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세(왼쪽에서 두 번째) 회장이 ‘신풍류도’ 술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김윤세(왼쪽에서 두 번째) 회장이 ‘신풍류도’ 술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죽염 전문 업체 ‘인산가’의 김윤세 대표이사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애주가다. 365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마신다. 그런데 예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암벽등반을 즐길 정도로 건강 체질이다. 혈색 좋은 얼굴, 호리호리한 몸매에 군살 하나 없어 보인다. 죽염이라는 건강식품을 만드는 회사 대표다운 외형이다.

“건강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다소 엉뚱했다. “외부 건강 강연은 1년에 100여 차례 실시하고, 산행은 연간 평균 80여 차례 하지만, 알코올 소독(음주)은 365일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다”고 대답했다. 술 마시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니?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일 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 마시는 게 ‘건강 비결’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다 건강식품을 만드는 이 회사가 최근 술을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얘기는 더욱더 이해가 안 됐다. ‘병(술) 주고 약(죽염) 주나? 아니면 약 먼저 주고 병 주는 꼴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소금을 아홉 번 구워 미네랄이 풍부한 죽염을 국내에 처음 보급한 인산가는 연간 매출이 250억원 안팎인 중소기업이다. 1987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33주년을 맞는다. 경남 함양에 죽염공장과 본사를 두고 있다. 2018년에는 공장 인근에 양조장을 지어 탁주, 약주, 증류식 소주까지 만든다. 인산가의 창업자인 김윤세 회장은 최근 ‘신풍류도’란 이름의 술 모임을 만들어 ‘품격 있는 술 문화’를 전파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인산가 대표 제품. 사진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인산가 대표 제품. 사진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죽염 전문 업체가 전통술 빚기에 나섰다.
“술 사업을 시작한 취지는 명확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모든 술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술이 ‘술이란 이름의 불량식품’이기 때문이다. 조상 때부터 오랫동안 내려온 ‘정직한 재료와 세월’로 빚은 술이 아니고 화학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목 넘기기에만 좋은, 결과적으로는 우리 몸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술이 시중에 너무 많다. 우리나라는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나라임에도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자랑할 만한 술이 없다는 것도 술을 즐기는 주당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몸에 좋지 않은 술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몸에 해롭지 않은 술을 직접 만들기로 작정했다. 30여 년 전 선친(인산 김일훈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소금이라는 불량식품을 대체하는, 몸에 좋은 죽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술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나쁜 술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의미는.
“소금이 건강에 해롭다는 얘기가 있는데, 절대 아니다. 나쁜 소금이 건강에 해로울 뿐이다. 소금의 주된 성분이 염화나트륨인데, 그렇다고 해서 염화나트륨이 소금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소금 중 상당수가 염화나트륨 덩어리다. 그걸 먹고 몸에 해로우니까 ‘소금이 몸에 해롭다’고 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품질이 안 좋고 먹으면 이런저런 이유로 몸에 해로운 술이 상당히 많다.  그렇다고 술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고, 나쁜 술이 있는 것이다. 나쁜 술은 첫째, 좋지 않은 품질의 재료를 쓴다. 또 빨리빨리 만들려고 속성발효를 시킨다. 이를 위해 발효속성제인 이스트(효모)를 잔뜩 집어넣는다. 대부분의 술 공장이 이스트를 사용한다. 그런데 정상적인 발효에는 누룩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소주도 싼 원료로 만든 주정에 물을 80% 이상 타서 만드는데, 굉장히 맛이 쓰기 때문에 설탕보다 200배 더 단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한다.”

술 자체의 장점은 뭐라고 보나.
“술을 적당히 마시면 우선 몸이 따뜻해지고 피 순환도 잘된다. 그래서 늘 식사 때 반주를 한 잔씩 하는 분 가운데 굉장히 장수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알코올로 피부 소독은 곧잘 하면서도 왜 대부분의 성분이 알코올인 술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인산가의 죽염공장은 경남 함양에 있다. 양조장은 함양의 삼봉산에 있는데 해발 500여m 지점에서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미네랄 풍부한 물을 이용해 품질 좋은 찹쌀과 멥쌀, 직접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 인산가는 탁주 탁여현, 약주 청비성, 증류식 소주인 월고해(42도), 적송자(72도) 등의 전통술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탁여현과 청비성은 ‘주선(술의 신선)’으로 유명한 중국 시인 이태백의 시 ‘월하독작'에서 이름을 따왔다. 약주 청비성은 삼양주(세 번 담근 술)와 오양주(다섯 번 담근 술)가 있다. 45일간 발효를 거친 뒤 영상 5도에서 90일간 숙성으로 완성된다. 증류주 월고해는 알코올 도수가 42도다. 오양주 청비성 골드를 증류해 2년 숙성 기간을 거쳐 병에 넣는다. 탁주 탁여현은 높은 도수(15도)에도 불구하고 걸쭉하지 않아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명품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약주 청비성은 누룩향이 도드라져서 마시기가 불편했다. 42도 증류식 소주 월고해는 뒤끝이 없는 깔끔함이 특징이었다.

인산가 술의 장점을 설명해달라.
“첫째로 재료를 좋은 걸 쓴다. 더 좋은 것은 해발 500m 산속에 양조장이 있고 그 주변의 지하 암반수를 쓰니까 술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누룩도 최고급을 쓴다. 우리는 세월로 술을 만든다. 다른 양조장에선 5일이면 탁주를 만드는데, 우리는 발효와 숙성에 135일이나 걸린다. 탁주, 약주 다 마찬가지다. 증류주는 또 2년 안팎의 숙성 기간을 따로 둔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워낙 독하니까 어느 정도 숙성을 진행해야 부드러워진다.”

김 회장이 만든 술 모임 ‘신풍류도’는.
“술 문화를 좀 업그레이드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지인들과 ‘신풍류도’ 술 모임을 가끔 갖고 있다. 2018년에 인산가에서 술을 내놓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인산가 본사와 죽염공장이 있는 경남 함양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통일신라 시대 때 태수를 지냈던 곳이다. ‘풍류’라는 말을 처음 쓴 이가 최치원 선생이다. 심신을 단련하고, 술도 사람과 우의를 다지는 선에서 마시고, 한마디로 굉장히 멋스러운 여가문화를 ‘풍류’라고 했다. 신풍류도는 우리 민족 전통 정신 속에 흐르는 이런 멋스러운 문화를 ‘저급한 술 문화가 만연한 오늘에 되살려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산업화 시대가 초래한 ‘빨리빨리 술 문화’를 조금이라도 없애고 싶다는 생각에서 2018년에 인산가에서 직접 만든 술이 나온 것을 기회 삼아, 좋은 술을 먹으면서, 품격 있게, 멋스럽게 술 모임을 하면서 우리 사회를 천천히 그렇게 바꿔 나가보자는 희망을 품고 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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