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께서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얼마나 힘써 일해 왔는데 그 프로젝트를 접으라고 하실 수 있습니까. 그 일을 위해 다섯명이 벌써 반년 넘게 준비해왔습니다. 이제 와서 그만 두라는 건 팀원들의 사기를 단칼에 꺾는 것입니다. 저는 고개 들고 그들을 볼 자신이 없습니다. 이 회사에 10년 다니면서 이렇게 처참한 건 처음입니다. 회사가 넘어가 사장님이 새로 오셨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버텨 온 것도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접으라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아요. 더 이상 다닐 마음도 없습니다."

 김부장의 비난에 박사장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 주는, 회사에서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함께 회사를 키울 인물로, 하반기 인사 때 임원으로 승진시켜 주식을 나눠줄 생각까지 갖고 있던 그였다. 그토록 믿었던 사람이 자신에게 항의를 하며 그만두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정말 나를 믿었다면 나름대로 확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왜 못하는 것일까. 내 모든 걸 걸고 인수한 회사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몰라주는 것일까.’



 사장이 직원에게 먼저 다가서야

 박사장의 상황 설명은 이러했다. 본인이 회사를 인수해 수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이 있음을 알게 됐고, 김부장이 리더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김부장의 성향이 매우 꼼꼼하고 매사에 신중한 데다 감정 기복도 심하지 않아 신뢰도가 높았다. 말을 해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자기 감정이 아닌 사실 중심의 보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김부장 팀이 하는 일에 자신도 많은 애정을 갖고 지원을 해왔다.

 그런데 우연히 공단 CEO 모임에서 옛 동료가 같은 공단 D사 대표로 있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자연스럽게 그 회사를 방문하게 됐다. D사는 이미 김부장이 애쓰고 있는 동일한 프로젝트를 수행중이었고, 또 대기업 납품 시기까지 정해져 있었다.

 박사장이 느낀 건 자신이 초보 경영자로서 직원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 자신이 인수한 회사의 직원들이 믿고 따라주기를 바랐는데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발생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어떤 해결책으로 접근하는 게 최선일까.

 박사장은 자기 결정에 대해 후회스럽고 본인이 먼저 경영자로서 미흡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김부장이 심혈을 기울여 해온 일이 다른 기업에서 이미 진행중이라는 것을 알면 본인이 오히려 박사장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결론은 서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막연히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고 분명하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고민 끝에 박사장이 먼저 김부장을 다시 만나자고 요청했다. 그리고 나서 솔직하게 그간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이 김부장에 대한 신뢰가 어떠했는지, 그래서 더욱 섭섭했다는 것을 다 말했다. 그 후 일은 술술 풀렸다. 김부장이 팀원들과 한달간 고민해 경쟁사와 완전 차별화된 방법을 내놓은 것이다. 솔직하게 표현해 얻은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