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이 있었다. 왜 남들은 문명의 이기인 비행기를 충분히 활용치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비행기로 올라갈 수 있는 어느 정도까지는 가서 거기서부터 베이스캠프를 치고 오르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비용도 힘도 절약될 것이기에.

 자기는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대원들을 비행기에 태우고 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처음에는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금 후부터 한 사람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할 수 없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그는 인간 적응력이 순식간에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빠른 것은 지속성을 갖기 어려우며, 적응력이 약해 최고봉까지는 오르지 못한다는 교훈까지 말이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간 사람들이 ‘적응’해 ‘끝’까지 올라간다.



 네슬레, 편법 CEO ‘퇴출’

 지인과의 대화 도중 우리 회사 성장 목표는 연 10%를 넘기지 않는 것이라 했더니 그는 매우 의아해 했다. 2년, 3년만에 2배는 돼야 하는 마당에 1년에 10% 성장도 못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이다. 성장은 필수지만 성장에는 적정 속도가 있다. 물론 적정 속도는 리더십의 엔진 파워와 그릇 차이 때문에 기업마다 다르기는 하다.

 기업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가치가 성장하는 곳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빠른 성장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좋은 회사는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삼성전자처럼 존경스런 회사는 완벽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회사라도 작은 규모로 출발했고, 또 윤리적으로 부족할 때가 있었고 리더의 오판이나 부정적 문화들도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좋다. 우수한 회사들도 어린아이처럼 미숙하고 때로는 불량기도 있는 어린 시절을 겪었다. 다만 그들은 수많은 시도 속에 바른 길을 찾아 그 길을 걸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기업들과 다를 뿐이다.

 스위스 네슬레는 분말 우유를 처음으로 만든 회사다. 미국 네슬레 사장이 임대료가 올라가던 시절에 10년 임대료를 지불할 금액이면 사옥을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좋은 조건의 부동산이 매물로 나오자 구입 계약을 맺었다. 네슬레에는 500만달러 이상 부동산 투자에는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돼 있었지만 워낙 좋은 매물이어서 일단 계약부터 하게 된 것이다. 스위스 본사 이사회에선 미국 사장을 호출했다. 스위스에 온 사장에게 미국 지역을 담당하던 네슬레 이사는 한마디 했다. “당신은 해고감입니다. 충분히 해명하세요.” 미국 지역 사장은 자신은 네슬레에 이익을 줬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론은 이러했다.

 “당신은 이사회가 설정한 원칙을 어겼습니다. 우리 네슬레는 코묻은 몇푼을 모아 수십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부동산에 투자해 이익을 챙기려 했고, 그것은 잘못입니다. 부하 직원들이 당신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무엇을 배우겠으며, 왜 열심히 일하려 하겠습니까. 당신은 해고입니다.”

 자기 본업에 충실했던 기업, 그리고 일정한 철학에 기반을 두고 일했던 기업들은 수많은 ‘시간의 시련’을 거치면서 우뚝 솟아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이러한 철학이 정립되기까지는 시련을 겪었다. 그래서 경영자는 날마다 자신이 처한 한계 속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의사 결정 근거가 되는 철학에 대해 실천적 고민을 한다. 시간의 시련을 이겨내는 힘은 깨어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철학을 찾고, 정도를 찾아 묵묵히 걷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큰바위 얼굴’이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