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다중 온라인 비디오 기술 콘퍼런스 ‘VidCon 2019’이 열린 가운데, 한국 영상편집 앱 ‘키네마스터’ 부스에 관람객이 찾아왔다. 사진 키네마스터
2019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다중 온라인 비디오 기술 콘퍼런스 ‘VidCon 2019’이 열린 가운데, 한국 영상편집 앱 ‘키네마스터’ 부스에 관람객이 찾아왔다. 사진 키네마스터

인도 북부에 사는 크리티카 케스타(20)는 한국 셀프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 ‘캔디카메라’에 푹 빠졌다. 캔디카메라 앱의 ‘뽀샤시 필터’ 기능으로 찍은 셀카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하트’가 쏟아져서다. 하얗고 뽀얀 피부가 미인의 기준이라는 현지인의 수요를 저격한 캔디카메라는 인도에서 ‘국민 셀카 앱’으로 통한다.

2013년 스타트업 ‘제이피브라더스’가 개발한 캔디카메라는 전 세계 233개국에서 이용된다. 11월 1일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 기준 1억 다운로드가 넘었는데, 다운로드의 90%가 해외에서 이뤄진다. 전 세계 사용자가 캔디카메라로 찍는 사진은 하루 평균 3200만 장, 한 달 10억 장에 달한다. 사용자 한 명이 하루 평균 4회 이상 캔디카메라를 켠다. 캔디카메라는 인도·브라질·터키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앱 다운로드 ‘1억 클럽’에 한국 업체가 개발한 다양한 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톡(카카오), 라인(네이버)과 같은 대기업 앱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앱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알서포트’가 만든 영상 녹화 앱 ‘모비즌’도 1억 클럽에 해당한다. 전체 다운로드의 94%가 해외에서 이뤄진다. 게임을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싶어 하는 10·20대 남성들이 선호한다. ‘소셜앤모바일’이 만든 메모 앱 ‘컬러노트’도 해외 이용자가 94%로, 미국·브라질·인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영상 편집 앱 ‘키네마스터’도 1억8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이 앱들의 공통점은 기능이 단순하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를 확보해 개발 비용 대비 성과가 높다. 당장 매출을 확보하기 어려울지라도 전 세계 이용자가 모인 만큼 잠재력은 크다. 향후 앱이 부가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K(한류)앱의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기능 백화점’보다 ‘전문점’지향해야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앱은 기능이 백화점처럼 다양하다. 카카오톡은 메신저 앱으로 시작했지만 인기를 얻으면서 게임, 쇼핑, 음악, 뉴스, 금융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국내 각 업계와 연계해 기능을 확대한 결과다. 하지만 적은 자본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면 기능이 최대한 단순한 것이 유리하다. ‘전문점’ 전략으로 핵심적인 기능에만 매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부가적인 기능이 많으면 핵심 기능이 약화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사용법이 복잡해지고 프로그램 용량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모비즌을 개발한 알서포트의 김동환 센터장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욕구는 세계적으로 비슷하다”면서 “간단한 기능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모비즌 앱을 실행하면 화면에 녹화 버튼만 달랑 등장한다. 게임을 하다 녹화가 필요하면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컬러노트는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용량은 아직 2MB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메모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거나 달력에 일정을 넣는 기능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사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해외 유저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군더더기를 빼고 최대한 낮은 용량을 고수했다. 대신 회사 직원들은 아랍어, 히브리어 등 번역에만 총력을 기울였다. 다른 기능을 추가하다가 번역의 질이 떨어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무작위 배포로 선점 효과 노려라

무작위 배포도 성공비결 중 하나다. 단순한 기능이라도 새로운 서비스라고 생각되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K앱을 만든 기업들은 우선 최대한 많은 국가에 앱을 출시하고 반응이 오는 국가에 집중했다. 모비즌의 경우 구글 번역기로 앱을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터키어, 러시아어 등 15개 언어로 번역했다. 이를 각국의 앱마켓에 올렸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에서 우선 반응이 왔다. 현재도 전체 사용자 중 15%가 브라질에 있다.

컬러노트는 속도를 우선시했다. 이를 개발한 소셜앤모바일의 김미재 이사는 2009년 일정관리 앱의 흥행 가능성을 예상했다. 2주 만에 앱을 제작해 미국 등 10개국에 출시했는데, 당시 모토롤라 스마트폰에 메모 앱이 탑재되지 않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초창기 인기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키네마스터는 출시 시점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내수시장을 위한 한국어 버전은 아예 없었다. 어느 나라에나 영상편집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임일택 키네마스터 대표는 “타깃 시장을 선정해 일부 국가에만 진출했다면 (당시 진출 국가로 생각지도 못했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시장을 놓쳤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키네마스터는 인도(1위)와 인도네시아(2위)에서 사용률이 가장 높다. 임 대표는 “낯선 해외 시장은 두렵기 마련인데 일단 부딪쳐 봐야 한다”고 했다.


시장 조사 기반으로 현지화해야

해외 국가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하면 현지화에 나서야 한다. 기능이 단순하다고 해서 마케팅까지 단순해서는 안 된다. 모비즌은 국가별로 인기를 끄는 게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조사해 그에 맞게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했다. 키네마스터는 국가별 영상 제작 가이드를 유튜브 계정에 올린다. 예컨대 인도 유저를 위해 발리우드풍 영상 제작법을 전달하는 식인데, 공식 유튜브 구독자가 72만 명에 달한다. 세계 각지에 94명의 키네마스터 강사를 두고 오프라인 교육도 진행한다.

캔디카메라는 필터를 맞춤 적용했다. 중동이나 인도에서는 피부가 하얗게 보이는 필터를, 브라질에서는 골반을 늘리고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는 필터를 선호한다. 이슬람 문화권에는 ‘라마단(종교적 율법에 따른 금식 기간)’ 기념 스티커까지 제공할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