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과학기술부 산하 첫 여성 기관장에 오른 한국과학문화재단 나도선 이사장(56). 여성 과학자로서 처음으로 기관장에 오른 취임 소감을 묻자 나이사장은 “여성 과학자란 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강조한다. 이공계 여성 채용 할당제 등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장 과학자로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우리나라 과학문화 사업 등에 봉사한 점 등이 높이 평가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학계의 10%에 이르는 여성 과학자들의 롤 모델(Role Model)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그는 “무엇을 이루겠다는 것보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하겠다”며 “21세기는 과학 기술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며, 국민들의 과학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특히 과학 문화는 과학 기술이 일반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문화의 일부로 살아 숨쉬는 선진 사회의 핵심 키워드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키 위해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선 과학 문화 발전을 위한 거대한 계획과 실천 전략을 내놓고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외층 대상 과학문화 사업 추진

 그는 무엇보다 과학을 친근한 문화로 다가서도록 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과학을 예술에 접목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과학 콘텐츠를 예술적으로 이용하는 방안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과학자들이 예술 관람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할 생각이다. 아울러 예술가를 위해선 과학 강좌를 열 생각이다.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통해 딱딱하고 지루하다고 여기는 과학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과학자가 열심히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시간의 일정 부분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과학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라며 “차세대 지도자는 과학과 예술을 둘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험실에만 있는 과학자들이 사회에 봉사하고, 과학 문화 전도에 앞장서야 한다며 이것은 실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그 역시 실험실에서 현역으로 10년을 남을 수도 있었지만 봉사를 택했다. 그는 새로운 영역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기반으로 과학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에 커다란 의의를 둔다.

 이밖에 소외 계층을 위한 과학 문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과학 체험 교육 기회가 적은 지방의 초·중·고생을 위한 인근 지방 대학 방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 대학의 공동화를 막고 과학 마인드 확산에도 보탬이 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사이언스코리아’를 중심으로 과학 문화 사업을 유기적으로 내실화, 우리 과학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질적 도약의 시기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과학문화재단이 시작한 각종 과학 문화 사업은 내실을 다져 나갈 생각이다. 새로운 사업을 벌여 나가기보다는 기존의 사업과 과제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프로그램을 충실히 할 계획이다.

 지난해 재단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를 선진화시키기 위한 범국민적인 사이언스코리아운동을 출범, 다양한 과학 문화 사업을 펼쳐 왔다. 나이사장이 기존 사업을 중심으로 한 내실화는 과학 문화 사업을 지나치게 `백화점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사업은 이제 막 씨앗이 뿌려진 단계다. 평가할 단계는 더욱 아니다. 질적 도약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삼아 다른 나라들이 벤치마킹하길 원하는 내실 있는 사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경쟁 시대에 발맞춰 세계 무대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강화할 방침이다.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국가간의 과학 문화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과학 문화 리더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내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적 과학커뮤니케이션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 과학 문화 사업 확산의 전환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재단을 신나는 일터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는 “서로 화합하는 문화, 배려하는 문화, 기본을 지키는 문화 속에서 업무 효율이 오르는 기관을 만들겠다. 재단 직원들이 각자 업무를 통해 모두가 성장하고, 그 결과 재단이 발전하고, 과학 문화 창달을 통해 한국 사회가 혁신을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 업무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고, 동시에 즐거움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과감히 개선하고, 일 잘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 보상받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 평생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채용할당제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그는 “능력을 기준으로 할 것이지만 30% 정도는 여성으로 채울 생각이다. 현재 과학문화재단의 여성 비율이 25% 정도여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자 된 것은 일생의 행운”

 경기 수원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미국 북일리노이대에서 생화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전공학센터 생화학연구실장 등을 거쳐 이사장 취임 이전까지 울산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로 일했다.

 과학자로 생명공학 분야의 국제 경쟁력이 있는 우수한 연구를 수행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선임됐으며, 회원이 3000명이나 되는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의 첫 여성 회장으로 활발한 학술단체 활동도 펼쳐 왔다. 또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창립 및 초대 회장 등 여성 과학자의 리더십을 배양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과학을 왜 좋아하게 됐느냐고 묻자 그는 “과학이 재미가 없느냐”고 되물었다. 과학자가 된 것이 일생의 행운이기에 다시 태어나도 과학자가 되겠다고 한다. 그를 지금까지 이끈 것은 과학이었다. 오랜 연구 개발 및 교육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아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의 아이디어가 과학 문화 확산에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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