁신은 보다 광범위한 산업 분야의 발달을 위한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따라 결국 비용이 절감된다. 통합 회로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자동차부터 연하장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에 통합 회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트랜지스터가 점점 작아진다는 것은 성능이 좋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무어의 법칙은 회사들이 제품을 개선하는 데 줄곧 영향을 미쳐 왔다. 벽돌만한 크기의 휴대폰은 칩 크기를 줄이고 집적도를 높여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가전 제품이나 심지어 인체 등 컴퓨터가 없던 곳에 컴퓨터를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황의 법칙’에 도전받아

 무어는 무어의 법칙 발표 3년 후인 1968년 동료 밥 노이스와 함께 인텔을 설립했다. 당시 인텔이 현재와 같이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설립자의 이름을 따 설립한 ‘노이스-무어 일렉트로닉스(Noyce-Moore Electronics)’는 이후  ‘통합(Inegrate)’과 ‘전자공학(Electronics)’ 이란 단어를 합쳐 ‘인텔(Intel)’로 바뀌었다.

 무어의 법칙은 그동안 많은 도전을 받으면서 반도체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왔다. 그는 2003년 세계반도체학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앞으로 부딪혀야 할 많은 도전뿐 아니라 반도체업계에 닥칠 추세의 일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컴퓨터산업에 있어 지금까지와 같은 발전 속도가 지속될 경우 새로운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한계에 도달하는 게 전형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이제 무어의 법칙이 깨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은 “첨단 디지털 기기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반도체 집적도가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내놓았다.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매리엇호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ISSCC) 총회에서다.

 황사장은 이 회의의 기조 연설에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하며, 그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 등 이른바 ‘비(非)PC’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황의 법칙’이다. 삼성전자는 1999년 256메가 낸드(NAND·데이터저장형)형 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시작으로 2000년 512메가, 2001년 1기가, 2002년 2기가, 2003년 4기가 등으로 이 법칙을 현실화시켰다.

 그렇다면 무어의 법칙은 끝났을까. 아직 아니다. 무어의 법칙이 끝날 것이라는 각계의 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하지만 향후 10년 동안 무어의 법칙 주기가 3년으로 느려지면서 대안 기술을 적용할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는 기술이 2010년경에는 한계에 부딪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인텔은 2015년이면 칩 제조업체들은 전통적인 트랜지스터와 나노와이어 같은 최신 기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칩으로 옮겨 가기 시작할 것이며, 2020년대가 돼야 새로운 형태의 칩으로 완전히 이동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론적으로는 2023년이면 실리콘 트랜지스터는 약 4나노(10억분의 1)m까지 크기가 작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트랜지스터 게이트(Transistor Gate)와 게이트 산화막(Gate Oxide)으로 분리돼 있는 소스(Source)와 드레인(Drain)이 상당히 근접하게 돼 1과 0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제어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대안 기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어의 법칙은 끝나게 되는 셈이다.

 인텔의 기술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인텔은 프로세서당 1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하는 시점에 근접하고 있다. 제조 공정 체계를 축소하면서 손톱만한 크기의 실리콘 웨이퍼 한 조각에 4억100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다. 인텔은 17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시아, 중동 등 잠재 시장 아직 넓어

 현재 반도체산업의 연간 매출은 2000억달러 이상에 이른다. 또 회로들은 조 단위로 매출이 성장한 전자업계의 기초가 됐다. 전세계 10억대가 넘는 컴퓨터의 80%가 인텔의 CPU를 사용하고 있다. 본체 가격의 30% 수준인 이 핵심 부품을 통해 2003년 인텔은 우리나라에 공급된 262만대의 PC에서 약 78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인텔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67억달러, 301억달러, 342억달러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밑바탕은 물론 무어의 법칙이다. 그래서 인텔의 무어의 법칙에 대한 믿음도 아직까지 여전하다.

 인텔은 지난 4월1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한 인텔 개발자 회의에서 무어의 법칙의 진행형중 하나인 혁신적인 플랫폼인 듀얼코어프로세스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아비 탈워커 인텔 부사장은 “디지털 기술을 무어의 법칙을 바탕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듀얼코어프로세서는 컴퓨터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이 프로세서 기반의 새로운 제품을 조만간 선보일 전망이다.

 무어도 미래에는 기존과 같이 2배씩 성장치 못하더라도 반도체업계는 다른 업계의 성장 비율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말한다. 실리콘 기술의 과거가 극적으로 전개돼 왔다면 미래에는 실리콘 기술의 보급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인텔 기술 사용자들의 대다수는 아시아, 동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지로 넓어질 전망이다. 이 새로운 사용자들은 기술 산업 발달을 위한 엄청난 기회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십억명의 잠재 고객 수요에 맞춘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려는 기술 혁신 없이는 이러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인텔의 지속적인 실리콘 기술의 발전은 수십억명의 잠재 사용자들을 디지털 공동체로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한계 사항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이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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