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다양한 모두의셔틀 버스들. 사진 모두의셔틀, 독자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다양한 모두의셔틀 버스들. 사진 모두의셔틀, 독자

직장인 백모(32)씨는 지난해 4월 이직 후 서울 대림동에서 경기 판교로 출근한다. 매일 출근길 지옥철에 시달리다가 직장 동료의 소개로 알게 된 ‘모두의셔틀’ 서비스를 지난해 10월부터 이용하고 있다. 모두의셔틀은 웹사이트에 자신의 출근 경로를 올리면 비슷한 경로의 직장인들과 전세버스 기사, 차량이 매칭되는 공유 경제 서비스다.

모두의셔틀 홈페이지에서 본인의 출근길(루트)을 검색해보고 이미 개설된 출근길이 있으면 참여를 신청하면 되고, 개설이 안 돼 있으면 직접 개설할 수 있다. 루트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8명 이상이 모이면 신규 루트가 개설되고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이용료 할인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백씨가 앞서 이용하던 출근길 지하철 요금은 매달 5만3000원(2650원×20일)이었다. 현재 약 27명과 함께 타는 모두의셔틀 월 이용료는 지하철 요금보다 1.6배 비싸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흔쾌히 이용료를 낸다. 백씨는 “매일 편히 앉아서 출근하다 보니 업무 능률도 올랐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면서 2017년 1월 출범 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이용자가 4만5000명에 달한다. 현재 서울과 경기에서만 운행 중인데 세세한 출근 루트가 200개가 넘는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9호선 지옥철에서 드디어 탈출했다’ ‘경기도민도 이제 앉아서 출근한다’ 등 만족감을 담은 글이 적지 않다.

사업성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SC인베스트먼트·슈미트·엘엔에스벤처캐피탈 등 벤처캐피털(VC) 투자자로부터 2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받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모두의셔틀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비결 1│규모의 경제에 유리한 서비스

모두의셔틀은 장지환(33)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탄생했다. 장 대표는 20대 시절 게임 회사 등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했는데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괴로움을 겪었다. 걸어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며 사람에 치이는 도중 분명히 더 나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해 2017년 모두의셔틀을 창업했다.

이 서비스는 철저한 개별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집 앞에서 회사 앞까지 개설된 루트가 없으면 직접 루트 개설을 제안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이라면 어디서든 새 루트 개설을 신청할 수 있다. 참여도가 높은 곳부터 루트가 열리고, 처음에는 무료 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이용료가 저렴한 데다 지인을 소개하면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혜택도 있다. 일종의 ‘규모의 경제(생산 규모의 확대에 따른 생산비 절약)’를 이루기에 유리한 사업 구조를 갖춘 셈이다.


비결 2│생소한 공유 버스 시장 개척

선점 효과도 있다. 국내에서 타다 등 승용 부문의 자동차 공유 서비스는 제법 나오고 있지만, 공유 버스 서비스는 아직 생소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부로의 출퇴근 인구는 하루 약 120만 명이다.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은 80분을 웃돈다. 공유 승용차에 비해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는 공유 버스는 이용자 입장에서 경제적인 이득이 있다. 실제 벤처캐피털 투자사들은 “앞으로 지속적인 루트 및 회원 확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해외에도 유럽의 ‘플릭스 버스(FLIX BUS)’ 등 성공 사례가 있다. 이 회사는 출근 버스는 물론 관광, 여행까지 다양한 공유 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공유 버스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런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비결 3│전세버스 사업자의 호응도 좋아

직장인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운전할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플랫폼은 전세버스 사업자 등 운전기사의 호응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전 출근 시간에 1~2시간만 투자해, 한 달에 100만~2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오후 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서다. 모두의셔틀은 운전기사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고객의 소리(VOC)’에 접수된 민원을 기사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해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서울 경기 지역의 150여 개 전세버스 사업자와 계약하고 210여 명의 기사가 출근 버스 운행으로 돈을 벌고 있다. 총 900여 명의 기사와 네트워크를 맺고 새로운 루트 개발 시 투입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 이동 편익을 높이는 것이 승차 공유 서비스의 기본이지만, 플랫폼 참여자들의 이익 공유도 신경 써야 한다”며 “모두의셔틀은 작게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크게는 유휴 자원의 활용을 높여 전체 차량의 운행량을 줄이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Interview] 장지환 모두의셔틀 대표
“올해 상반기 중 전용 앱 출시할 것”

장지환 모두의셔틀 대표가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문관 기자
장지환 모두의셔틀 대표가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문관 기자

2월 19일 오후 서울 논현동 모두의셔틀 본사에서 장지환(33) 대표를 만나 출범 3년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장 대표는 “올해 상반기 중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고, 중장기적으로 현재 출근에서만 이뤄지는 공유 버스 서비스를 퇴근은 물론 관광과 여행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업의 지향점은.
“공유 버스 멤버십 서비스다. 출퇴근은 인생에서 꽤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직장인의 불편을 줄이고 경험을 공유하는 일종의 멤버십 커뮤니티로 플랫폼을 키우고 싶다. 앞으로 퇴근 버스 운영은 물론 유럽의 ‘플릭스 버스(FLIX BUS)’처럼 관광과 여행 등 다양한 공유 버스 수요에 대응하려고 한다.”

중점을 두고 있는 개선 방향은.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루트 설정 기능 등을 개선해 고객이 더욱더 빠른 시간에 원하는 루트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더 빠른 도로를 찾아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운전기사 매칭 시스템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실적도 궁금하다.
“3년간 4만5000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 회원 수는 3만 명으로 월평균 탑승 회원 수는 2300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타다 논란 등 규제 이슈는 없나.
“국내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은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 사업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다. 다만 모두의셔틀은 지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 ‘공유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세버스 온라인 플랫폼 모집을 허용했다. 이를 토대로 지자체와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을 위해 협업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올해 상반기 중 고객용 앱을 출시해 직장인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는 운전기사용 앱만 있는 상황이다. 기술 고도화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 라인업도 구축해 고객 지향적인 회사로 거듭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