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운 삼성전자는 법인세로 8조원 넘게 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운 삼성전자는 법인세로 8조원 넘게 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 블룸버그

 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이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홍 원내대표는 7월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한국 기업의 ‘임금소득 기여도(기업이 번 돈에서 임금으로 나가는 것)’가 굉장히 낮은 데도 기업의 조세 부담은 오히려 가계에 비해 적다”고 말했다. 또 “삼성이 작년에 60조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 중 20조원만 풀면 200만 명에게 1000만원씩 더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은 이익을 낸 것에 대해 정당하게 법인세를 내고 고용하면 되는 것이지, 분배하라 마라 하는 것은 기업이 돌아가는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코노미조선’이 한국에서 가장 법인세를 많이 내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2017년 연간 사업보고서(별도 재무제표 기준)를 검토한 결과, 삼성전자가 세무 조정분을 제외하고 국세청에 실제 납부한 법인세는 8조2991억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다음으로 세금을 많이 낸 기업은 SK하이닉스로 이 기간에 2조5812억원을 부담했다.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두 기업의 법인세 부담액을 합치면 11조원에 가깝다. 이는 올해 정부가 만 65세 이상 노인 약 500만 명에게 월 20만원(9월부터는 25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약 10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면 국가 재정은 물론, 국민 복리도 자연스럽게 혜택을 본다는 경제 상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소득(법인세 차감 전 순손익) 대비 법인세 부담액 비율은 각각 22.7%, 19.7%에 달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잘나가는 기업 두 곳이 전체 법인세(지난해 59조2000억원)의 20%가량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세금을 많이 잘 내면 좋은 것인데, 기업의 순이익을 나눠주느니 마느니 하는 인식을 가진 것은 매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기아차와 포스코대우의 소득 대비 법인세 실제 부담액이 33.7~33.8% 수준으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현대모비스와 S-Oil, LG화학의 세 부담 비율은 20%대를 웃돌았다. 

이처럼 이미 60조원에 가까운 충분한 법인세수를 확보한 가운데 한국은 올해 1월부터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 77곳이 2조3000억원 정도를 더 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둬들임으로써 ‘일자리 창출→가계 소득 증대→소득 재분배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많은 국가가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 흐름과는 정반대다. 미국의 경우 일자리를 만들어 가계 소득을 늘리고 경제 성장을 하겠다는 목표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린 상황이다. 영국은 애초 30%였던 법인세율을 지난 10년 동안 11%포인트 낮춰 19%까지 내렸고, 추가로 2%포인트 인하한다. 일본도 2020년까지 현재 29.97%인 세율을 20%까지 떨어뜨린다는 목표다.

경제 전문가들은 법인세를 더 걷는다고 해서 실제로 기업이 세금을 더 부담하는 것이 아닌 만큼 소득 재분배 효과는 없다고 강조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이면 기업은 노동자들의 월급을 줄이고, 주주들의 배당을 줄이고, 협력 업체의 납품 단가를 후려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늘어난 법인세는 기업이 부담하는 게 아니라 여러 주체가 나눠 부담하는, 이른바 ‘조세 전가(轉嫁)’가 일어난다는 것이 경제학에서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조세 전가가 가능한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올리는 것이 소득 분배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등 대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세금으로도 걷히지만, 자본시장과 주식시장을 통해서도 그 과실이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 원내대표가 이 점을 완전히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돈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낼 수 있게 해야”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3월 말 액면분할 전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1215만 주(지분율 9.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 주식을 30만원 선일 때 샀다. 분할 직전 주가가 24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8배 수준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다. 이로 인한 이익과 배당 수익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기업이 열심히 일해 수익을 내고, 이 수익을 통해 월급과 배당을 늘리는 식의 구조가 정착되면 기업 배만 불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이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고 한다”면서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법인세율을 올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6개국 가운데 절반인 3개국의 세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lus Point

1%포인트라도 더… 트럼프, 추가 인하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감세 정책 시행 6개월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면서 2차 감세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가운데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0월쯤 나올 감세 정책은 주로 중산층을 타깃으로 할 예정이며, 법인세도 20%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춘 트럼프 대통령이 세율을 다시 1%포인트 내리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현지 언론은 이와 함께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을 현재 수준(37%)으로 영구 고정하는 방안을 내놓거나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