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마케터들에게 21세기의 최고 화두는 환경이다. 환경 오염으로부터 개인 건강과 함께 지구를 지켜야겠다는 자각의 발로다. 이 때문에 반(反)환경 기업으로 찍히면 고객들도 떠나는 추세다. 환경 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들은 기업과 제품에서도 친(親)환경 업체와 친환경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한마디로 마케팅에 ‘초록혁명’이 불고 있는 셈이다.





 국내 친환경 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 사례를 통해 마케팅에 불고 있는 녹색혁명을 따라가 보자.



 사례1. 홀푸드마켓

 유기농 상품 사려고 줄서



 맨해턴 첼시와 미드타운의 타임워너빌딩에 들어선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마켓에 들러보라. 계산대 앞에 장바구니를 든 채 장사진을 치고 있는 뉴요커들을 볼 수 있다. 5~10% 가량 비싼 가격대에도 먹거리는 이곳에서 사야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채소, 과일, 육류, 해산물, 커피, 가공식품, 그리고 비누, 치약 같은 생필품 등 슈퍼마켓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제품들의 오거닉, 자연식 버전만을 취급하는 홀푸드마켓은 1980년 텍사스 오스틴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167개 매장을 운영하며 3만2000여명의 직원을 둔 홀푸드마켓은 완전한 식품, 완전한 인간, 완전한 지구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신토불이를 추구한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수입되는 상품들이 최종 소비자에게 오기 위해선 당연히 화학 물질과 방부제가 첨가될 수밖에 없다는 게 홀푸드마켓이 본 틈새다. 따라서 홀푸드마켓은 소비자들과 가까운 근교 농업, 그리고 농부, 소비자, 땅 등 3자에 모두 이로운 유기농법을 양성하는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익금 중 최소 5%를 지역 경제로 환원하는 홀푸드마켓의 성공 비결은 꼭 감동적이고 거창한 기업 이념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가까운 근교 농장에서 하루 단위로 새로 들여오는 야채와 과일들이 차별화 포인트다. 한국으로 치면 토종닭에 비견되는 홀푸드마켓 케이지 프리 닭은 통째로 그 날 그 날 오븐에 구워 판매되는데 뉴욕 어느 레스토랑보다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다.



 사례2. 버켄스탁 신발

 밑창은 100% 재활용



 미국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은 신었을 때 발을 감싸는 편안함과 함께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매력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템. 미국에서는 여름이면 반바지에 버켄스탁 갈색 샌들을 신은 사람들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젊은 층뿐 아니라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버켄스탁을 카피한 제품들은 많다. 그러나 버켄스탁의 환경 친화성과 경영 마인드를 흉내내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버켄스탁 제품들은 모두 앞 코가 둥글고 납작한 굽에 밑창은 반드시 재활용 코르크로 만들어진다. 겉보기에도 ‘순하게’ 보이는 디자인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버켄스탁 마니아층도 두텁다.

 먼저 신발 제조에 있어 버켄스탁은 와인 마개를 만들고 남은 코르크와 천연 고무를 주원료로 써 유독 화학 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접착제만을 고집한다. 독일의 제품 공장은 오염 물질 방출을 최소화하고 연비 효율을 극대화시킨 게 특징이다. 특히 운송용 박스와 제품 패키지를 비롯한 모든 종이류는 재활용이 철칙이다. 또 직원들의 물물 교환이나 장터 마련을 비롯, 카풀을 적극 권장하고 불필요한 조명 끄기와 분리 수거에 앞장서는 한편 직원들에게 유기농 텃밭을 분양하기도 한다. 요란한 제품 광고는 없지만 친환경 노력에 열심인 버켄스탁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진짜 이유를 보여주는 셈이다.



 사례3. 스토니필드팜

 유제품업계 넘버원




 요구르트로 유명한 스토니필드팜은 오거닉과 내추럴을 추구하는 유제품 회사다. 이 회사의 CEO는 비즈니스스쿨 출신이 아니다. 유기농법을 연구하고 장려하는 비영리단체 간사 출신인 게리 허시버그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뛰놀던 자연이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오염되는 것과 함께 지역 경제 기반이었던 농업이 희망 없이 쇠락하는 것을 보고 그 대안으로 유기농법에 매달려 온 주인공이다. 그는 성장 호르몬을 배제하고 환경 친화적 농법을 근간으로 한 요구르트 제조법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불과 20년만에 오거닉 유제품업계의 1등 브랜드로 이 회사를 성장시켰다.

 스토니필드팜은 낙농업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낙농업자들의 적자는 버몬트주에서만 1억3000만달러에 달할 정도다. 반면 유기 낙농업자들의 판매액은 1억2000만달러에 이르는 등 낙농업계 구조 개편의 핵심에 유기농법이 자리잡고 있다. 가축에서 나온 폐수와 함께 화학 사료 및 호르몬의 남용으로 환경 오염 주범으로 몰리던 전통적인 낙농업자들이 서서히 환경 친화적 유기 낙농업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스토니필드팜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90년대 다농으로 합병됐지만 여전히 독립된 경영권을 보장받고 있으며 환경 친화적 제조 공법과 유기농의 원칙 또한 고수해 왔다.



 사례4. 톰스오브메인

 천연 치약 인기



 치약, 구강 청정제, 샴푸, 감기약 등을 생산하는 톰스오브메인을 보자. 이 회사는 다른 오거닉 브랜드와는 유통 방식이 다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문점을 통해 유통되는 것과 달리 톰스오브메인은 미국 최대 드럭 스토어 중 하나인 듀안 리드를 비롯한 여러 대중 유통 채널에서 판매된다. 미국의 거대 생활용품 브랜드 콜케이트, P&G 등과 나란히 상품 진열대에 올려질 만큼 브랜도 파워도 높아졌다. 가족 경영 시스템인 톰스오브메인은 환경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두자릿수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내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메인주에 본사를 두고 1970년 처음으로 문을 연 이 회사는 환경 친화적으로 재배된 천연 재료와 땅 속에서 오염 물질 없이 썩어서 분해되는 성분만을 사용하고 인공 첨가물을 배제해 제품을 만든다. 과연 이렇게 만들어진 ‘대체 치약’이 소비자 입맛에 맞을지 의구심을 품는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이 회사의 치약을 써본 사람들은 단골이 되기 십상이다.

 구강 제품으로 인기가 높은 톰스오브메인은 미국인 중 1억2000만여명이 치과보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건강한 치아 갖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전직원들이 받는 월급의 5~10%는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 역시 특기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