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9월 5일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리니지2M’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9월 5일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리니지2M’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리니지2M을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엔씨소프트

하반기 게임업계 최대어로 꼽히는 ‘리니지2M’이 11월 27일 새벽 0시에 출시됐다. 실체를 드러낸 리니지2M은 “단언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이 없을 것”이라던 김택진 엔씨소프트(NC) 대표의 호언장담에 걸맞은 출발을 보였다. 출시 9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고, 나흘 만인 12월 1일 오전 9시엔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양대 모바일 마켓을 점령했다. 892일간 정상을 지키던 ‘형’ 리니지M을 제쳤다.

리니지2M은 16년 전 출시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2를 모바일화한 게임이다. 제작에 2년 6개월간 150여 명이 투입됐다. 최종 사전예약자는 한국 게임 사상 최대인 738만 명에 달했고, 사전 캐릭터 생성은 2시간 만에 마감됐다. 게임 오프닝 영상에는 ‘선임최고제작자(Senior Executive Producer) 김택진’이 첫 문구로 올랐다. 김 대표 스스로 완성도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다.

리니지2M은 김 대표의 약속처럼 여태껏 찾아볼 수 없던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했다. 출시와 동시에 한국 모바일 게임 사상 최대 인원이 몰렸지만, 서버가 먹통이 되는 운영 차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접속 후 수백 명이 한 화면에 들어와도 게임 진행은 원활했다. 게임업계에선 출시 직후 사용자가 몰려 서버 다운과 점검을 반복하는 일이 잦다. NC의 뛰어난 서버 관리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리니지2M은 최신 PC 게임에도 사용되는 ‘언리얼 엔진4’를 바탕으로 한다. 4K(초고화질) 그래픽은 여느 PC 게임에 뒤지지 않는다. 모바일 MMORPG 중 처음으로 캐릭터 간 충돌처리도 구현했다.

게임 속 충돌을 실현하려면 서버·클라이언트 간 연산량이 많이 늘어난다. 이런 부담에도 충돌처리를 구현한 배경엔 ‘전쟁’이라는 리니지의 본질이 있다. 지난 10월 김남준 엔씨소프트 프로듀서는 “충돌처리가 가능해야 지형에 따른 전략전술이 생기고, 제대로 된 전쟁게임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리니지2M은 로딩 없는 심리스 오픈월드(Seamless One Channel Open World)를 구현했다. 게임 진행 도중 수없이 순간이동이 이뤄지지만 로딩은 찾아볼 수 없었다. 2초가량의 순간이동 연출 안에 모든 로딩을 끝내, 이용자가 끊김을 느낄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다.


위쪽부터 리니지2M 게임 장면. 모바일 게임이지만 PC 게임을 방불케 하는 그래픽을 자랑한다. 리니지2M 게임 오프닝 영상. ‘선임최고제작자 (Senior Executive Producer) 김택진’이라는 문구가 맞이한다. 사진 리니지2M 캡처
위쪽부터 리니지2M 게임 장면. 모바일 게임이지만 PC 게임을 방불케 하는 그래픽을 자랑한다. 리니지2M 게임 오프닝 영상. ‘선임최고제작자 (Senior Executive Producer) 김택진’이라는 문구가 맞이한다. 사진 리니지2M 캡처

NC, 내년 매출 2조4000억원대 전망

게임업계는 리니지2M의 실적이 경이롭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애플과 구글은 정확한 마켓 매출 산정 방식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는 애플은 24시간, 구글은 일주일치 누적 매출을 보여준다고 추측한다. 리니지2M이 구글플레이 매출 1위에 등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7시간. 다른 게임은 일주일간(168시간) 매출로 순위에 올랐음을 고려할 때, 그 62% 수준의 서비스 기간으로 1위에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작인 리니지M은 출시 첫해 1조원의 매출을 올렸었다. 30개월 가까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유지해온 리니지M의 ‘철권통치’에 게임업계에선 “구글플레이 1위는 (리니지M이라는) 배너 광고”라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 NC는 구체적인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증권가는 리니지M이 올해 들어 일평균 20억~25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분석한다. 리니지2M의 4분기 매출 추산치는 일평균 30억~50억원이다. 보수적인 추정치인 하루 30억원을 가정해도 리니지2M 매출은 연말까지 1000억원을 넘어선다.

12월 3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는 NC가 제작했거나 NC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 4개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야흐로 ‘NC 전성시대’다. 증권가는 리니지 두 작품의 쌍끌이로 2020년 NC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4000억원,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작(前作)인 리니지M은 NC를 ‘매출 1조원 클럽’에 들게 한 일등공신이다. NC는 2016년까지 매출이 1조원을 밑돌았지만, 리니지M 실적이 온전히 반영된 2017년 매출 1조7587억원을 기록했다. 리니지2M은 신작 부재로 3년간 답보 상태였던 NC 실적을 성큼 뛰게 해줄 기대주로 꼽힌다.


가장 큰 경쟁 상대는 ‘형’ 리니지M

리니지2M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리니지M이다. 리니지2M의 출시 첫날 매출은 7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첫날 매출만 107억원에 달했던 리니지M에 밀리는 수치다. 리니지M은 출시 이틀 만인 2017년 6월 23일 구글플레이 매출 1위에 올랐다. 리니지2M의 나흘보다 빠르다.

리니지2M의 첫 한 달간 일매출로 추정되는 30억~50억원도 전작의 절반 수준이다. 리니지M은 출시 후 한 달간 일평균 9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넷마블이 리니지 IP를 빌려 만든 리니지2 레볼루션도 출시 첫 달 평균 일매출이 약 66억원 선이었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리니지2M의 2020년 연간 일매출 평균은 20억원 초중반 선으로, 출시 2년을 넘긴 리니지M과 비슷한 수준이다.

리니지 형제작 간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 잠식)’도 우려된다. 리니지M은 12월 2일 기존 ‘오만의 탑’을 뛰어넘는 최고 등급 사냥터 ‘격돌의 탑’을 공개했다. 리니지2M 출시 하루 전인 11월 26일부터는 최고 혈맹을 가리는 ‘그랜드 크로스 시즌 1’ 행사를 진행 중이다. 높은 난이도와 보상으로 핵심 이용자를 붙잡기 위함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가 게임에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은 한정돼 있는데, 리니지 신작이라면 기존작과 유저층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며 “NC 내부적으로도 리니지M·2M 팀 간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