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따돌리고 력셔리한 수입차 '인피니티'강남 지역 메인 딜러로 선정



 지난해 수입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메이드 인 저팬’이었다. 도요타의 렉서스가 3000cc급 이상 중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혼다의 CR-V가 상륙, 수입차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일본차의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 닛산의 3000cc급 승용차 인피니티도 올 하반기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에스에스모터스의 권기연 대표(40)는 4월, 서울 국제모터쇼를 통해 한국에 처음 선보일 예정인 닛산의 고급 승용차 인피니티의 메인 딜러로 선정된 인물. 수입차 업계는 갓 마흔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쟁쟁한 대기업들과의 딜러 선정 경쟁에서 최종 승리한 권씨를 주목하고 있다.

 “주변에서 다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더군요.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이미 업계에서 노하우를 쌓은 전문 업체가 있는데 수입차 영업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저에게 누가 영업권을 주겠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새서울석유, 덕구온천, 골드비치CC. 권기연 사장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들이다. 주유소 체인인 새서울석유는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맞은편의 노른자위 지역을 비롯, 서울 도심 주요 지역에 여섯 곳의 체인을 가지고 있다. 부친이 운영하던 주유소 사업을 20대 후반에 물려받은 그는 지난 10년 동안 온천, 골프장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권사장은 ‘아이디어를 즉시 실천에 옮기는 추진력이 뛰어난 젊은 사업가’라는 평을 얻었다.

 “쌍용자동차에 입사해 1년 가량 근무하다가 바로 아버지께서 운영하던 주유소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고객 감동 경영, 눈높이 경영이란 말이 나오기 한참 전이었어요. 저는 향후엔 서비스 승부가 될 거라고 생각해 주유소를 찾은 고객들에게 전직원이 무릎을 꿇고 손님 눈높이에서 일하는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당시만 해도 엉뚱하게 보였죠. 그렇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당연히 좋았고, 결국 서울시내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덕구온천을 복합 휴양 건물로 개발한 것도 국내에서 세번째였을 정도로 그는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뛰어나다. 이런 승부 감각은 고급 승용차 인피니티의 강남 메인 딜러 영업권을 따내는 데까지 이어졌다.

 “도대체 주유소 사업과 수입 자동차 영업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저와 아버지는 25년 동안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면서 수입차 영업의 핵심 공략층과 꾸준히 단골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이런 점은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갖지 못한 저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닛산코리아가 고급 차종 인피니티의 메인 딜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 순간, 권사장은 무릎을 쳤다. 그동안 쌓아온 사업 노하우를 펼칠 새로운 영역이란 직감이 든 것이다. 그러나 메인 딜러가 되는 길은 녹록치 않았다.

 “인피니티는 북미 지역과 일본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어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처음일 정도로 중요한 모델입니다. 그런데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메인 딜러를 맡기는 건 분명히 모험이죠. 본사에서도 처음엔 반대를 했고, 닛산코리아의 엔버그 사장도 처음엔 당돌한 젊은이의 도전 정도로 여기더군요.”

 쟁쟁한 대기업은 물론, 기존 수입차 판매법인들이 인피니티 메인 딜러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매달리는 상황이어서 약자인 권사장에게 초반엔 동등하게 경쟁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사장실 문을 다짜고짜 열고 들어가 ‘딜러 신청을 한 권기연이다. 나에게도 프리젠테이션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어요. 당황하면서 날짜와 시간을 잡아 연락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며칠 뒤 통보를 하면서 ‘30분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는 자신만의 영업 및 전시장 확보 계획 등을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집안 식구들도 총동원됐다. 대학교수로 영어가 능통한 누나를 발표자로 내세웠고, 직원 200명을 응원단으로 동원하기까지 했다. 애초 30분을 약속했던 프리젠테이션은 2시간을 넘겼지만 엔버그 사장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끝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며칠 후 엔버그 사장이 저희 새서울석유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프리젠테이션 내용이 사실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돌아갔습니다. 며칠 후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해서 갔더니 시계를 하나 주더군요. ‘내 책상에도 똑같은 시계가 있다. 이제 우리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고 하면서요.”

 수입차 영업의 관건은 얼마나 우수한 딜러를 확보하느냐,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는 매장 및 전시장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권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이라는 미국 딜러 경험자를 영업이사로 영입하는 한편, 강남 수입차 거리 한복판의 노른자위 땅을 매입해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건물 설계와 내외장을 맡기는 등 프리젠테이션에서 보인 자신감을 현실로 가시화하는 중이다.

 에스에스모터스는 오는 5월 서울모터쇼에 인피니티를 선보인 후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판매는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올해 목표는 700대. 자신이 있냐고 묻자 “자신 없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되받는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메인 딜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닛산코리아의 엔버그 사장이 내심 불안해 하는 본사를 설득했답니다. 제 열정과 패기를 높이 사 모험을 한 셈이지만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