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산업은 온라인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온라인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화장품 산업은 온라인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온라인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너는 써보지도 않은 걸 이렇게나 많이 사면 어떻게 하니?”

구건희(여·26)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을 통해 아이섀도, 립 틴트 등의 화장품을 총 10만원어치 주문했다. 문제는 구씨에게 온 택배를 어머니가 먼저 열어본 데서 비롯됐다. ‘화장품은 직접 찍어 발라보고 사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어머니 입장에선 구씨의 온라인 화장품 쇼핑이 ‘무모한 실험 정신’으로 비친 것이다. 그러나 구씨는 오히려 “나 대신 먼저 써본 사람이 있는데 꼭 내가 써봐야만 아냐”고 대꾸했다.

실제 사용 경험이 중요한 화장품은 여타 소비재와 달리 ‘최후의 오프라인 기반 시장’으로 남아있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반대로 온라인 화장품 시장은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2986억원을 기록했다. 9조8404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약 25% 늘었다. 온라인 화장품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일등공신은 바로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다. 이들이 소비자 대신 화장품을 사용해보는 ‘대리체험단’ 역할을 함으로써 온·오프라인의 장벽이 무너졌다.

온라인 화장품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온라인 전용 브랜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는 기존 화장품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성장 문법을 보인다. 기존에는 로드숍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성공을 거둔 뒤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온라인 전용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역진입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전용 매장’을 열기보다 ‘드럭스토어(drug store)’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비용 효율성을 추구한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 ‘스타일난다’에서 내놓은 ‘3CE’는 이러한 성장 문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유행에 민감한 20대를 타깃으로 한 3CE는 트렌디한 컬러를 내세워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쇼핑에서의 성공을 등에 업고 올리브영 등 주요 드럭스토어에 입점해 또다시 성공을 거뒀다. 2014년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3CE는 2018년 로레알그룹에 4000억원에 인수됐다.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의 약진과 반대로 기존의 오프라인 로드숍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전년(804억원)보다 22% 감소한 626억원에 그쳤고, 에뛰드와 토니모리는 각각 185억원,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삐아의 럭키 샤인 틴트 5호 ‘돈방석 앉을 상’. 사진 삐아
삐아의 럭키 샤인 틴트 5호 ‘돈방석 앉을 상’. 사진 삐아

전략 1│명확한 타깃팅으로 승부

수많은 제품이 난립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명확한 타깃팅(targeting)’이 필수다. 이 때문에 가격 정책이 프리미엄과 초저가로 양분되는 양상을 띤다. ‘전문가용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아멜리’의 아이섀도는 개당 1만5000원으로, 3500원인 에뛰드 제품보다 네 배 비싸다. 고가 라인인 ‘아스트랄 라이트’는 개당 3만9000원에 달한다. 그러나 화장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명품 화장품 못지않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고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코덕(화장품 마니아)’ 사이에서 ‘가성비 화장품’으로 등극했다. 3CE 역시 로드숍의 두 배에 이르는 높은 가격을 책정했지만, ‘오렌지색 블러셔’ 등 로드숍에서 찾아보기 힘든 컬러를 선보여 개성을 중시하는 20대 여성의 지갑을 열었다.

반면 낮은 가격으로 실속형 소비자를 공략하는 초저가 브랜드도 많다. 삐아, 이글립스, 아임미미 등은 지갑이 얇은 10~20대 초반의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다. 삐아의 아이라이너 가격은 프로모션 행사 시 개당 3000원 남짓. 로드숍인 에뛰드 제품(7500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다이소급 가성비’를 내세우며 티몬, 쿠팡 등 소셜 커머스에서 판매를 이어왔다.

여기에 삐아는 독특한 네이밍을 더해 타 저가 브랜드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제품의 색을 연상시키면서 세련된 색상명을 사용하는 화장품 업계의 관행을 깨고 화장품에 ‘고추장 염장’ ‘크와아앙’ ‘갸아아악’ 등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화제가 돼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탔다. 그 결과 10~20대 고객에게 특히 큰 인기를 얻으며 2018년 드럭스토어 롭스(LOHB’s)에서 립 제품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전략 2│‘대리체험’ 역할 하는 인플루언서

오프라인 제품 테스트는 온라인의 상품 후기가 대신한다. 인플루언서들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유상 협찬뿐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자비로 상품을 구매하고 리뷰하는 자발적 참여가 활발하다. 온라인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기 때문에 고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없어 사용 후기가 중요하다. 이 점을 이용해 인플루언서들이 검색 유입을 노리는 것이다. 약 8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한별’은 최근 2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아멜리의 전 제품을 구매해 리뷰 영상을 올렸다. 또한 삐아, 이글립스 등 초저가 브랜드는 가격 부담이 적어 자비로 전 제품을 리뷰하는 유튜버가 많다.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는 스킨, 로션과 같은 기초 제품보다 립스틱, 아이섀도 등의 색조 제품에 주력한다. 이용 후기가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달돼, 질감과 색상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피부톤을 웜톤과 쿨톤으로 나눠 어울리는 색깔을 결정하는 ‘퍼스널 컬러’가 유행하면서 소비자가 리뷰를 참고하기 쉬워졌다. 인플루언서가 사용해보고 제품이 웜톤인지 쿨톤인지 알려주면 소비자는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색상을 구매한다. 자신과 비슷한 피부톤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구독해 그가 쓰는 제품을 따라 사기도 한다.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를 애용하는 구씨는 “구매 전 꼭 이용 후기를 검색해본다”며 “인플루언서들이 ‘쿨톤’이라고 알려주는 색을 구입하면, 대부분 성공한다”고 말했다.


전략 3│오프라인 시장으로 역진입

온라인에서의 인기를 이어 가기 위해선 결국 오프라인 판로를 개척해야만 한다. 자사 사이트 회원 30만 명을 기록하며 한때 큰 인기를 얻었던 아멜리는 쏟아지는 신생 브랜드에 밀리며 침체를 겪었다. 오프라인에서 받쳐주는 ‘뒷심’이 없었던 것이 침체 요인으로 분석된다. 2018년 폐업한 아멜리를 최근 재오픈한 이재윤 아멜리 대표는 “판매 경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역진입을 노리지만, 직접 매장을 여는 것은 부담스러운 온라인 브랜드에 드럭스토어는 좋은 동업자다.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자사 제품만 취급하는 기존의 화장품 로드숍과 달리 드럭스토어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매장을 직접 내려면 많은 고정비를 투자해야 하지만, 드럭스토어에 입점하면 매출에 따른 수수료만 내면 된다. 큰 부담 없이 고객에게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유통 경로도 다각화할 기회인 셈이다.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 입점으로 드럭스토어도 이익을 얻는다. 이미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를 입점시키면 고객 유인 효과가 크고 위험 부담이 적어 서로에게 ‘윈윈’이다. 드럭스토어 랄라블라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의 입소문은 브랜드 입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며 “주로 온라인상에서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업체에 입점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와 드럭스토어가 합세해 급격히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로드숍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구정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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