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귀’잡기 위한 아이디어 만발



 온라인 음악시장이 오프라인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MP3파일은 오프라인 음반시장을 온라인 음악시장으로 변화시키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변함이 없지만 음악을 듣는 채널은 바뀌고 있다.





 면 가득 물고기떼가 헤엄을 친다. 도시 전체를 헤엄치던 물고기들은 강둑 위에 서 있는 한 남자의 휴대폰에 연결된 헤드셋 주위에 몰려든다. 최근 TV에서 볼 수 있는 이동통신사 CF의 한 장면이다. 이 CF는 뮤직서비스에 빠져 있는 한 남자의 휴대폰을 찾아 물고기들이 떼지어 도심 속을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거리에서 휴대폰이나 MP3를 통해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거의 무한정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던 음악 파일을 이젠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월17일 새로운 저작권법이 발효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공짜로 음악을 다운받는 것도, 이것을 듣는 것도, 이를 미니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불법이다.

 온라인 음악시장이 오프라인 음반시장을 잠식하면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음원사용료 지불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하던 온라인 시장이 새 저작권법 시행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모든 음악 포털이 유료화로 전환되고 여기에다 이동통신사들까지 가세,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음악 포털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위성DMB, 휴대인터넷 등을 통해 음악 콘텐츠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온라인 음악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오프라인 시장 규모를 추월했다. 온라인 시장은 지난 2000년부터 매출 규모가 매년 갑절 정도 뛰더니 2003년엔 1850억원을 기록, 오프라인의 1833억원을 능가했다.



 유료화가 가장 뜨거운 이슈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이용하면 음악을 MP3플레이어나 MP3폰으로 내려받아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음악 포털 관계자는 “음질을 디지털 작업으로 CD(128K)보다  높은 192K(음질을 따지는 단위)로 서비스하고 있어 오디오를 통해 듣는 음질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음악 포털들은 다양한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음원을 보유하느냐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즐겨 찾는 음악 포털 뮤즈, 아이팝 등이 확보한 음원은 50만곡 이상이다. 저작권법 시행에 따른 음악 포털의 유료화는 최근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기존의 인터넷 음악시장의 강자였던 소리바다와 벅스는 유료화 작업을 진행중이고, 맥스MP3는 이미 유료화로 전환됐다. 대부분의 음악 포털이 한 달 이용료로 3000원 정도만 내면 음악을 제한 없이 들을 수 있는 월정액 회원제를 운용중이다.

 음악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온라인 음악사이트들도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살아남기에 주력하고 있다. 쥬크온(www.jukeon.com)과 오디오닷컴(www.ohdio.com)은 오프라인 앨범보다 먼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앨범 선점 공개’에 주력하고 있다. 뮤즈(www.muz.co.kr)는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과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하는 ‘맞춤 음악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사용자가 미리 입력한 정보에 따라 음악의 장르와 콘텐츠가 각각 다르게 제공된다.

 하지만 이들 음악사이트는 또다시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향후 디지털 음악시장은 이동통신사업자 사이트와 인터넷 음악포털사이트가 양분할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음악포털시장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가속화하고 있는 유료화도 주요 관건이다.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등 5개 단체로부터 음원 사용을 허락받아야 한다. 음반사와 기획사들이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이다. 이미 음악 관련 단체들은 막강 파워를 휘두르고 있다.

 회원 1600만명을 확보, 국내 최대 인터넷 음악사이트인 벅스뮤직의 경영권은 음반사와 기획사 등 음악 관련 업계로 넘어갔다. 벅스는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로 인기를 끌었지만, 음악저작권 문제로 음악 관련 업계와 갈등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무료로 음원을 유통시켜 음악 관련 업계로부터 ‘찍힌’ 벅스로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음악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드림위즈는 새로운 음악 재생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키로 했다. 네오위즈는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현재 제공중인 음악서비스 ‘쥬크온’의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NHN은 예당엔터테인먼트겴㎲低틱틒판당고코리아 등 주요 온라인 음악서비스사와의 제휴를 통해 총 110만곡에 달하는 음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 이용자들이 원하는 음원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다음도 지난해 12월 오픈한 ‘오이스트리트’를 통해 최신 뮤직비디오와 전문 DJ의 라이브 방송, 라이브 콘서트, 공연 티켓 예매, 음반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떠올라

 이동통신사들도 음악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4월부터 모바일 MP3 음악 포털 사업의 패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동통신 3사가 그동안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던 MP3 음악 파일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면서 디지털 음악시장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삼수 LG텔레콤 뮤직전략팀 부장은 “이동통신사들 모두 온라인 음악시장을 차세대 성장의 동력원으로 여기고 있다”며 “새로운 영역을 누구라도 빼앗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지난해 11, 12월에 잇따라 모바일 MP3 음악 포털인 ‘멜론’(MelON)과 ‘뮤직온’(MusicON)을 오픈한 데 이어 KTF도 4월부터 ‘굿타임뮤직클럽’(가칭)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모바일 음악 포털 사업에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음악 사용 패턴이 MP3폰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음악 포털시장이 연간 3000억∼4000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멜론’ 이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멜론’은 오픈 초부터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 왔다. 지난 3월1일에는 105만명을 기록, 연내 200만명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중 월 3000∼5000원의 정액 요금만 내면 1개월간 음악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가입자가 40만명이다.

 SK텔레콤은 이 여세를 몰아 음악 포털 사업에서 연말까지 6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멜론’의 음악 파일에 대한 무료 이용 이벤트를 3월말에 종료하고 4월부터는 전면 유료로 전환한다. 4월부터는 다운로드는 월정액 5000원, 스트리밍은 월정액 3000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LG텔레콤도 지난해 12월 음악 포털 ‘뮤직온’개설 이래 현재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뮤직온’은 하루 평균 2만∼3만명의 이용자를 유치하고 있고, 그간 누적 음원 내려받기는 70만회에 이른다.

 LG텔레콤도 오는 7월부터 ‘뮤직온’을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뮤직온’은 6월말까지 듣기와 내려받기를 무료로 서비스한다. 2004년 12월1일 이전 가입자들은 5월말까지만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나 KTF와 유사한 정액제를 적극 검토중이어서 올 하반기에 이동통신 3사간 정액제 경쟁이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4월 음악 포털인 ‘굿타임뮤직클럽’을 오픈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KTF는 SK텔레콤과 유사한 정액제 형태로 음악 포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KTF는 원활한 음원 확보를 위해 KTH, 다이렉트미디어, 퓨처텔, 위즈커뮤니케이션, 지오텔 등이 참여하는 ‘팝콘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은 디지털음악라이선스관리(DLM) 시스템에 음원을 공급할 라이선스총괄공급자(MLP)로서 KTF 음악 서비스에 공급되는 모든 음원의 계약과 관리를 대행하게 된다. 이통업계는 MP3폰 보급이 확대되고 소비자들의 디지털 음악 유료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면 모바일 음악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체 가입자 10%가 MP3폰 사용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폰 보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처음 MP3폰이 출시된 이래 1년만에 판매대수가 300만대를 넘어섰다. 2월 SK텔레콤의 MP3폰 판매 대수가 약 180만대를 기록했으며 KTF 75만대, LG텔레콤 55만대로 총 31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의 10%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MP3폰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데는 음원 사업을 통해 무선데이터 매출을 확대시키기 위한 이동통신사들의 MP3폰 보급 정책과 맞물린다. LG텔레콤은 신세대 트롯 가수인 장윤정의 <어머나>를 휴대폰 배경으로 삽입, 시장의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이 좋은 예다. 이동통신사들은 MP3폰 기능이 탑재된 휴대폰 출시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출시되는 신규 휴대폰의 80~90%는 MP3플레이어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전체 이동전화 인구의 30%가 MP3폰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음악 저작권이 강화되면서 유료 음악에 대한 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모바일 이외의 스트리밍 및 MP3시장에서의 수익 모델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다. 온라인 채널에서 휴대폰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을 다운받는 것이 전체의 95%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료화에 익숙해져 있는 네티즌들도 유료화가 본격화되면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거쳐 유료 시장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