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으로 입사, 22년만에 사장 자리에 오른 성공의 주인공이 있다. 청호컴넷의 전영안(48) 사장이 바로 그다. 그는 청호컴넷에선 초고속 승진 과정을 밟았다. 사원 출신이 사장이 된다는 것은 오너가 따로 있는 중소 중견 기업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청호컴넷에서도 사원 출신 사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83년 청호컴넷에 입사, 줄곧 금융사업본부 금융자동화기기를 전담해 왔다. 입사 이후 95년부터 금융사업본부를 맡아 온 영업 실무통으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금융자동화기기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3월 18일 CEO로 전격 발탁됐다.

 그는 오랫동안 꾸준히 일한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후배들이 열심히 하면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기쁘다는 것. 그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자동화기기 분야의 최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사장의 주무기는 ‘영업력’

 청호컴넷은 자동화기기(ATM) 전문 업체다. 은행 등에서 창구를 거치지 않고 돈을 입금하거나 출금할 수 있는 기기를 생산한다. 현재 국내 자동화기기시장은 청호컴넷을 비롯해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FKM 등이 빅 4군을 이룬다.

 전사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자동화기기 사업 초기부터 영업을 꾸준히 담당해 왔다. 당시만 해도 은행들의 자동화기기를 통한 금융서비스는 초보 수준에 그쳤다. 전체 은행권에서 운용하던 자동화기기는 수십대에 불과했다. 그는 이 부문의 영업을 맡은 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말한다. 그만큼 할 일도 많았고 성과를 달성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이었던 만큼 굵직한 성과도 거뒀다. 확실한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95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보여준 탁월한 영업력을 회사에서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영업력이다. ‘영업에 강한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입사 때부터 사장 자리에 욕심을 냈다고 털어놨다.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저돌적인 영업 마인드를 갖고 있었지만, 고객사를 방문해 그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울 때도 많았다. 그는 “서투른 업무 처리로 혼자 애태우던 신입 시절도 있었고, 뒤도 보지 않고 앞만 보면서 기기의 시장 확보를 위한 업무 욕심에 가족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좌절도 무수히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끈질기게 매달려 사인을 받아냈다.

 입사 이래 지금까지 영업 최일선에서 커옴에 따라 어느 누구 못지않게 현장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에 추구해 온 것을 펼칠 생각이다. 고객·상품·직원 만족이란 3대 기조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직원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이 일치되고 그 속에서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우선 고객 위주의 경영 마인드를 기본으로 영업, 개발 및 기술 지원을 고객 입장에서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또 불량 기기 생산을 범죄로 규정하고, 불량률 제로로 품질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생각이다. 지속적인 원가 절감 바탕 위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으로의 판로를 넓혀 나갈 의도다.

 여기에다 직원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그는 내부 경쟁력이 곧 회사의 대외 경쟁력임을 인식해 모든 임직원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다니고 싶어 하고, 신바람 나는 그런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호컴넷은 설립된 지 28년이 됐다.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을 30년이라고 한다면 이제까지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제 2세대로 전이하는 과정에서 직원이나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적극적인 영업 환경을 조성, 이를 기반으로 재도약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부품 국산화에도 앞장

 요즘 전사장뿐 아니라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기의 적정 가격 확보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힘든 시기는 지난 2~3년간이었다. 2003년부터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사들의 무모한 저가 출혈 경쟁으로 인해 자동화기기 제조업체가 존폐 위기에까지 몰리는 결과를 초래, 국내 자동화기기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청호컴넷도 2003년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먼저 국내 시장에서 업체간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다양한 부가 기능을 더해 은행의 수익 극대화에 일조하는 등 국내 자동화기기 산업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는 금융자동화기기 가격 정상화는 목표가 아니라 기본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해 국내보다 훨씬 더 넓은 해외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4년 전부터 시작된 해외 수출은 현재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대만, 호주 등지의 수출 비중을 늘리는 한편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인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은행이 구입하는 금융자동화기기가 단순한 입출금 기능 이외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탑재해 공급하고, 이를 통해 적정한 가격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전략이다.

 전사장이 최근 새롭게 발견한 ‘대륙’은 바로 VAN(부가가치 네트워크) 사업이다. 이미 노틸러스효성 등 선발 사업자들이 있다. 하지만 자동화기기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VAN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240여대로 시작한 금융VAN 사업은 현재 500여대를 운용중이다. 올해는 편의점, 대형 할인마트, 백화점 등에 설치해 총 2000여대 이상까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VAN 사업은 현재는 초기 투자 비용으로 다소 부담이 있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 확보란 점에서 금융권과의 제휴를 통해 상생 전략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부터는 현금 수송 조직을 갖추는 한편, 자동화기기의 관제 및 모니터링 솔루션인 펨스(FEMS)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 검토하고 있는 아웃소싱에 대한 영업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전사장은 고객을 위해 경쟁사들과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자동화기기산업은 선진 업종이다. 일본, 독일, 미국을 빼곤 완제품 제조 능력을 가진 나라는 드물다. 우리나라도 일부 핵심 부품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국책 사업으로 수행키 위해 업체들과 정부를 설득한 것은 다름아닌 전사장이었다. 2003년 12월부터 경쟁 업체인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등과 핵심 부품 국산화를 위해 공동으로 ‘환류식 지폐 입출금 장치의 국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전사장은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전략보다는 국내 산업의 발전을 꾀하면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는 등 좀더 진취적이고 넓은 시각에서 상호 협력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추진중인 환류식 모듈 국산화 사업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한편, 청호컴넷이 금융자동화기기 리딩 컴퍼니로 거듭나는 회사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